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광팬 막내아들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려고 차에 태우면 늘 하는 말
"엄마 어디 가?"
"어디 가긴, 집에 가야지."
"으~응~ 싫어. 또 집에 가? 해남 가."
"해남은 멀어. 하루 종일 가야 돼. 지금 갈 수 있는 데가 아냐."
"싫어 싫어 해남 가"
"담에 데려갈게."
해남이크누스
<한반도의 공룡> 책과 다큐를 너무 열심히 본 탓입니다.
해남에서 발견되어 '해남이크누스'라는 이름까지 얻은 거대 익룡 해남이크누스에 필이 확 꽂혔습니다.
그 이후론 툭하면 해남 가자고 조릅니다.
지난 토요일. 드디어 가족여행으로 해남을 가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 토요일 오후 3시에 출발.
해남까지 다섯 시간은 걸릴 텐데... 날씨도 비가 오고 안 좋습니다.
부지런히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렸으나 강진쯤 가니 벌써 날이 어둡습니다.
저녁을 먹으려고 강진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았으나 네비게이션도 없고, 비도 오고, 안개까지 끼어 차는 어두운 국도를 엉금엉금 기었습니다.
깜깜한 게 무서웠던지 뒤에서 이녀석 하는 말
"엄마. 너무 늦어서 안 되겠다. 해남 가지 말자."
헉~ 여기까지 왔는데 가지 말자고?
길을 잘못들어 영암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할 수 없이 영암에서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은 다행이 날씨가 개고 있었습니다.
공룡박물관이 있는 해남 우항리에 도착하니 햇살까지 따뜻하게 내리쬐는 게 역시 봄은 남도에서부터 찾아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이 바로 해남 우항리. 공룡들이 살던 곳이랍니다.
고성에도 가보았지만, 이곳 해남이 입장료도 더 싸고, 부산에서 좀 먼 게 흠이긴 하지만 주변 바다와 나즈막한 섬들과 어우러진 공룡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보도블럭에 있는 맨홀 뚜껑입니다.
아이들은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좋아했습니다. 주위에 있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 같았습니다. 잔잔한 물살이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표를 구입하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는데 보도블럭에 있는 맨홀 뚜껑의 무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바로 공룡 발자국 모양을 새겨놓은 것입니다. 누구 아이디언지 정말 감탄입니다.
멀리 잔잔한 바다를 배경으로 마멘키사우루스와 아이들이 어울려 함께 놀고 있습니다.
벽체를 뚫고 나오는 공룡의 모습입니다. 박물관 벽체가 부서지는 모양에서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이 박물관 안에 여러 공룡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정작 아들 녀석은 하늘은 나는 해남이크누스와 진짜 크르렁대며 울어대는 육식공룡 모습에 무서워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아빠한테 꼭 붙어 있었답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 녀석은 박물관 안에 있는 도서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여기가 바로 해남이크누스들이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물을 마시던 바닷가입니다.
마치 바다가 아니라 호수처럼 잔잔합니다. 공룡들이 거닐던 그 자리를 아이들이 뛰어다닙니다. 수천만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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