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출간을 앞두고 최종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집이 있습니다.
시인은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냈고, 2018년 ‘시와 소리’ 전국문학낭송가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가끔 직접 지은 시를 낭송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번 시집에서 소개할 일흔세 편의 시 가운데, 한 편을 가져왔습니다.
꽃과 별 사이
나만 보면
밥 많이 먹으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각별하지 않아 더 각별한 사이
같은 안부만 묻는 그대로 하여
나의 일상은 고장 난 자전거
이렇게 항상 털털거립니다
그대만을 별쯤 꽃쯤
혹은 그 별과 꽃의 가운데쯤 있는
풍경으로 놓아둡니다
낙엽이 흙이 되는 일처럼
살다가 가뭇없이 잊혀져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손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있어
더 단단한 그리움
사랑 아닌 사랑으로 읽히기 전에
꽃은 늘 별로 피어납니다
각별하지 않아 더 각별한 사람에게 받은 사랑을 그리움으로 표출해내는 시인의 마음에서,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살짝 가늠해봅니다. 등단한 지 10여 년이 훨씬 지나, 그의 시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내놓을 두근거림도 함께 짐작해봅니다.
밤새워 뒤척인 시인의 마음이 그의 시를 기다리고 그의 언어를 그리워한, 어느 누군가에게라도 잘 닿기를... 그래서 오늘 밤엔 꽃과 별 사이 그 어디쯤에서 다디단 꿈을 청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책을 사보지 않고 시로 사유하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책을 만들고 시를 여러 번 읽으며 생각합니다. 여전히 책과 시는 거칠고 메마른 삶을 조금 더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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