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 한·중·일을 비롯해 북한, 대만, 홍콩 등이 얽히고설킨 동아시아는 닮은 듯 다른 문화 속에서 끊임없는 반목과 갈등이 빚어진 복잡다단한 지역이기도 하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충돌하고 있는 동아시아를 '영화'라는 언어로 읽어낸 책이 나왔다.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저자가 내놓은 <영화로 만나는 동아시아>다.
(중략)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은 책 곳곳에서 번뜩인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담은 '밀정'과 '암살'에선 국정교과서 적용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다문화가정의 어두운 단면을 호소력 있게 그려낸 '완득이'에선 외국에서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자녀에 대한 국가의 관심을 호소한다. 홍콩의 중국 본토 반환을 앞둔 혼란스러운 세태를 반영한 '아비정전'에선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낳은 '청년 난민'을 읽어내기도 한다.
'설국열차'를 '인류가 평화롭게 공생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구와 열망을 담은 영화'로 해석하고, '마이 리틀 히어로'에선 '다문화 사회에 대한 논의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참된 정체성은 무엇이며, 어디서 비롯되는가 하는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는 대목 역시 새겨볼 만하다.
책엔 40편에 가까운 영화가 소개돼 있는데, 영화에 대한 상세 내용이 함께 실려 영화를 미처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와 주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새삼 영화가 담아낸 삶과 시대가 그 어떤 장르보다 치명적이면서도 호소력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책의 또 다른 큰 선물이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기타 > 언론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돈의 시대 빛이 되고 새로운 세계의 나침반이 되다 (국제신문) (0) | 2017.06.26 |
---|---|
읽기 고수들의 ‘책 다루는 법’ (국민일보) (0) | 2017.06.26 |
[크리틱] 소설의 재발견, 사할린의 재인식 / 이명원 (한겨레) (1) | 2017.06.19 |
동네책방 중소출판사에 문 활짝 ‘의미있는 변신’ (한국일보) (0) | 2017.06.08 |
독립서점·소형출판사 한자리에…'변신'한 서울국제도서전(연합뉴스) (0) | 2017.06.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