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연이나 콘서트같은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데(먹고살기 바빠서요^^;) 모처럼 초대권이 생겨서 지난 주말 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2010 송년음악회 클래식과 가요의 만남 '이라는 제목으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는데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왔더군요. 문화회관에서 음악회를 들으니 그날만은 저도 '문화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1부는 클래식의 만남으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연주와 성악가들이 오페라와 가곡을 불렀습니다. 넓은 대극장 안이 울려퍼질만큼 크고 아름다운 소리였으나 노래 내용을 잘 몰라서 그런지 마음에 크게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역시 클래식은 저한테 좀 무리였나봅니다. 

2부는 정태춘, 박은옥의 단독 무대였는데 히트곡 <촛불>을 시작으로 <시인의 마을> <회상> <봉숭아> <북한강에서> 등 너무도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라 참 좋았습니다. 청중들이 너무 진지해 감히 소리내어 따라부르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느라 혼났습니다.
 
두 가수를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예상했던대로 노래 부르는 사이사이 진행은 박은옥씨가 하고 정태춘씨는 노래만 열심히 부르셨습니다. 공연경력 30년짼데 마치 어제 데뷔한 신인처럼 뻘쭘해하면서요^^ 그래도 하모니카 부르며 기타 치랴 노래부르랴 무척 바쁘셨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중간에 <탁발승의 새벽노래>를 부르다가 가사를 까먹어 노래가 끊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수가 생기는 게 콘서트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자리에서 정태춘씨를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거예요. 오히려 여기저기서 격려의 박수소리가 나왔습니다.

30년을 부부로 가수로 같이 살아온 두분, 공연할 땐 어떤 마음일까요.
 
공연이 끝난 후 화장실에서 한 아주머니가 눈물을 닦으며 오늘은 안 울려고 했는데, 정태춘 박은옥 공연만 오면 울게된다며 미안한 웃음을 짓던 게 생각납니다. 아마 80년대에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와 함께 20대 청춘을 보낸 세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경주 남산의 마애불


탁발승의 새벽노래

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 간다
별 빛 차가운 저 숲 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깊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 세존이 다녀 가셨나
본당의 목탁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 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없는
수 많은 중생들
추녀 끝에 떨어지는
풍경 소리만 극락 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계단의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 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 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리길 너머 파도 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 북 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노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든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 얼굴
아저씨, 하고 부블 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뒤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 부비며 인사하고

합장해 주는 내 손 끝 멀리 햇살 떠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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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남구 대연제4동 |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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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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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라 2010.12.14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태춘 박은옥 공연 본 적 있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 즐거운 시간 보내셨겠네요.

    • BlogIcon 산지니북 2010.12.14 1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소라님.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이 내부 음향 시설을 싹 고쳤다고 하네요. 자리가 거의 뒷줄이어서 무대 위의 가수들은 콩만하게 보였지만 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했어요. 같이 공연하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