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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 내맘대로 2020 산지니 북어워-드★-와이 편집자 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2. 8.

안녕하세요. 열무 편집자의 [내맘대로 2020 산지니 북어워-드]에 이어 와이 편집자의 [★내 맘대로 산지니 북어워-드★ 두 번째]를 준비했습니다. 

앞서 길을 닦은 편집자의 어워드 이름을 그대로 따르겠습니다ㅎㅎ 이번 역시 심사위원은 저 혼자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올해의 아시아출판네트워크



앞으로 산지니에 새로운 비전을 찾는다면 거창하게 "아시아출판네트워크"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해놓고 조금 뿌듯해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출판은 서구의 저작권을 주로 수입하고 출간해왔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패트릿 출판사라는 새로운 아시아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 저자가 서구 연구자가 아닌 말레이시아 외교관이자 지정학 연구자라는 것!

『벽이 없는 세계를 교정하던 어느 날, 띠리링 연락이 왔다. 패트릿 출판사의 아크람 편집장이 메신저로 "한국에서 책 언제 출간되나요?"라고 '이제 해외에서도 편집 독촉을...' 그런데 얼마 뒤 역자님이 "책 언제 나오나요?"라고 연락이 왔다. 이런 우연이 있나요? 정적인 두 분으로 책 만들 때 정말 국경이, 벽이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올해의 조용해


출간 전 판권 계약과 출간일을 묻는 전화가 출판사로 종종 와서 긴장하게 만들었던 책!!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오니까 조금 조용한 분위기다. 왜 그렇지...? 

『윤리적 잡년』은 미국에서 20만 부가 판매된 화제의 스테디셀러로, 사랑과 성에 대한 열린 관계를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의 역자님들은 네덜란드와 중국에 각각 거주하고 계신다. (그러고 보니 제 담당 저자분들이 해외에 많이 계시네요^^;;) 두 분 모두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온라인으로 편집회의를 하고 나 역시 역자 선생님과 메일, 메신저, 페이스타임으로 원고 진행을 했다. (국경 없는 편집 과정을 다시 겪었습니다ㅎㅎ)

편집부, 디자이너 모두 총력을 기울여 출간했는데 예상보다 판매가 많이 안 됐다. 

사랑에 대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자유롭고 윤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책!!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가 시끄러워졌으면 한다. 흑흑


★올해의 신인


책을 만들 때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로울 수 없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감정이 상한다. 책이 잘 나오면 흩어진 감정들이 풀린다. 그래서 책은 무조건 잘 나와야 한다ㅎㅎ 그런데 이 책은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할까. 물론 기획서를 쓰고 저자를 찾지 못해 이 기획은 버려야 하나 좌절의 시간을 겪기도 했다. 

때마침 구세주처럼 나타난 은정아 작가님!! 

책 만들면서 작가님과 나는 마을 기록이나 자서전 쓰기에 "이 책은 꼭 필요한 책"이라고" 짝짜쿵 쳤고 이 칭찬이 부끄러워 우리 둘밖에 없음을 감사해했다.

어떤 독자님이 책 리뷰에 만약 인터뷰해야 한다면 은정아 작가님에게 하고 싶다고 한 글이 있었다. 그만큼 인터뷰 대상을 배려한 작가님의 섬세한 태도가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인터뷰하면서 "삶이 글보다 앞서지 않도록" 하기 위한 태도와 "말이 글이 되는 방법"을 담았다. 작가님의 첫 책 출간을 축하합니다. 짝짝짝!


★올해의 연대


열 개 출판사와 함께한 전태일 50주기 공동출판프로젝트-너는 나다에 참여한 도서이며, 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에 이 프로젝트가 예심에도 올랐다. 출판사들과 함께 연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 프로젝트로 연대라는 좋은 사례를 남기게 됐다. 

이 책은 전태일 사후 대중적 진보정당 운동의 주요 장면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진보정당의 궤적을 성찰한다. 전태일 사후부터 한국 정치사를 읽고 싶다면, 복잡한 정당사를 요약된 글로 읽고 싶다면 책을 추천한다. 


★올해의 달려라


요즘 노동과 일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이 책의 구절들이 막 떠오른다. 그만큼 책은 우리 사회에 일에 대해 아주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이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읽고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판매될까 고민하는 책이다. 물론 이 책으로 나는 편집자로서 한계와 성장을 동시에 경험했다.

"자기가 선택해서 들어간 직장을 다니면서도 불행해하고, 조직을 왜 그렇게 자주 옮기는지 알 수가 있었다. 나를 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직장, 나의 삶과 갈 수 있는 일을 우리 대부분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는 예전보다 길어졌고, 무엇보다도 생애주기와 가족의 구성, 주변 환경의 변화, 그리고 자기 자신의 내면의 변화 등으로 인해서 하고 싶은 일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의 '나'와 한참 후의 내가 전혀 다른 진로를 원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나는 달라졌는데 진로를 바꿀 수 없다면 그게 문제일 뿐이다."

올해 달리기 시작했으니 내년에 더 멀리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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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에 담지 못했지만 작가님들과 좋은 인연으로 책을 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에 이국환 작가님이 쓴 말처럼, 내년에 또 책으로 맺은 좋은 인연을 기다리겠습니다. 2020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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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든다고 편집부도 고생 많았어요. 
페북에만 있고 블로그에는 사진이 없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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