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산 그리고 자유

정영선 소설가 생각하는 사람들

인턴 이수진 

 

표지에 그려진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어두운 색채, 그리고 그림자처럼 보이는 여백. 한국 전쟁 이후 분단이 만든 탈북자 이야기다. 그들은 한국에 정착한 이후 사람들의 편협한 시선을 겪어야 했다. 누군가는 탈북자를 동포라고 하지만, 일부는 빨갱이라고 부르며 손가락질을 했다. 무엇이 그들을 소외되게 만들었을까자유를 꿈꾸며 탈북한 사람들은 가족을 잃고 정치적, 문화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행복하지 못했다.

그저 분단의 상처를 고스란히 남긴 채 살아야만 했다. 경계에는 투명한 벽이 있었다. 영토 뿐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의 소리는 커져만 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실제 주인공처럼, 현실과 다름없는 삶을 반영했다.

 

   p.67 조선에서도 모든 게 다 허용된 건 아니지만 벽은 늘 눈에 보였다. 여긴 투명한 유리벽에 둘러싸인 기분이었고 무시와 차별이라는 습기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입고 자고 먹는 모든 것이 차별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영은 출판사 일을 제의받는다. 그곳은 책을 출판하는 일 뿐 아니라, 댓글을 다는 곳이었다. 정치 성향이 좌우되는 동안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여러 탈북자들을 만났다. 명문대를 다니지만 자신의 본명인 봄희이름을 쓰지 못하는 수지, 하나원 동기와 축구장이 있는 곳으로 전학을 가고 싶어 하지만 학교가 익숙하지 않은 창주, 그리고 금향, 중개해주는 가 있다. 처음에는 관련성이 없는 인물들이 병렬적으로 배치되었다. 남한으로 내려와 본인의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고 의심받지 않기 위해 고립을 자초했다. 이름을 개명한 것은 낙인을 찍히지 않으려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민주주의를 열망해서 찾아온 인물에게 구조적 모순은 차별 앞에서 무너지게 만들었다.

 

p.84
  “
어머니도 마찬가지지만 창주는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금향 씨는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어머니와 창주, 북한에서 오신 모든 분들은 분단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분단의 벽을 허문 첨병 역할을 하신 거잖아요. 그런 역사적 의미를 잊으면 안 되는데.”

 

창주 선생님의 말씀은 은연중에 차별이 섞여 있다. 유니원의 감시와 억압처럼 무심결에 한 말은 금향에게 비수가 되었다. 사회적 풍토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무신경하게 했던 말은 돌이킬 수 없었다. 대화문 발췌는 일부일 뿐, 친절한 뉘앙스의 말 속에는 북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내포되어 있는 사례였다

북한 사람이 아닌 조선족이라고 명명하여 편견이 아닌 척 둘러서 말했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갈무리 짓는 사람들. 부정적인 폐해는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무엇을 해도 서툴다는 인식은 사회 전반에 퍼졌고, 잘못된 인식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없다.

 

p.114

광장을 가로지르는데 가슴이 뛰었다. 남조선에서 본 최고의 자유는 시위의 자유였다. 정권 퇴진운동을 이렇게 공공연하게 벌일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공화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혁명이 이뤄질 것 같습메까? 이뤄진다 해도 득 볼 건 없디요. 조국을 배신한 처지에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남조선에서 배운건데, 혁명은 돈을 많이 버는 거예요.”

 

북한과 남한을 구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자유.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는 나라 사이에서 자유를 열망한다. 정권이 세습되는 공산 국가에서 탈북민은 생존을 담보하고 국경을 넘는다.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다. 녹록하지 않은 환경에서 전략을 펼친다. 독재에서 벗어났을 때 차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로 인한 실상을 여실히 증명한다.

모든 탈북민의 목적은 그렇지 않겠지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본도 강조한다. 자본이 생활양식을 결정하고 행복의 필요 요건에 해당한다. 자본은 곧 남한의 국경을 건너온 이유였고 지향점이었다.

 

pp.123-124.

멀리서 보면 안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투명한 유리벽이 엄청 두껍고 높았다. 탈북자들은 온전한 한국인이 될 수 없었다. 인도적이니 뭐니 해도 남한 사람들은 남한을 자랑하기 위한 도구로 공화국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 같았다. (중략) 물질이 행복의 유일한 조건이 아니라면 북에도 분명 행복이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하는 사람들에서 다음 인용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출신 국적은 다르지만 투명한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면 차별보다는 연대가 필요한 시점같다. 사회 내 분단 갈등이 사라져야 국가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다. 국경의 경계는 있어도, 마음의 경계는 하나로 연결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생각하는 사람들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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