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동. 별로 올일도 없었고, 앞으로 오게 될 일도 없을 것 같은 곳. 첫 날 지하철 '거제'역에 딱 내렸는데, 막 빌딩들이 주루룩 주루룩 서 있는게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이 동네를 '법조 타운'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마저 너무 멋있는거다. 수많은 변호사 사무실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산지니 출판사'.


근처에는 법원과 경찰청이 있어서 밥값도 비싸다. 사실 인턴비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데. 아무래도 인턴비보다 밥값과 차비를 합치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 너무 특이했던 것은 밥집들이 빌딩 4, 7층 이런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먹으러 갈때마다 너무 어색한 것이다. 건물 자체들의 집 값도 비싸고, 주위에 다 빌딩뿐이라서 밥집도 고층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곳에서 책을 내신 분들이 고등학교 선생님이셨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들이셔서 새삼 부산이 참 좁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지역 출판사라 여러모로 힘든 점도 많지만, 지역 출판사가 있기에 또 쉽게 출판을 하는 사람도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판사 인턴을 하기 전에는 종이와 연필이 사라지는 시대가 온다는 말에 콧방귀를 꼈지만, 막상 이 곳에 앉아있어보니 인터넷과 전자북의 파워가 조금은 느껴진달까. 그렇지만 종이와 연필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은 종이책이 제 맛이고, 자판보다는 연필로 쓱삭쓱삭 쓰는 게 훨씬 편리한 점이 많으니까. 절대 한 쪽이 지지 않고 공생의 관계로 쭉~ 갔으면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턴은 취업을 위한 중요한 커리어라 일명 '金턴'이라고도 불린다는데. 나는 내가 일해보고 싶었던 출판사에 그것도 좋은 환경에서 일을 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 교정·교열 다 보고 고치기만 하라고 넘겨준 원고도 정확히 고치지 못했지만 늘 쿨하게 넘어가주신 김은경 편집장님, 그리고 밥 먹으러 갈 때 이런저런 얘기 들어주시고 지금도 조용하게 옆에서 디자인 편집 하시는 권문경 디자이너,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목소리가 너무 소녀같으신 권경옥 편집장님, 마지막으로 인자하신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으시는 강수걸 사장님께 너무 감사 드립니다. 고작 한 달 인턴생활을 하는 건데도, 진심으로 대해주신거! 너무 감사해요.


선물로 주신 <브라보 내인생>. 두고두고 볼 때마다  '산지니' 생각이 날 것 같네요. 나름 저의 첫 사회생활이었기에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이제 인턴 끝나기 50분 남은 상황인데. 지금 밖에 비가 내리고 있네요. 저 마지막이라고 하늘이 슬퍼하나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지막으로, '산지니 출판사' 앞으로 더 흥하길.






이 사진은 백년어 서원 갔을 때, 놓여있던 소품들인데요. 달력 뒤에 이렇게 그림과 글을 써서
이쁘게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쁘지 않나요.



이것은 자신의 집에 온 편지들을 다 같은 크기로 오려서 책처럼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어떻게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보니 너무 괜찮더라구요.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성심원 2010.08.26 2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역시 출판사라는 곳에서 일도 해보고 싶은 사람 중 한명입니다.
    님의 인턴후기 덕분에 잠시 과거모드로 접어들었네요 ㅎㅎㅎ.
    님의 소중한 경험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고 싶네요 미리 감사~

    • BlogIcon 산지니북 2010.08.27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해요. 성심원님. 요즘 학생들의 인턴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출판일에 관심 있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녹록지 않은데 말이죠^^

  2. BlogIcon 아니카 2010.08.27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소녀같다고 표현해줘서 감사 ^^
    그동안 수고 많았고요,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3. BlogIcon 낭만인생 2010.09.02 1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판사 인턴이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출판사 구경도 가고 싶네요..

  4. 인턴힘내 2010.09.12 2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일기를 쓴 인턴의 행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뭇 궁금해집니다. 인턴은 비정규직보다 훨씬 더 열악한 지위가 아니던가요? 그런 이들이 쓰는 일기가 왜 이리도 낭만적인 것인지...산지니북님의 말씀처럼 결코 녹록치 않은 노동량과 그에 한없이 미달하는 임금을 받을 것이 분명한데, 책을 만드는 보람이 그 힘듬을 죄다 상쇄시킬만큼 큰 것일까요? 지금은 따뜻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일기지만 인턴 이후의 행보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인턴의 일기'라는 꼭지가 꽤나 잔인하게 느껴지기도합니다. 산지니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인턴을 썼으며 그중 얼마나 채용했는지요. 새삼 궁금하군요.

    • BlogIcon 산지니북 2010.09.13 1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간 저희 출판사를 거쳐간 학생들은 인턴이라기보다는 근로장학생이 더 맞습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기업에서 채용공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인턴과정은 아니구요, 국가에서 대학과 연계하여 재학생들에게 근로장학금을 주기 위한 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 대학에서 제안이 들어왔을때 좀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형편에 따라 근무시간과 기간이 다 다르고, 학기중에는 또 근무시간이 너무 짧고, 여러 다양한 학과에서 오기 때문에 학생들 간 편차도 크구요. 그러나 꼭 출판사 입사를 원하지 않더라도 재학중에 한번쯤 출판업무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봅니다. 저희도 학생들에게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는 뿌듯함으로 이런저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답니다.
      위 일기를 쓴 학생은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취업준비로 열심히 보내고 있겠지요.

  5. 인턴힘내 2010.09.13 2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산지니 인턴에는 근로장학의 의미가 있는 게로군요. 다소 까칠할 수도 있는 댓글에 응답해주어 감사합니다.

  6. 박현정 2010.10.18 0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전 이 마지막 인턴 일기를 쓴 학생입니다^.^


    인턴끝나구 자주 들르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들리는 거네용ㅠㅠ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ㅋㅋㅋㅋㅋㅋ
    전 지금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랍니다. 그래서인지 딴 짓이 하고싶어서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