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중국이 중국했다라는 중국을 조롱하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우리네 중국관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중국을 독해하는 눈에도 망국의 위기에 처했던 19세기 중국, 여전히 계몽이 필요한 중국이라는 서구식 오리엔탈리즘의 렌즈가 끼워져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구 유럽의 발전 단계는 한 나라를 이해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유럽의 근현대 상()이 기준이 된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중국에서 혁명적 사건(문화대혁명, 천안문 사건)이 일대 변화보다는 현대의 중국으로 수렴해버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990년대 국교정상화 이래로 ·중 관계의 영역은 경제에서 정치·군사로 확장되고 있다. 경제적 친밀성은 중국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 경제는 몸살을 앓는다는 말로 표현될 정도다. 중국의 성격 및 상황의 변화는 중국을 넘어서 한국의 사회·정치·경제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시점에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논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지만, 우리보다 앞서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1972)한 일본의 당시 논의를 참조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무려 20년이나 빨리 중국과 수교를 맺었으며, 이 시기에 진행된 중국관에 대한 논의는 일본 학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주목할 학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 그는방법으로서의 중국(方法としての中国)을 통해서 근대 일본이 중국을 보는 시각이었던 서양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횡적이고 다원화된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유럽의 세계사적 보편법칙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중국을 중국의 내부에 기초하여 봄으로써 유럽 원리와 상대적인 또 하나의 중국 원리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 ()http://www.avis.ne.jp/~nihao/09takeuti-yosimi.html

     ()https://www.luoow.com/dc_tw/106130947


미조구치 유조에 앞서 전후 일본의 중국 근대관이었던 선진=후진의 서열 타파를 주장한 학자는 다케우치 요시미(竹内好). 일본의 근대사상가이자 중국 현대문학 연구자인 그는 루쉰 연구에 몰두하면서 중국 근대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 다케우치 요시미는 일본 지식인층의 진보주의를 비난하며 아시아를 방법으로 삼아 일본의 근대를 논했다. 그는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를 주장하며 당시 일본 학계가 서구를 숭배하는 현상을 경계하고자 했다. 다케우치 요시미는 당시 일본 낭만파식의 감상적 국수주의, 이것과 인과를 이루는 데 아시아 우월감 등을 일본인의 근대 의식 일반에 잠복된 치부로서 루쉰=동양의 편에서 백일하에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일본의 아시아, 특히 중국에 대한 침략의 역사를 그것을 지탱한 의식구조의 심층에서 자기비판한 것이다. 자기비판은 동양의 눈을 통함으로써 전체적인 자기부정이 되었다(방법으로서의 중국, 13쪽 인용).” 그의 주장은 전후 일본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일본 학계의 인식에 비판을 가하며 관심을 모았다. 미조구치 유조는 다케우치 요시미의 논의를 심화시켰다. 그는 근대 일본의 우월의식이 유럽 근대를 보편적 가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부당한 것이지만, 다케우치 요시미의 주장처럼, 일본의 근대를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하는 전면적인 자기부정은 반()역사적이며, ()역사적인 관점이라고 재비판하며 자신만의 시각을 정립했다.


다케우치 요시미(竹内好, 1910102~197733)

일본의 중국문학자이자 문예비평가이다. 루쉰 연구와 번역, 중일관계론, 일본문화 등의 문제에 대하여 많은 평론을 발표했다그는 중국의 근대를 일본처럼 선진 유럽을 그저 수용하지 않고 후진성에 맞서 대결하여 아시아적으로 인민적인 사회혁명·사상혁명을 철저히 확충시키고 그 인민적 철저함에서 유럽의 부르주아적 근대의 불철저함을 넘어서고자 했다라고 평가했다.

참고 자료: 위키피디아(일본어판), https://ja.wikipedia.org; 미조구치 유조 저, 서광덕·최정섭 역, 중국의 근대를 보는 시각, 방법으로서의 중국(산지니, 2016), 30.


중국사상사 연구가인 미조구치 유조는 그의 논문집 방법으로서의 중국에서 중국의 근대화에 대한 일본 학계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중국 독법을 제시한다.방법으로서의 중국13편의 논문으로 중국 근대사를 독해하는 방식을 논했다. 특히 표제작인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책의 정수로 근대 중국 상()이 왜곡되었으며, 전후의 중국연구에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을 통해서 세계를 목적하는 중국학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한 일본, 늦은 중국이라는 서양 근대를 절대시하는 전전(戰前) 일본의 중국관을 비판하고 안일하게 서양 근대에 영합한 일본, 위기에 노출됨으로써 철저하게 비유럽적 근대의 길을 가는 중국이라는 다케우치 요시미의 전후 중국관도 비판하며, 다름이라는 개념 아래에 중국을 상대화·객관화하려고 했다. 다시 말해서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명말청초에서 시작되는 중국 역사변화를 추적하여 중국의 근대상을 재구성했다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번역한 서광덕 교수는 “20세기 후반 중국의 변화를 목도하면서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근대성에 대한 해명을 통해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추구하고자 시도한 선구적인 한 중국연구자의 선언이라고 책을 정의했다.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전후 일본 중국사상사연구에서 비약적인 변화를 이끌었으며, 일본을 넘어 중국의 중국근대사상사 연구가인 왕후이(汪晖), 쑨거(孙歌)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역사·사회·문화적으로 많은 부분을 중국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서양의 보편적 기준으로 중국을 평가하고 있는 우리 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Posted by changchun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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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6.15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장 가까이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중국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 그대로를 인정하고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할 듯합니다. 서평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