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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굳어진 나를 출렁이게 한다" ―이국환 교수님 인터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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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굳어진 나를 

출렁이게 한다" 

―'원북원부산' 선정,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저자 이국환 교수님 인터뷰


원북원부산 일반도서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저자 이국환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선정은 젊은 날 문학상 공모에 당선됐을 때, 10년 전 제 글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을 때처럼 기쁘다. 전문가나 전공자가 아닌 독자들이 주는 선물이라서 다른 기쁨을 준다. 제가 쓴 글을 많은 분이 읽을 기회가 생겨서 더 좋다.”



고통 속 삶의 가치 찾는 산문집

코로나19로 일상 그리워하지만

불안 속 새로운 일상 맞이한 것

불안 끌어안고 뚜벅뚜벅 나가야


이국환(54)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의 산문집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작은 사진·산지니)는 올해 ‘원북원부산’ 일반 도서로 선정됐다. 책은 방황하고 흔들리며 사는 현대인에게 삶을 버티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을 실었다.

원북원부산은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주최하고 부산지역 41개 공공도서관이 주관하는 시민 독서 생활화 운동이다. 이 교수의 책 외에 원북 청소년 도서로 김지혜 작가의 〈선량한 차별주의자〉, 원북 어린이 도서로 이혜령 작가의 〈우리 동네에 혹등고래가 산다〉가 각각 선정됐다.

이 교수는 지난 1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원북원부산 어울림 한마당’을 통해 독자와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행사는 다음 달로 연기됐고 이마저도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북은 단순히 책 한 권을 함께 읽자는 것이 아니다. 경계를 허물고 서로에게 닿는 길 하나를 함께 열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독자들과 책에 관해 토론하는 공유의 기회가 위축돼 아쉽다.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열리면 텍스트 너머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다.”

원북 작가로 선정된 그는 요즘 많은 공공 도서관과 학교에서 초청 강연 섭외를 받고 있다. 강연 시기는 올 하반기가 대부분이다. 원북 작가는 명예나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해 웬만한 강연 요청을 수락한다.

이 교수는 산문집에서 예술과 철학에서 찾은 의미,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고통과 불안 속에 버티는 삶의 가치,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의미를 단단한 사유와 섬세한 시선을 통해 풀어냈다. 특히 책의 3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가’(129~132쪽) 부분은 코로나19에 직면한 오늘날에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자 할 때 주로 드러난다. 전염력이 높은 코로나19는 누가 감염자인지, 내가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함으로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러한 불안에 적절히 대처한다면 우리는 변화하고 성장하여 삶의 의미를 익혀 갈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불안의 정도나 수준보다 오히려 당사자가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그는 책 제목을 언급했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자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자에게 불안은 영혼을 깨우는 촉매다.”

이 교수는 요즘 앙리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을 다시 읽고 있다. 앙리 르페브르는 철학에서 일상을 처음 주목한 철학자다. “코로나19로 많은 이가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일상이 아닌가. 불안함 속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르페브르는 일상의 가장 위대함은 완강한 지속성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태풍이 강타해도 혁명이 일어나도 그 뒤에 일상은 완강하게 이어진다. 결국, 불안을 극복하고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오래전 읽었던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인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문명은 멸균이다’라는 문구도 코로나 사태에서 새롭게 읽힌다”고 했다.

2009년 동아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학생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동아대 최우수 강의 교수로 여러 번 선정됐다. 몇 년 전 원북원부산 운영위원장을 4년 연속 맡으며 지역 독서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독서에 관한 철학은 어떨까.

“좋은 책을 읽으면 세상과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과 반성을 하게 된다. 책 열 권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깊이 읽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여유가 중요하다. 좋은 책은 굳어진 나를 흔들고 출렁이게 한다. 그 출렁임은 견고한 아집을 무너뜨리고 삶의 깨달음을 준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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