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에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가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는 JTI(전태일) 팬클럽!
11개 출판사 모인 ‘555회’ 1년 5개월간 ‘전태일 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 진행 결실
왼쪽부터 이민호 북치는소년 대표, 조영권 비글스쿨 편집장, 유문숙 보리 대표, 윤은미 산지니 편집자, 전길원 리얼부커스 대표, 이광호 레디앙 대표, 박정훈 철수와영희 대표, 연용호 학교도서관저널 본부장, 조정민 나름북스 대표, 이제용 갈마바람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청계천로 전태일 기념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8년 12월11일 오후 5시.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 5번 출구 근처 한 식당은 떠들썩했다. 이날 10여 곳의 출판인들이 모여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해 책을 한 권씩 내기로 결의를 다졌다. 그 뒤 1년 5개월이 흘렀고, 최근 그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새달 1일 노동절에 맞춰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 시리즈로 묶인 11권의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전태일기념관)에서 이들을 만났다.
전태일의 바보회와 출판인들의 555회
“두세달에 한 번씩 오후 5시에 5호선 5번 출구 인근에서 만났다며 모임 이름을 ‘555회’로 붙였어요. 1969년 6월 전태일이 재단사 친구들과 ‘바보회’를 만든 것처럼요.” 철수와영희 박정훈 대표가 말했다. 10년 전인 전태일 40주기 땐 사회과학 출판사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가 함께 <너는 나다: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라는 한권의 책을 만든 바 있다. 50주기를 앞두고는 좀 더 큰 기획을 해보기로 했다. 2018년 11월6일, 철수와영희 박정훈 대표와 레디앙 이광호 대표가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 아이디어를 냈다. “50주기니까 50곳을 섭외할까 아니 100곳을 모을까, 책을 내겠다는 곳이 더 많으면 어떡하나 즐거운 고민이었죠.” (이광호)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 뜻이 있을 법한 출판사들에 연락했다. 1인 출판사와 지역에 있는 출판사들도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기에 합류한 몇몇 출판사들이 사정상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결국 책을 함께 내게 된 출판사는 모두 11곳이었다. 갈마바람, 나름북스, 리얼부커스, 보리, 북치는소년, 비글스쿨, 산지니, 아이들은자연이다(아자), 철수와영희, 학교도서관저널, 한티재까지다.
사실 이 기획은 각 출판사에 기회이기도 했고, 기회를 잃는 것이기도 했다. 함께 책을 알릴 수 있는 홍보 기회이기도 했지만, 시리즈에 묻혀 개별 책들이 빛을 보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만듦새나 내용, 속도 면에서 서로 발맞춰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출판 경력도, 작업 스타일도 달랐던 만큼 의견도 다양했다. 시리즈의 이름, 출간일, 홍보 전략까지 하나하나 합의를 거쳤다. 박 대표는 “시리즈 제목을 정할 때 의견이 가장 많이 나뉘었다”고 했다. “모두 ‘선수’들인지라 제목 후보만 20개 정도가 나왔어요. 최종 후보에 오른 제목이 ‘너는 나다’, ‘지금 여기 전태일’이에요. ‘너는 나다’가 연대와 나눔의 전태일의 정신을 잘 담고 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죠.”
부산에 본사가 있는 산지니의 윤은미 편집자는 “출판사들의 공동 프로젝트가 대개 서울·경기 중심인데, 지역출판사로서 공동출판 제안을 받아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출판사 동료들을 자주 만나면서 편집자의 자세와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었다”며 “출판편집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얻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1인 출판사인 갈마바람 이제용 대표는 스스로 “이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라고 여긴다고 했다. 홀로 작업하던 데서 벗어나 동료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제 아래 각 출판사가 1권씩의 결과물을 냈는데, 모인 사람들이 경쟁 상대가 아닌 서로 격려하는 동료였어요.”
청년 전태일은 무슨 책을 좋아할까
대학생 친구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던 청년, 책 읽기를 좋아하던 청년 전태일은 어떤 책을 보고 싶었을까. 그가 살아 있다면 어떤 충고를 해줄까. 출판인들은 머리를 싸맸다. 그 결과 노동자문학,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수업, 진보정당 이야기, 전태일의 생애와 청년들의 현실, 전태일문학상 창작소설집, 중국여성노동자 이야기, 편집자가 쓴 <전태일 평전> 독후감에 만화를 붙인 에세이툰, 장기복직노동자투쟁 기록, 다큐멘터리 만화책, 기본소득 번역서, 곤충그림책 등 다양한 결과물이 나왔다. 비글스쿨 조용권 편집장은 책 기획이 늦어지면서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저희 책은 곤충 그림책인데, 기획만 1년이 걸려 시리즈 중 가장 길었어요.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곤충으로 낱낱이 지닌 가치와 연대를 얘기하고 싶었죠. 이게 될까, 고민할 때마다 다른 출판사 분들이 ‘다양한 시각의 책이 나온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힘을 주었죠.”
국경을 넘는 기획도 있었다. 나름북스 조정민 대표는 농민공 문화를 다룬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 공저자인 사회학자 뤼투를 떠올렸다. “뤼투 박사는 20살 때 <전태일 평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대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전태일을 꼽았어요.” 지은이는 기꺼이 자신의 원고를 이번 기획에 내놓았다. 1951년생부터 1994년생까지 중국 여성노동자 34명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책은 부당한 현실에 눈뜨고 항거하는 변화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 출판사 보리에서는 이종철 만화가가 27살 청년의 눈으로 본 전태일의 삶을 그리기로 했다. “전태일 이야기를 하면서 노동강도를 높여달라 부탁할 순 없었어요.” 유문숙 대표와 이경희 편집자가 함께 웃었다. 이 책만은 5월1일이 아닌 7월20일 선뵌다.
‘우리 시대 전태일들’을 다룬 노동 현장 기록은 갈마바람에서 맡아 책으로 만들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노동 환경이 과연 얼마나 좋아졌느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안전장치 없이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 고공에서 복직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고공에서, 거리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장기 투쟁 노동자의 목소리를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제용 대표)
전태일 열사 기일인 11월13일까지 ‘555회’는 함께 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내년에 전태일 51주기 프로젝트를 또 할 수도 있죠!” 모임의 씨앗을 뿌린 이광호 레디앙 대표가 힘차게 말했다. 각 권 인세의 1%는 전태일재단에 기부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2018년 12월11일 오후 5시.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 5번 출구 근처 한 식당은 떠들썩했다. 이날 10여 곳의 출판인들이 모여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해 책을 한 권씩 내기로 결의를 다졌다. 그 뒤 1년 5개월이 흘렀고, 최근 그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새달 1일 노동절에 맞춰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 시리즈로 묶인 11권의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전태일기념관)에서 이들을 만났다.
전태일의 바보회와 출판인들의 555회
“두세달에 한 번씩 오후 5시에 5호선 5번 출구 인근에서 만났다며 모임 이름을 ‘555회’로 붙였어요. 1969년 6월 전태일이 재단사 친구들과 ‘바보회’를 만든 것처럼요.” 철수와영희 박정훈 대표가 말했다. 10년 전인 전태일 40주기 땐 사회과학 출판사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가 함께 <너는 나다: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라는 한권의 책을 만든 바 있다. 50주기를 앞두고는 좀 더 큰 기획을 해보기로 했다. 2018년 11월6일, 철수와영희 박정훈 대표와 레디앙 이광호 대표가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 아이디어를 냈다. “50주기니까 50곳을 섭외할까 아니 100곳을 모을까, 책을 내겠다는 곳이 더 많으면 어떡하나 즐거운 고민이었죠.” (이광호)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 뜻이 있을 법한 출판사들에 연락했다. 1인 출판사와 지역에 있는 출판사들도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기에 합류한 몇몇 출판사들이 사정상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결국 책을 함께 내게 된 출판사는 모두 11곳이었다. 갈마바람, 나름북스, 리얼부커스, 보리, 북치는소년, 비글스쿨, 산지니, 아이들은자연이다(아자), 철수와영희, 학교도서관저널, 한티재까지다.
사실 이 기획은 각 출판사에 기회이기도 했고, 기회를 잃는 것이기도 했다. 함께 책을 알릴 수 있는 홍보 기회이기도 했지만, 시리즈에 묻혀 개별 책들이 빛을 보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만듦새나 내용, 속도 면에서 서로 발맞춰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출판 경력도, 작업 스타일도 달랐던 만큼 의견도 다양했다. 시리즈의 이름, 출간일, 홍보 전략까지 하나하나 합의를 거쳤다. 박 대표는 “시리즈 제목을 정할 때 의견이 가장 많이 나뉘었다”고 했다. “모두 ‘선수’들인지라 제목 후보만 20개 정도가 나왔어요. 최종 후보에 오른 제목이 ‘너는 나다’, ‘지금 여기 전태일’이에요. ‘너는 나다’가 연대와 나눔의 전태일의 정신을 잘 담고 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죠.”
부산에 본사가 있는 산지니의 윤은미 편집자는 “출판사들의 공동 프로젝트가 대개 서울·경기 중심인데, 지역출판사로서 공동출판 제안을 받아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출판사 동료들을 자주 만나면서 편집자의 자세와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었다”며 “출판편집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얻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1인 출판사인 갈마바람 이제용 대표는 스스로 “이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라고 여긴다고 했다. 홀로 작업하던 데서 벗어나 동료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제 아래 각 출판사가 1권씩의 결과물을 냈는데, 모인 사람들이 경쟁 상대가 아닌 서로 격려하는 동료였어요.”
청년 전태일은 무슨 책을 좋아할까
대학생 친구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던 청년, 책 읽기를 좋아하던 청년 전태일은 어떤 책을 보고 싶었을까. 그가 살아 있다면 어떤 충고를 해줄까. 출판인들은 머리를 싸맸다. 그 결과 노동자문학,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수업, 진보정당 이야기, 전태일의 생애와 청년들의 현실, 전태일문학상 창작소설집, 중국여성노동자 이야기, 편집자가 쓴 <전태일 평전> 독후감에 만화를 붙인 에세이툰, 장기복직노동자투쟁 기록, 다큐멘터리 만화책, 기본소득 번역서, 곤충그림책 등 다양한 결과물이 나왔다. 비글스쿨 조용권 편집장은 책 기획이 늦어지면서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저희 책은 곤충 그림책인데, 기획만 1년이 걸려 시리즈 중 가장 길었어요.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곤충으로 낱낱이 지닌 가치와 연대를 얘기하고 싶었죠. 이게 될까, 고민할 때마다 다른 출판사 분들이 ‘다양한 시각의 책이 나온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힘을 주었죠.”
국경을 넘는 기획도 있었다. 나름북스 조정민 대표는 농민공 문화를 다룬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 공저자인 사회학자 뤼투를 떠올렸다. “뤼투 박사는 20살 때 <전태일 평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대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전태일을 꼽았어요.” 지은이는 기꺼이 자신의 원고를 이번 기획에 내놓았다. 1951년생부터 1994년생까지 중국 여성노동자 34명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책은 부당한 현실에 눈뜨고 항거하는 변화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 출판사 보리에서는 이종철 만화가가 27살 청년의 눈으로 본 전태일의 삶을 그리기로 했다. “전태일 이야기를 하면서 노동강도를 높여달라 부탁할 순 없었어요.” 유문숙 대표와 이경희 편집자가 함께 웃었다. 이 책만은 5월1일이 아닌 7월20일 선뵌다.
‘우리 시대 전태일들’을 다룬 노동 현장 기록은 갈마바람에서 맡아 책으로 만들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노동 환경이 과연 얼마나 좋아졌느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안전장치 없이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 고공에서 복직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고공에서, 거리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장기 투쟁 노동자의 목소리를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제용 대표)
전태일 열사 기일인 11월13일까지 ‘555회’는 함께 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내년에 전태일 51주기 프로젝트를 또 할 수도 있죠!” 모임의 씨앗을 뿌린 이광호 레디앙 대표가 힘차게 말했다. 각 권 인세의 1%는 전태일재단에 기부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11권의 전태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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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 이종철 지음/보리 |
읽는 순서 - 노정임 지음, 김진혁 그림/아자(아이들은자연이다) |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 - 강성규 지음/한티재 |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이창우 지음/산지니 |
어느 돌멩이의 외침 - 유동우 지음/철수와영희 |
작은 너의 힘 - 조영권 지음, 방윤희 그림/비글스쿨 |
우리들은 정당하다 - 뤼투 지음, 고재원.고윤실 옮김/나름북스 |
무조건 기본소득 - 다비드 카사사스 지음, 구유 옮김/리얼부커스 |
JTI 팬덤 클럽 - 김인철 외 지음/북치는소년 |
노동인권수업을 시작합니다 - 양설 외 지음/(주)학교도서관저널 |
여기, 우리, 함께 - 희정 지음/갈마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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