지난 일 주일 내내 긴 연휴를 다녀왔습니다. 재작년에 다녀온 오사카 방문에 이어, 교토 여행을 다시 계획해보았는데요. 이번엔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어서 그런지 그 즐거움이 더 배가된 것 같네요.
아라시야마 도게츠교와 가까운 전통 료칸 벤케이. 낮에는 레스토랑으로 운영됩니다.
저는 이번 여행의 계획을 일본 전통료칸 체험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3박 4일의 일정 중 2박 3일을 머물렀던 교토의 호텔도 대욕장(Public Bath)이 부대시설로 있어 간접적으로 온천을 체험할 수 있었지만, 온천하면 역시 노천탕이죠.^^ 가족여행으로서의 이번 여행이 좀 더 의미 있게 옛 교토 귀족들의 풍류지였다는 아라시야마(風山) 지역의 료칸을 검색한 결과, 제 마음에 쏙 드는 (결코 가격은 합리적이지 않았지만요^^;) 료칸 벤케이를 예약하고 다녀왔습니다.
료칸의 역사가 담긴 연보가 객실 밖에 전시되어 있어서 한 컷 담아 보았습니다.
벤케이 료칸은 홋카이도, 규슈 지역의 유명 료칸과 달리 교토 자체가 온천으로 특화된 지역이 아니기에 '요리'로 승부를 보는 요리 료칸입니다. 특히 '교료리(조미료를 적게 사용하고 채소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교토지방의 요리)'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곳이기도 해, 낮에는 료칸이 아닌 레스토랑으로도 지역민들에게 유명합니다.
객실 밖의 전시물 中.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는 잘 ;ㅁ;
에도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일본의 전통 숙박시설 료칸. 숙박객들은 모래, 나무 등 잘 가꾸어진 일본 정원을 배경으로 온천을 즐기고 석식으로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는 코스로 료칸 체험이 이루어지는데요. 가이드북에서 봤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애용했던 히이라기야를 계획했으나.. 너무 비싼 가격과 접근성 때문에 포기한 뒤 차선책으로 벤케이를 선택했습니다. 아마 비싼 가격 때문에 이곳을 두 번 방문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네요...;ㅁ; (다음에는 좀 더 저렴한 료칸으로!)
두 번째로 이곳으로 정한 까닭은 온천이 많지 않은 교토 지역에 드문 온천지역이 바로 아라시야마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토 외곽지역을 따져보면 실속 있는 온천지대를 찾을 수 있지만... 일본어가 서툰 우리가족으로서는 별 방도가 없었기에, JR 사가 아라시야마역에서 15분 거리라는(그래도 멀긴 멉니다) 이곳으로 예약을 지르고...
부모님에게 혼이 납니다..ㅠ_ㅠ (비싼 가격 때문에...)
하지만 애매한 호텔스닷컴 취소규정 때문에 취소할 수 없었죠...;ㅁ;
료칸의 상징. 다다미방.
생각보다 저렴한 료칸은 빨리 예약이 마감되는 것 같더라고요. 료칸 계획을 염두에 두신다면 세 달 전이 아무래도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아고다 등을 통해 예약하시는 분은 꼭 할인코드를 찾으셔서 혜택을 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체크인 시간 4시 정각에 당도해 미리 맡겨두었던 짐을 풀고 그림 같이 펼쳐지는 정원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옆방이 보일듯,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왔다갔다 하며 유카타로 갈아입고 가족들과 함께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네요.
이렇게 이름으로 예약자 성명을 글로 써주었습니다.^^
벤케이 료칸에는 한국인 직원 한 분이 계셨는데 한국어로 많은 것을 설명해주어서 일본어를 못하는 저희 가족은 너무 반가웠어요. 웰컴 기프트로 예쁜 주머니와 별사탕, 말차 등이 주어졌습니다. 맛있는 차를 마시며 가족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바로 온천으로 직행했고요.^^ (온천 사진은 당연하겠지만... 제대로 찍은 게 없네요.)
드디어 예약한 저녁 6시, 가이세키 석식을 맛볼 시간입니다.
유카타를 입고 대기하면서 '무슨 음식이 나올까' 음음... 고민하면서 나오는 메뉴는.. 한자였네요..;ㅁ; 다행히 아버지께서 조금 읽어주셨지만 그저 나오는대로 먹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좌절하며 식사를 시작했어요.
가이세키요리의 나오는 순서가 적힌 메뉴판을 식사 전에 미리 공지합니다. 음식은 제철요리로 구성됩니다.
오카미상(료칸의 여주인)을 그린 그림으로 가려진 요리가 순서대로 나옵니다.
앙증맞은 그림과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한(!!) 여종업원 님의 해사한 서비스 때문에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음 사진부터 가이세키요리입니다.
스크롤 압박에 주의하세요 >_< !!
전채요리입니다. 갖은 꽃모양으로 장식이 이루어져 있고, 밤과 과일로 입맛을 돋우웠어요.
메인요리는 아니지만, 스시가 나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보시자 마자 '마구로(참치)'가 나왔다며 반색하셨어요 ㅎㅎ 오사카에서 먹었던 마구로만큼 맛있었던(아니 그보다 더) 맛있는 요리였습니다.
그릇 뚜껑도 참 예쁘더군요. 어묵요리였던 것 같은데...
저는 사실 이때부터 배부르기 시작했네요 ;ㅁ;
▼▽▼▽
드디어 메인요리로 고기가 나왔습니다. 생선고기와 육류고기인데요, 처음에 스테이크가 나오고 교체되었습니다. (변화를 눈치채셨나요?)
샤브샤브 요리처럼 이곳 국물에 날생선을 데워 먹습니다.
맛있었어요 :)
이 요리는 직원분께서 무우를 갈아 만든 요리라고 하셨던데..
제 취향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덴뿌라가 나왔습니다.
고추와 당근이 함께 튀겨져 바삭바삭하니 맛있었네요 ^^*
직원분께서 선인장 요리라고 설명해주셨는데...
무슨 맛이었는지 이 음식도 좀 입맛에 안 맞았던 것 같아요 ;ㅁ;
저는 사실 이게 디저트인 줄 알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마지막으로 밥과 미소된장국이 나왔습니다.
밥은 넉넉하게 한 솥을 함께 담아 와, 더 담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배려가 돋보였어요.
홍시와 사과, 딸기가 함께한 디저트를 끝으로 차를 마시고 그날의 식사가 모두 끝이 났네요.
휴... 한숨 돌리고 아빠와 저는 도게츠교로 사진 찍기에 나섰으나...
그날따라 비바람이 몰아쳐, 건진 사진이라곤 이것밖에 없네요.. (그나마 플래시를 터뜨려...)
낮의 도게츠교는 정말 아름다웠답니다.
밤마실 다녀오면서 료칸을 한번 더 찍은 후... 온천에 다녀오고 다시금 잠에 듭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시간이 되니, 2층에서 안내를 도와주고 있네요.
아라시야마가 귀족들의 풍류지로 불리우는 까닭이, 도게츠교 오른편 선착장에서 엿볼 수 있듯,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라 선착장은 문을 닫고 있었네요. 여름에 다시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가를 배경으로 하는 조찬은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지만... 눈이 너무 부셔서 식사에 집중을 할 수 없었기도 합니다.. ;ㅁ;
음식은 교료리의 진수라고 하는 두부요리 정식이 나왔습니다.
예쁜 반찬 용기에 담겨져 있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네요.
온통 음식 이야기만 하다 포스팅을 마칩니다^^;;
1여 년 전 『규슈, 백년의 맛』을 편집하면서 소개된 규슈의 요리 요칸 '슈스이엔'과 '요요카쿠'에도 일본 료칸만의 매력이 잘 나와 있으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규슈, 백년의 맛 - 박종호.김종열 지음/산지니 |
저자는 료칸음식을 두고 '당신의 입맛에 맞춘' 요리, 대를 이어 경영하는 료칸의 가족력, 그리고 문화재로 불리울 만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료칸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파하고 있는데요, 이 책을 편집한 뒤에 떠난 료칸 여행이어서 더욱 뜻깊은 것 같네요.
무엇보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문화이기에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다른 료칸과, 또 다른 음식점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녹록지 않음에도 그들만의 고집으로 가게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네요.
흔히 여행을 떠나면 그곳의 문화를 소비하는 데만 집중해 문화재를 보고 사진 찍고, 먹고 놀기에 바빴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문화를 이루는 의식주를 모두 체험할 수 있고, 그 의식주를 함께하는 가족과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료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교토의 온천지역이자 도게츠교와 대나무숲으로 아름다운 교토의 아라시야마 지역을 추천해드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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