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무 편집자입니다.
매일 아침 주문서를 확인하다 보면 대충 판매 흐름이 보이는데요,
신간이 아닌데도 갑자기 상승세를 보이는 책들이 종종 있어요.
"어, 이 책이 왜 갑자기 잘 나가지?" 하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읽어보게 됩니다.
읽어보면 나름의 이유를 찾게 되거든요 ㅎㅎ
그래서 새로 만들어 본 코너, [요즘 뜨는 책] 입니다.
(언제 사라질지 몰라요..)
물 속에 가라앉았다가 다시금 공기방울을 품고 수면위로 올라오려 하는 책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첫번째 도서는... 토마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세상엔 두 명의 헉슬리가 있습니다....
디스토피아 풍자소설 <멋진 신세계>로 잘 알려진 올더스 헉슬리와
'다윈의 불도그'라고 불리며 진화론 옹호에 앞장 서며 싸웠던 토마스 헉슬리!
<진화와 윤리>는 당연히, 토마스 헉슬리의 책이에요 ㅎㅎ
조금 특이한 점은 이 책의 번역자 이종민 선생님께서 중문학을 전공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이종민 선생님은 엄복의 <천연론> 번역 팀에 참여하셨다가 <진화와 윤리>를 번역을 시작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천연론> 속에 내장되어 있는 서구 근대사상의 맥락, 특히 19세기 영국 사회 사상을 이해하는 데에 <진화와 윤리>가 대단히 중요한 텍스트였다고 해요. (이게 바로 학제적 연구?)
'진화'와 '윤리'라니, 두 단어가 어깨를 맞댄 게 어울려 보이시나요?
과학과 문학처럼 어쩐지 조금 상반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진화론을 포함한 자연법칙을 통해 과학적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던 헉슬리도, 말년엔 자연법칙을 인간사회에 적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윤리도덕을 통해 인간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진보적인 일이라고 인식했다고 합니다.
또, 헉슬리는 당시 영국에서 행해지던 종교제도를 '사제주의'라고 부르며 조롱했지만, 사회속에서 종교의 역할은 절대로 가벼이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대요.
참 유연하고 합 리 적이라, 이런 헉슬리의 태도야 말로 과학적 태도라고 평하고 싶어져요.
<진화와 윤리>는 그의 이러한 인식을 담아낸 로마니즈 강좌를 정리한 저술입니다.
<진화와 윤리>는 유럽사회의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던 19세기 후반, 자유방임적 진화를 내세운 자본의 폭력으로부터 인간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윤리 선언이었다.
<진화와 윤리>가 왜 다시금 읽혀야 하는지 알게 해주는 문장입니다.
'시장경쟁'은 우리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원리의 중추가 된 지 오래인데요, 여러 분야에서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죠. 이제는 <진화와 윤리> 속 윤리 선언이, 비단 인간의 노동력 보호 차원에서의 그것으로만 들리지 않고 자연과 생태 보호까지 확장되어 의미화 됩니다.
헉슬리는 지속적인 자유방임적 생존경쟁을 주장하는 스펜서식 사회진화론을 광신적 개인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진보는 매 단계마다 존재하는 우주과정을 억제하여 이른바 윤리과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윤리과정의 목표는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의 생존입니다.
여러모로 현 시대에 중요한 통찰을 전해주는 중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 [요즘 뜨는 책]을 같이 띄워주시는 건 어때요? ㅎㅎ
<진화와 윤리>, 새해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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