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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언젠가 나도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고 싶다 :: 김춘자 산문집『그 사람의 풍경』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6. 9.

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바람, 시간, 별, 추억…
“언젠가 나도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고 싶다”

 

산지니 정선재 편집자

 

가끔 덩그러니 놓인 흰 종이가 무섭다. 그럴싸한 무언가로 이 여백들을 채워야 한다는 사실이 내 손을 옴짝달싹 못하게 짓누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이든 그림이든 하나의 완성된 작품들을 볼 때면 마음이 벅차다. 아름다운 작품 하나를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성였을까.

 

그런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작품 뒤에 가려진 작가의 일상과 생각들이 듣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역신문에 연재된 글을 통해 김춘자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1980년대부터 부산 화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작가로 <자라는 땅>, <生>, <Breathe> 등 생명과 자연을 주제로 작품들을 발표했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생生의 의미 만들어내는 김춘자 작가. 그녀의 글 역시 그러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꽤 길고 긴 시간을 돌아왔다. 고민과 논의, 논의와 수정, 수정과 편집. 이 끝없는 터널을 지나며 47편의 글들이 제 모습을 찾아갔다. 처음 이 원고를 받아들었을 때, 글들이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한 문장 한 문장 섬세하게, 때론 치열하게 적어내려 간 듯한 글들은 미래가 무궁무진한 어린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목차, 구성, 제목 등을 구상하며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생각했다. 막연한 바람이지만, 누군가의 하루에 가장 편안한 풍경을 선사하는 책이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작가가 가장 마지막에 제안한 ‘그 사람의 풍경’이란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작업을 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의 글쓰기 방식이었다. 김춘자 작가가 들고 다니는 핸드폰은 종이이자 펜이었고, 세상의 모든 곳이 그녀의 서재였다. 지하철, 카페, 산책길 등등 일상의 여러 풍경들 속에서 작가는 떠오르는 단상들을 핸드폰에 옮겼다. 일상의 찰나를 고스란히 옮긴 셈이다. 그렇게 47편의 글들이 완성됐고, 산문집 『그 사람의 풍경』은 제 모습을 갖춰나갔다.

 

작가는 이번 산문집을 통해 살아가는 것들의 풍경을 전한다. 어린 싹, 바람, 새, 꽃, 별 등 자연이 주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이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사랑을 표현한다. 동시에 문명에 젖어 생의 민낯에서 멀어져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을 반성하기도 한다. 또한 예술가로서의 삶과 작품에 대한 생각, 계속해서 걸어가야 하는 자신의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개인전을 끝내고 불쑥 찾아온 심한 상실감, 성공과 예술 사이에서의 갈등 등 작품 뒤에 가려진 작가의 고뇌를 솔직하게 담고 있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생명의 아름다움, 일상의 기억, 예술의 길 등을 만날 수 있는 김춘자 산문집 『그 사람의 풍경』. 아름답게 그려진 글들을 따라 생각의 걸음의 옮겨보자. 머릿속엔 새하얀 도화지가 펼쳐지고 그 위에 나지막한 삶의 풍경이 그려질 것이다.

 

 

 

『출판저널』 2017년 5월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풍경 - 10점
김춘자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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