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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 친절한 인생(부산일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0. 28.

 

친절한 인생

 

처음 바닥에 패대기쳐졌을 때 알았어야 했어
삶은 내게 친절하지 않을 거라는 것

누가 백일홍의 발목을 거는지 걸핏하면 엎어지지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드려 알게 되지

허방은 지하주차장 경사로에 숨어 있고
허방은 꽃속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오르고

이번 생은 발에 안 맞는 빨간 뾰족 구두
이번 생은 킬힐에 안 맞는 평발

그렇다고 내가 삶에게 불친절할 필요는 없잖아
백일홍에게는 백일홍의 하늘이 있으니까

<원문 전체>

 

티베트의 오체투지는 내 안의 신을 만나는 방식이다. 온몸 내던져 엎드리는 일은 존재에 향한, 가장 친절한 방식이 아닐까. 발끝부터 이마까지 바닥에 닿고서야 하늘의 높이와 깊이를 이해한다. 그 수행은 결국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넘어지고 다치고 멍드는 일, 그 반복으로 우리는 자기만의 하늘을 발견할 수 있으니. 경쟁을 넘어 불친절에 친절해지는 것이 공부다.

- 부산일보 <맛있는 시> 소개글 中 일부 

 

2016-10-25 | 김수우 시인 | 부산일보
원문읽기

 

사슴목발 애인 - 10점
최정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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