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된 막내 녀석은 공룡 광팬입니다.
그 나이 또래 남자아이들이 대체로 공룡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이 녀석의 공룡 관심은 유별납니다.
고 녀석 맛있겠다
마을도서관에 빛그림을 보러 갔습니다.
'빛그림'은 그림책을 커다란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음악과 함께 책을 읽어주는 건데요, 그 날 보여준 책이 바로 <고 녀석 맛있겠다>라는 공룡 이야기였습니다.
초식공룡 안킬로사우루스와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부자의 연을 맺는 이야기인데 내용이 무척 감동적입니다. 무시무시한 공룡시대에 아기 안킬로사우루스가 태어났는데 엄마 아빠가 안 보입니다. 마침 옆에 있던 티라노사우루스가 "고 녀석 맛있겠다"라고 소리치며 입맛을 다십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아기 안킬로사우루스는 제 이름이 '고 녀석 맛있겠다'라고 생각하고는 제 이름을 불러준 티라노사우루스한테 "아빠"라며 덥석 안기는 것입니다.
우리의 티라노사우루스. 얼마나 난감했겠습니까? 내용을 더 알려주면 재미없겠지요? 궁금하신 분은 책을 찾아보세요.
어쨌거나 세 살짜리 이 녀석이 처음 보는 빛그림이었는데, 세 살짜리가 보면 얼마나 보겠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겁니다. 그러다가 얼마 후 도서관엘 갔는데, 이 녀석이 그 <고 녀석 맛있겠다> 책을 딱 찾아가지고 오는 겁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더니 그 이후로 계속 공룡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뭔가에 관심을 보이고, 책을 찾고 하는 것이 신기해서 내친김에 그 이듬해 고성에서 열리는 <공룡엑스포>에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곤 엄청 후회했습니다.
고성 공룡엑스포에서 안킬로사우루스를 타고...
어린이집에서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가선 또 공룡놀이를 합니다. 육식공룡은 소리가 크답니다. "카우~" 소리를 지릅니다. 아주 공룡처럼 그럴 듯한 소리입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 있냐고, 아이가 왜 저러냐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집에서도 자주 그러는데, 시끄러운 건 둘째치고 목이 갈까봐 걱정돼서 소리 지르지 말라고 타일러도 말을 들어야 말이지요.
울부짖는 카르카르돈토사우루스. 앞에 있는 여자친구는 본 척 만 척...
그러던 녀석이 어린이집에서 나들이를 갔다가 넘어져서는 이빨이 부러지는 대형사고가 났습니다. 앞니 하나가 뿌리만 남고 부러져버렸네요. 치과에서서는 뿌리를 뽑아내고 틀니를 끼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시어머니께서는 그거 다 치과 돈 벌라고 하는 말이라며 저절로 새 이빨 나올 텐데 그냥 놔두라 하십니다. 새 이빨이 나려면 3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할 텐데... 틀니를 하자면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는데, 얼마나 아플지 그게 또 엄두가 안 납니다.
이빨 부러진 공룡을 어찌해야 할지... 결정이 안 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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