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북투어 여행기]
2018년 2월 8일(목)~ 2월 11일(일) 진행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북투어
비 오는 타이베이를 걸으며
산지니 어둠 여행단을 보고 느끼고 나눴던
그 시간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6화
『반민성시』 저자 왕즈훙 교수와
북투어단의 차담회
역사기억의 보존과 도시개발 고민 지점…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원저 『叛民城市』 臺北暗黑旅誌, 이하 반민성시)의 대표저자 왕즈훙王志弘 교수. 그는 현재 타이완대학교 건축과 도농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며, 도시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심층을 탐구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산지니 타이베이 북투어단은 2월 9일(금) 오후 4시 30분, 유격문화출판사가 있는 ‘공공책소’에서 저자와 차담회를 가졌다. 왕즈훙 교수의 책 소개와 함께 참가자들의 질의응답을 정리했다. 파란색 글씨는 대만 유격문화출판사 꿔페이위郭姵妤 대표의 답변이다. -편집자 주
▲ 산지니 타이베이 북투어 일행과 왕즈훙 저자와의 차담회. 왼쪽에서 두번째가 왕즈훙 교수.
화려한 도시 이면의 숨겨진 역사를…
“반민성시의 장소를 직접 탐방하러 멀리서 찾아주어서 고맙다. 이 책은 20년 전 박사과정 때 이탈리아의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착안해, 다른 각도에서 타이베이를 보여주고자 기획했다. 노동자, 빈민, 유랑자, 외국인노동자의 역사와 반항 등 여러 장소성을 띤 곳을 취합해 새로운 대안 가이드북으로 엮었다. 일반 대중도 접근할 수 있도록 52개 장소로 압축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중산로는 시민의식이 확대되는 계기로, 권력이란 주제어로 관통된다. 2.28 기념공원에서 타이베이 기차역까지는 동성애자들이 경찰과 싸우는 역사의 기록이다. 타이베이 기차역은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이 역사 주변에 모여 1층 바닥에 앉아 교류하는 곳이다. 중산북로를 따라 걷다보면 건축물 철거문제와 맞닥뜨린다. 현재의 공원으로 바뀐 모습 속에 과거를 기억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차이루이웨 댄스교습소는 역사적 건축물이다. 차이루이웨는 타이완의 첫 여성운동가로 50~60년대 백색공포 시기에 정치사건의 피해자가 된다. 린선베이루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다다오청이 나온다. 그곳은 청 통치 시기 타이베이의 대표적 상업구역이었다. 그 근방의 원멍로우(기루)는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가이드가 없으면 화려한 도시 이면의 숨겨진 역사를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러한 엄숙하고 음침함 속에서도 맛있고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서민생활 속 희노애락을 잘 느끼셨으면 한다.
▲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산지니 타이베이 북투어 일행
Q. 대만 민주화의 역동적 과정이 이 책 속에 잘 담겨져 있다. 동성결혼 허용, 대체복무제 도입, 탈핵 선언 등을 이끈 대만사회의 힘, 저변이 궁금하다.
“대만과 한국이 앞뒤서는 모습이다. 노동자운동과 옛 건축물 보존에서는 타이완이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문제를 설명하려면 길어지기에 동성애 부분만 조금 다룬다면 특별한 부분이 있다. 80~90년 초 변화과정에 대학생들의 역할이 컸다. 대만대학 등 동성애 관련 동아리가 많이 생겼고, 이들이 졸업 후 관련 NGO에서 동성애 퍼레이드, 인권문제 등 사회적 힘을 싣게 되었다. 작가모임도 있었고, 시장 직선 초기 직선시장은 진보적인 면을 내세우고자 동성애 퍼레이드를 지원하기도 했다. 아래에서 여러 힘들이 모인 부분은 대체복무제, 탈핵도 맥락은 비슷하다.”
Q. 도시 형성과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늘 폭력적으로 이뤄진다. 부산에서도 빈민들의 저항이 존재했다. 타이베이의 특별한 역사를 소개한다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타이완의 도시형성은 일본 식민지하에서 국제무역 관계 속에서 이뤄졌다. 남부도시 타이난은 일본의 교토와 같은 오랜 도시고, 타이베이는 차, 쌀, 장뇌삼 등 농업과 국제무역의 관계 속에서 개발되었다. 일본과 가까운 지역이기에 총독부도 설치되었다. 가까운 지룽은 대만과 일본의 무역을 위해 개발되었다. 홍콩, 상해 등 동아시아 다른 국가의 도시에 비해 타이베이는 느긋하고 편한 패턴으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곳이란 인상을 받는다. 4~5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들은 독특한 타이베이만의 풍경이다.”
Q. 살만한, 인간적인 도시의 인상을 얘기하셨다. 타이베이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길 원하는가?
“세계의 여러 도시를 보며 타이베이가 쾌적하다는 것은 고향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지만 다른 요인도 꼽을 수 있다. 편의성, 식사, 야시장 등등. 기후변화 속에 더 좋은 생태도시로 가기 위한 과제와 고민도 있다. 전통과 현대의 결합, 개발과 보존 속에 충돌은 계속된다. 타이베이 시장은 개발에 반대하는 보존세력의 강력한 항쟁에 대해 ‘문화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기도 한다. 역사기억의 보존과 도시개발이란 고민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자연과 역사의 공존이 필요하다.”
Q. 다크투어에서 타이베이의 어두운 면을 보고 가는 한국 독자들에 대한 생각은?
유격문화출판사 꿔페이위 대표 “타이베이의 화려한 외모는 어느 정도 알고 있어 그리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북투어는 특별할 경험일 듯하다. 『반민성시』로 타이베이 여행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픈 마음이다. 여러 언어로 번역해 타이베이를 알리고 싶다. 또 다른 『반민성시』 버전으로 말레이시아도 준비 중이고, 서울도 준비 중이다. 부산 등 다른 나라의 도시도 이 같은 성격의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Q. 불편한 진실에 대한 대만 독자들의 반응과 대만 판매부수는? 지면상 소개 못한 추천지가 있다면?
유격문화출판사 꿔페이위 대표 “타이베이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 좋아하는 편이다. 이 책은 도심 아닌 주변에 주목하고 있다. 1쇄 2천부가 나가고 2쇄가 판매중이다. 주제가 다소 무겁고 들고 다니기 불편한 점도 있다. 이미 많이 알려졌거나 다른 책에서 소개한 곳은 뺐다. 그래서 60~70곳에서 52곳, 대표성 있는 공간으로 요약했다. 그 52곳을 추천했지만 시간이 괜찮으면 101빌딩 건너편에 남아 있는 권촌(대륙에서 넘어온 군인들의 정착지)인 쓰쓰난춘도 한번 가보시길 권해드린다.”
▲ 강연이 끝나고 왕즈훙 교수와 북투어단의 기념사진 촬영.
>> 7화에서 계속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 - 왕즈홍 외 지음, 곽규환 외 옮김/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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