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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모란디와의 조우:: 그릇 하나에, 병 하나에 우주의 신비를 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 8.

작년 가을경, 제 지인 중 한 사람이

조르조 모란디의 전시전을 보고 온 감상을 들려준 적이 있어요.


평생 집 안에 있는 그릇을 두고 이리저리 배치하여

병과 그릇에 관한 정물화만 그렸던 이탈리아 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밀조밀하게 놓여진 모란디의 그릇 그림을 바라보며

물건 하나에, 우주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한 그의 말이 떠오르네요.

 


그의 이야기를 접하며 처음으로 모란디의 그림을 하나하나 인터넷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화려하진 않은 색감으로 어울린 그릇을 보며 고요한 느낌에 갖은 생각을 하며 머뭇거리게 되었네요.


 

그리고 얼마 전, 책 그림은 위로다를 읽으며 다시금 모란디를 만났습니다.

요란한 것을 싫어하는 한 개성 있는 화가에 대해,

저자는 좁고 깊게 일상을 바라본 화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않은 채 평생 어머니와 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생을 마감한 모란디는

삶과 마찬가지로 그림 세계 또한 단조롭고 심플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무엇보다 평생 하나에 집착해서 그것만 꾸준히 연구해 왔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시쳇말로, 그릇 덕후(?) 같은 사람일까요?ㅎㅎ





또 다른 누군가는 현실에서 추상을 만드는 화가라고 모란디를 부르기도 하는데요.

지극히 현실적인 그림 속에서

누군가는 서로 밀고 당기는 사물 간의 관계가 담긴 우주의 신비를 통찰해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긴 주둥이를 갖고 있는 병 그릇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비록 많은 사람과 관계 맺지는 않더라도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 사는 곳이

그림과 닮아 있다고 말이죠.

 

새해를 맞이하며, 저 또한 지난 관계를 돌아보았습니다.

새로운 저자와의 인연을 맺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을요.


특별히 작년 말 즈음에 한 화가의 에세이를 계약해서

그림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높여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져 봅니다.


보내주신 원고 속에도 모란디의 글이 실려 있어 반가웠네요.

 



한 화가가 삶을 살아가며 인생을 돌아보고 예술을 논하는

아름다운 사색이 담겨 있는 원고여서 검토하면서 따뜻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편집하면서 아마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올 한 해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좋은 책을 편집하는 편집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보겠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그림은 위로다 - 10점
이소영 지음/홍익출판사

그림과 그림자 - 10점
김혜리 지음/앨리스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 10점
신옥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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