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에 대한 진지한 토론"
에릭 올린 라이트 『계급 이해하기』
산지니 정선재 편집자
21세기, ‘계급’이란 개념은 아직 유효한가? 오늘날 계급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한때 인터넷상에서는 부모의 자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계급을 금, 은, 동, 흙으로 나눈 수저론이 화제를 모았다. 우스갯소리에서 시작한 이 수저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간의 이동이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뼈 있는 농담이자 자본주의 현실을 겨낭한 웃픈(웃기고, 슬픈) 유머였다. 계급, 한편에서는 이 개념은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재 자본주의에서 계급은 여전히 유효하고, 논쟁적인 개념으로 자리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사회학자 에릭 올린 라이트의 저서들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많은 작품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국내에 완역 출간된 작품은 『계급론』(Classes, 2005)과 『리얼 유토피아』(Real Utopia, 2012) 뿐인데, 이번에 출간한 『계급 이해하기』는 이 두 저작에 담긴 이론작업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이 책은 라이트가 1995년부터 2015년 사이에 집필한 논문들을 모은 것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을 분석하는 일반적 분석 틀과 이에 입각한 사회변혁 전략을 제시한다. 그리고 계급투쟁과 계급타협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고찰하여 자본가와 노동계급 사이에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타협의 조건과 실현 방법을 모색한다.
『계급 이해하기』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점은 비마르크스주의 학자들의 계급이론을 긍정적으로 개괄하며 그 의미와 한계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막스 베버, 찰스 틸리, 오게 쇠렌센, 마이클 만은 분석을 위한 개념의 측면에서, 데이비드 그루스티, 킴 위덴, 토마 피케티, 잔 파쿨스키, 말콤 워터스, 가이 스탠딩은 21세기 계급을 분석하는 방법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특정한 국가나 시기에 국한된 구체적 계급의 구분보다는 계급의 개념화 및 분석 방법과 관련된 계급의 방법론적 측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동기에 대해 문혜림 번역자는 “계급의 죽음까지 논해지는 현 상황에서 계급론을, 그것도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을 다룬 저작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될 수 있다는 점”과 “계급분석에 대한 옹호가 아닌 문제제기와 비판이라도 계급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에 대한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책 『계급 이해하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계급 논쟁에서 불거진 쟁점들에 대한 고민과 판단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 더불어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계급이론과 계급분석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발생한 사회학 내의 소통불능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 사회학자의 노력까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출판저널』 2017년 3월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계급 이해하기 - 에릭 올린 라이트 지음, 문혜림.곽태진 옮김/산지니 |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편집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할린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 이규정 장편소설 『사할린』 (0) | 2017.07.18 |
---|---|
언젠가 나도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고 싶다 :: 김춘자 산문집『그 사람의 풍경』 (0) | 2017.06.09 |
지방에 자율권, 시민에게 참여권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말하다』서평 (2) | 2017.03.06 |
사랑 이면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 :: 박정선 장편소설『가을의 유머』 (0) | 2017.02.17 |
쓰엉을 둘러싼 어긋난 사랑과 욕망, 희망 / 서성란 소설집 『쓰엉』 (0) | 2017.01.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