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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박향 소설가가 ‘외출’했다. 7권의 소설책을 낸 그가 첫 에세이집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산지니)를 냈다.
그가 가로지른 ‘들판’은 2019년 제주도다. 그해 여름 열흘간 제주도로 ‘밥 잘 해 주는’ 친구와 둘이서 여행 가서 서쪽 마을에 머물렀는데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열흘’이란 서문 아래 산문 19편을 묶었다. 짧은 여행을 통해 책 한 권을 쓴다는 건 그만큼 여행 경험이 강렬했다는 증명이다.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아니 텅 비울 수 있는 그런 여행을 가봤으면 하는 감상이 든다.
그는 제주 서쪽 하늘의 노을을 실컷 봤단다. ‘노을은 둥근 하늘 끝까지 분홍과 연보랏빛 물감을 풀어댔다’ ‘오늘 노을은 멍이 든 듯 슬펐다’ ‘노을에 취하면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황홀한 일몰의 아름다움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무엇이 있다’. 그는 노을 속에다가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아프고 늙은 부모의 자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던 일상을 똑 떼어냈다고 한다. 그는 그 노을을 보면서 제주 역사의 아픔이 섞여 있다는 것도 말하고, 신경림의 시를 가져와 ‘산다는 것은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구절도 새긴다.
그는 조선시대에 과거 시험을 보러 나섰다가 태풍을 만나 오키나와까지 표류한 뒤 돌아와 <표해록>을 쓴 제주 사람 장한철을 말한다. “장한철은 과거 시험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길을 떠났는데 표류했고, 그 표류가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업적이 되었다.” 표류를 삶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게 삶의 여행이 아닐까 싶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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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 ![]() 박향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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