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는 1923년 관동대지진 발생 이틀 뒤 치안경찰법에 근거하여 예방검속이라는 명목으로 박열과 함께 체포됐다. 예심과정에서 폭탄을 입수하려 했고, 천왕과 왕태자를 폭살 할 계획을 세웠다며 1926326일 대역죄로 사형판결을 받는다. 일본 측의 회유에도 전향을 거부한 가네코는 우츠노미야宇都宮 형무소 토치기栃木 지소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옥사 중에 자살로 생애를 마감(1926723)한다.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1903125~1926723)

일본 대정시기(일본 원호, 1912730일부터 19261225일까지) 아나키스트다.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 경찰은 치안 유지를 빌미로 요시찰조선인을 체포했다.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은 192393일 단체근거지이자 함께 생활하던 셋방에서 붙잡혔다. 24시간 구류에서 부랑죄가 적용되어 29일간 유치됐고, 48일 후에는 치안경찰법 14조 비밀결사금지 위반으로 정식기소됐다. 일본경찰은 불령이라는 간판을 버젓이 걸고 잡지까지 발행하던 불령사를 비밀결사로 치부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을 은폐하기 위한 조치였다. 옥중 수기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그의 나이는 23세였다. 그의 죽음을 두고 논란이 있다. 당시 그는 임신 중이라 자살할 리가 없으며, 유족이 자살에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요청했으나 간수 측이 방해하여 사망 경위가 불명인 채로 남았기 때문이다. 한편, 20181117, 대한민국은 가네코 후미코를 건국훈장에 추서했다.


참고:

위키피디아(일본판), https://url.kr/SGguRC

김진웅, “가네코 후미코의 아나키즘 수용과 실천,”한국근현대사회학회(2018), 278.


한때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가혹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가네코 후미코는 자신의 생활을 개척하기 위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학을 택하고 도쿄로 떠난다. 그러나 그는 도쿄에서 생활하면서 접한 기독교와 사회주의에 실망하고, 훌륭하다고 대접받는 사람이 되는 것에 무의미함을 자각한다.

 

“‘주의자들은 뭔가 일종의 특별한, 위대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공상이었는지 명확해진 것이다. 아름다운 천상의 꿈에서 더러운 하수구 속으로 떨어진 듯이 환멸스러웠다.”(나는 나, 317)

 

그는 이후 자신을 위한 진정한 만족과 자유를 얻어야 하며 나는 나 자신이어야만 한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혁명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 그의 안력眼力이 놀랍다. 가네코는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주의가 혁명을 이끈다고 해도 결국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는 끊을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억압에서 벗어난 자아가 사회 전체를 번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네코가 재일조선인들과 함께 일본 천황제 부정 활동에 참여한 것은 조선인의 독립운동에 공감한 것이라기보다 어떤 강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고자 하는 행동 발현으로 봐야 한다.

가네코 후미코는 판사의 명령으로 옥살이 중에 출생에서 박열을 만나기 직전까지 자신의 불우한 생애 전기를 기록했다. 재판에서 참고자료로 사용된 수기를 돌려받은 가네코는 구리하라 가즈오(栗原一男)에게 수기를 전달하면서 어떠한 미사여구를 덧붙이지 말고 단순하고 솔직하고 평이하게 서술해 동지들과 세상에 전해주기를 당부했다. 가네코는 가능하다면 더 많은 세상의 부모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가, 정치가, 사회사상가 모두가 수기를 읽어주기를 바랐다. 수기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어렵지 않게 쓰였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 만큼은 무겁게 다가온다. 가네코의 유일한 흔적이 된 옥중수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운명적으로 불운한 탓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나는 나, 238)

 

자신의 불운한 삶에 굴복하지 않고 외부의 강권에 저항하며 오롯이 자신이고자 했던 행동주의자, 가네코 후미코의 삶에 대한 샘솟는 열정을 그의 옥중수기 나는 나를 통해서 엿보길 바란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changchun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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