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북투어 여행기]
2018년 2월 8일(목)~ 2월 11일(일) 진행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
비 오는 타이베이를 걸으며
산지니 어둠 여행단을 보고 느끼고 나눴던
그 시간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8화
대만 유학생활을 말하다.
by. 이제만(대만사범대 유학생)
대만에서의 유학생활
대만에 건너온 지 벌써 만 5년이 다 되어간다. 그 당시의 대만은 아직 지금만큼 유명한 관광지나 유학 장소도 아니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있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 시기, 대만 워킹홀리데이는 선착순이어서 웬만하면 다 올 수 있었다. 여행도 아는 사람만 오는 대다수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외국이었다고나 할까.
‘사범대학교 언어중심’(한국의 어학당과 같은 개념)에 가장 많은 외국인들은 일본인이었다. 그 다음이 한국인. 한 반에 두 세 명은 일본인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비율이 워낙 높아서(대략 40% 정도는 일본인이었다.) 한국인들의 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국인들 대부분이 중국어를 배우고는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에 가기는 두렵거나 꺼려하는 사람들이 대만에 오는 경우였다.
이러한 추세가 한방에 바뀌는 계기가 발생한다. 바로 2013년 여름 경에 방송된 ‘꽃보다 할배- 대만편’이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용캉가(당시 아르바이트를 한 곳이 용캉가에 위치한 한국식당이었다)의 관광객은 일본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몇몇 팀들이 망고빙수 가게에서 빙수를 즐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꽃보다 할배’ 이후 유학생(어학연수, 교환학생 등)과 관광객들의 수가 증가하였다. ‘사대 언어중심’에서는 한국어판 안내책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언어중심 마지막 학기에는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대만이 막 각광받을 시기부터 지금까지 언어중심, 대학원 등의 학교생활을 사범대학교 중심으로 살짝 소개하고자 한다.
대만의 학기는 3월에 시작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9월에 시작한다. 봄에 시작하여 겨울이 되면 한 학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가을에 시작하여 이듬해 여름에 한 학년이 끝나니 처음에는 매우 생소했다. ‘2018년 1학기, 2018년 2학기’와 같은 학기제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간혹 헷갈리기도 했다.
▲ 민국 기년법으로 표기된 영수증
그러나 대만 학교생활에 더욱 헷갈리는 것이 존재했으니 바로 민국(民國) 기년법(紀年法)의 사용이다. 이는 신해혁명 이후 중화민국의 건국이 선포된 1912년을 원년으로 하여 표기하는 방식이다. 대만에서 학교나 관공서에서 흔히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올해가 민국 107년인데 107에 11만 더해주면 서기연도가 나와서 일반적으로는 잘 헷갈리지 않는다. ‘민국 몇 년’에 단순히 11만 더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민국 기년법을 사용하여 1학기, 2학기 구분을 짓기 때문에 조금 골치 아프다. 특히 2학기 째가 많이 헷갈리는데 현재 학기는 106년 2학기이지만 서기로는 2018년도이니 조교 일을 하다 보면 간혹 잘못 적을 때가 많다.
▲ 대만 사범대학교 전경
대만사범대학교(이하 사대)의 전신은 대만총독부 타이베이고등학교이다. 그래서 그런지 캠퍼스 부지 자체는 넓지 않다. 주요 건물 역시 학교 본관과 행정동, 수업 건물 한 동, 강당과 큰 도로를 건너서 위치한 도서관 구역의 건물들을 다 합쳐도 몇 개 되지 않는다. 이후 학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학교를 확장할 필요성이 생겼는데 주변 부지에는 마땅히 확장할 공간이 없었다.
따라서 선택한 것이 캠퍼스의 신설이었다. 현재 사대는 ‘어둠 여행단’이 답사했던 본부라고 불리는 곳과 대만대학교 근처의 공관(公館) 캠퍼스, 타이베이 외곽에 위치한 린코우(林口) 캠퍼스 등 총 3개의 캠퍼스가 존재한다. 106년 1학기 기준으로 연구생, 대학생 포함하여 1만 5천명 가량으로 대만대학교의 딱 절반 수준이다. 현재 대만에서는 각 학교끼리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대 역시 2년 전부터 대만대학교, 대만과기(科技)대학교와 함께 3개 학교가 연맹을 맺어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교의 수업신청을 한다거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사대를 다니며 불편한 점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다니는 학교에 대해 불평할 수 있는 것은 재학생만의 특권이 아닐까. 첫 번째로 사대 근처에는 제대로 된 서점이 없다. 하나 있는 서점마저 수업교재를 파는 곳이다. 대학교 근처에 변변한 일반 서점이 없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업에 참고할 책을 찾기 위해 대만대까지 가는 수고를 매번 해야 했다.
두 번째로 사대 행정체계의 비효율성이다. 과거에 월급이나 행정비를 신청할 때 회계실, 인사실, 총무실 등의 각 부처를 돌아다니며 도장을 받아야 했다. 회계실 입구에 들어가면서 1명, 회계실에서 3명, 인사실에서 2명, 총무실에서 3명, 대략 10명에 가까운 사람의 도장을 받아야지만 월급을 겨우 수령할 수 있었다. 그것도 매달 같은 날에 수령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혹, 총무실 최종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문서가 되돌아와서 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했다. 여기서 가장 화가 났던 것이 왜 그 전 단계의 행정직원들이 꼼꼼하게 확인을 하지 않았느냐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교실 및 도서관 환경이다. 교실 환경에 대해서 크게 불편한 점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강의실에 원래 책상과 의자가 일체형인 나무 책상이 있었다. 그런데 방학 동안 조금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책상과 의자를 분리하여 검은 페인트로 다 칠해놓은 것이었다. 물론 강의실 내 모든 책상이 나무 책상은 아니다. 그나마 교실 환경은 참을 만 했지만 사대 도서관의 열악한 환경은 정말 실망을 금하지 못했다. 장서의 수도 적을뿐더러 등록된 도서의 행방불명과 존재하고 있는 도서의 상태불량 등 관리의 소홀함이 너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이제 학생들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자. 대만 대학교의 1교시는 8시 10분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보통 등교할 때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사온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먹는다. 솔직히 대만 학교생활 중에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아침에 시간이 없어서 1교시 수업 중에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것은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치더라도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사서 교실에서 먹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필자가 아는 한 교수는 수업시간에 취식을 금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교내 밖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도시락을 사서 교내에서 먹는 것이 훨씬 싸니까 학생들은 도시락을 많이 애용하고 있는 듯하다.
보통 학생들의 점심 비용은 대만 돈 100원(한국 돈 3,800원) 내외로 상당히 저렴하다. 대만 학생들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복장에 관해서도 상당히 수수하고 잘 꾸미지 않는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일반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만 학생들에게 느껴졌던 부분은 한국 학생들보다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대만 역시 경쟁이 치열하고 취업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느껴진다고 할까.
대만 사회도 한국의 ‘88만원 세대’와 같이 ‘22K(대만 돈 2만 2천원으로 한국의 88만원과 비슷하다)’라는 말이 있고 ‘민달팽이 운동’처럼 청년 주거문제 등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그러나 타이베이 곳곳, 도심에 종종 보이는 공원이나 숨어있는 골목 등지를 날씨가 좋을 때나, 흐릴 때나, 비가 올 때 걷다 보면 없었던 여유가 생겨나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아마 대만의 대학생들 역시 이러한 곳에서 여유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9화에서 계속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 왕즈홍 외 지음, 곽규환 외 옮김/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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