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오디오북>에서 정우련 소설가의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이 소개되었습니다!
<라라 오디오북>은 부산 교통방송 주말 프로그램인 <주말의 가요데이트> 속 토요일 오후 코너로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며 책 한 구절을 낭독해주는 프로그램이랍니다.
7월 11일 <라라 오디오북>에선 황은덕 소설가가 어떤 내용을 소개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황은덕 소설가: 오늘은 정우련 소설가의 소설집,『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자인 정우련 소설가는 1996년 국제 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지금까지 소설집 2권, 산문집 1권을 출간했고 오랫동안 부산 여러 대학에서 소설 창작과 글쓰기를 강의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작년에 출간된 소설집인데요 모두 7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있습니다.
진행자: 제목이 참 재미있네요, 냄비에 뭔가를 팔팔 끓이는 것이 연상이 되는데 요리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황은덕 소설가: 네,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소설집에 실린 7편의 단편소설 중 표제작으로, 달걀을 삶을 때 물이 팔팔 끓고 난 직후 4분 동안이 달걀이 가장 알맞게 익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달걀에 대한 에피소드가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나온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소설에 소개됩니다.
영화 <엘비라 마디간>은 연인 사이에 아주 짧고 비극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팔팔 끓고 나서 4분간」도 두 연인이 만나서 사랑을 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이별이 암시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데요, 그래서 소설집 제목은 연인 사이의 짧고 뜨거운 사랑의 유효기간을 의미합니다.
진행자: 음식에 비유하긴 했지만 사랑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하군요. 그런데 사랑했던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기억은 오랫동안 소중하게 가슴에 남기도 하잖아요. 사랑의 유효기간 이후의 시간도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황은덕 소설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랑은 아주 짧은 기간에 끝나기도 하지만 평생동안 가슴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도 해요. 이 소설집에도 이런 내용이 실려있어요. 「처음이라는 매혹」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88세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결혼한 지 1년도 안 되서 6·25전쟁이 발발했고 남편이 전쟁터로 나가서 행방불명 돼요. 하지만 이 88살의 할머니에게 조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였냐며 질문을 합니다. 할머님의 대답이 뜻밖에도 '신랑'이었습니다. 그 옛날에 참외밭에서 따온 참외 한 개를 불쑥 건네면서 덧니를 보이며 활짝 웃던, 앳된 신랑의 모습을 평생 기억하고 살아오신 겁니다.
진행자: 네, 소설집에는 주로 사랑이야기가 실려있는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도 궁금하네요.
황은덕 소설가: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이 소설집을 소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소설집 제일 처음에 실린 이야기가 「통증」이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이에요. 재혼으로 결합한 한 예술가 부부의 다소 지친 사랑, 결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뜨거운 사랑 기간이 지난 후에 여러 가지 현실젂인 문제로 갈등을 겪고 싸우는 부부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그 외에도 이 소설집에는 어린 시절과 중·고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한 성장 이야기를 다룬 것도 있고요,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난민들을 구한 선장과 선원들의 관한 이야기도 수록되어있습니다.
▲정우련 소설가/ 국제신문 신귀영
이어서 황은덕 소설가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의 여러 장면들을 짧게 낭독했습니다.
황은덕 소설가: 오늘은 「말례 언니」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부산의 예전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부산 영도구 대평동을 배경으로 한 13살 소녀의 이야기로, 바로 앞집에서 입주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말례 언니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주는 내용입니다.
말례 언니는 학교를 갔으면 고등학교 졸업반쯤 될 나이였는데 무학에다 문맹이었다. 공동 우물이 있던 우리 동네 골목 안에는 우리 할머니를 비롯하여 문맹인 어른들이 여럿이었다. 할머니는 내가 글짓기 대회 나가서 예춘호한테 상을 받았다고 우물가에서 얼마나 자랑을 했던지, 동네 어른들 중에는 내게 편지 대필을 슬쩍 부탁하는 이도 생겼다. 말례 언니가 그 성가신 존재 중의 대표 격이었다.
"보고 싶은 운산 오빠/운봉교 밑을 광천이 흐르고/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가네요/오빠랑 지낸 남원에서의 기쁜 날들을 떠올리면/괴로움은 사라지고 말아요"
“언니, 저 오빠야랑 어떻게 아는데.”
“우리 집에 배달하러 가끔 오잖애.”
“운산 오빠는 어짜고?”
“야는, 뭐를 어째야. 그란데 쟈는 남진이 닮지 않았대? 지는 남진이 아니고 김진입니다, 이러더랑게.”
“운산 오빠가 알면 우짤라고.”
“나가 돈 벌어서 고향에 돌아가면 대평반점 겉은 중국집 차릴겨.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식구들한테 짜장면도 만들어주고. 어디 짜장면뿐이겄어. 짬뽕이랑 탕수육도 깔쌈하게 차려내 놓을겨. 가출할 때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편지를 써놓고 왔는디 풀세 꿈을 정해부렀당게.”
바닷가 맞은편은 자갈치시장이었다. “쩌그 가봤어?”
그가 자갈치 시장을 가리켰다. 아이들이랑 통통배를 타고 자갈치 내려서 용두산공원에 놀러간 적도 있었다.
그즈음 운산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 대필이 뜸해졌다. 그 대신 김진에게 보낼 쪽지 대필이 몇 번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저 벽촌에서 오직 말례 언니 하나만 품고 사는 운산 오빠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말례 언니랑 살고 싶은 김진이나 위태롭긴 매한가지였다. 그들의 사랑이 술빵처럼 부풀어 오를수록 찜찜하고 불안했다.
진행자: 말례 언니가 운산 오빠한테도 대필 편지를 보내고 중국집에서 일하는 김진 오빠한테도 대필 쪽지를 보내는군요. 재밌습니다. 낭독에서 영도구에서 통통배를 타고 자갈치 시장에 내린다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예전에는 진짜 이 구간을 통통배를 타고 왕복했나요?
황은덕 소설가: 네 그렇습니다. 부산 영도구 대평동은 정우련 소설가가 오랫동안 어린시절과 성장기를 보낸 곳인데요, 이 소설집에는 작가의 분신처럼 여겨지는 주인공들이 몇 명 등장하며 말례 언니의 연애편지를 대필하는 '분서'라는 아이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그 외에도 「우리들」이라는 단편 소설에서도 대평동에서 통통배를 타고 남포동까지 5분이면 갈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사실 저는 무엇보다 말례 언니는 누구와 이어질까가 참 궁금합니다.
황은덕 소설가: 결국 말례 언니는 둘 중 누구하고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결국 영도구 대평동을 떠나게 되는데요, 방금 낭독은 풋풋한 내용을 소개해 드렸지만 말례 언니라는 단편 소설은 전체적으로 아주 애잔하고 가슴 아프고 아릿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 소개를 끝으로 황은덕 소설가는 코너를 마무리하는 노래로 패닉의 <달팽이>를 신청했습니다. <달팽이> 가사가 소개된 단편도 있고, 이 노래를 들으며 여주인공이 마치 자기 모습 같다고 생각하는 장면도 나오기에 전체적으로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이랑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하네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며 곳곳에 등장하는 부산 지역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와의 인터뷰] 『팔팔 끓고나서 4분간』의 저자 정우련 작가
[서평] 끓는 점에 놓인 통증과 마주하다.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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