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중에는 제주에서 살고 싶은 꿈이 있다. 몇 없는 나의 버킷리스트들도 제주와 관련된 것이 많다.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자주 여행을 가서인지 제주도는 따뜻하고 그리운 곳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하늘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눈길 닿는 풍경마다 그림 같은 제주도는 사실 그 모든 곳곳에 피와 눈물이 묻혀있다.
예전에는 제주 4.3이 일어났었는지도 잘 몰랐던 사건이었지만, 많은 분의 노력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이 4.3의 존재를 안다. 나 또한 국가가 가진 힘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로 공부하게 되었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책에 묘사되는 수많은 악행이 모두 사실을 기반으로 쓰였다는 것에 놀랐다. 어떤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가볍게 짓밟을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권리를 얻고, 누군가의 인생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무참히 끝나야 했던 이야기가 우리의 멀지 않은 과거라는 사실이 무섭고 화가 났다.
제주 4.3의 가장 끔찍한 점은 다른 누구에 의해서도 아닌 우리끼리 서로를 해쳤다는 것이다. 한솥밥을 먹던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등지고 미워하고 총을 겨누고 원망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그때, 제주의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이 책에 관심을 표해 소개하기 위한 북 트레일러를 제작했다. 그곳도 비슷한 역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처음 유럽인들에게 발견될 때부터 이런 끔찍한 역사를 수없이 겪어왔다.
유럽인들에게 그 땅이 발견되기 전부터 이미 발전된 문명을 이루며 살고 있던 마야, 아즈텍 등이 멸망했다. 유럽인과 다른 문화와 그들보다 약한 무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엄청난 수의 원주민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라틴아메리카의 근현대사에서도 군부 독재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곳곳에서 꾸준히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예는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부는 좌익게릴라를 청소하고 국가를 재건한다는 명목으로 더러운 전쟁을 전개했다.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탄압하기 위한 죽음의 수용소가 전국 곳곳에 설치 운영되었다. 그 결과 최소 9천 명에서 최대 3만 명의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희생되었다. 냉전과 좌우의 대립으로 인한 민간인의 희생이 라틴아메리카와 우리의 역사를 연결한다.
이 책이 지구 반대편에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더 많은 사람이 제주의 아픔을 알고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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