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를 망치는 건 유토피아주의자야”
소설가 정광모, 장편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출간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소설가 정광모(59)가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산지니)을 냈다. 인간은 끊임없이 유토피아를 추구하지만 그것은 결국 파국에 이른다는 것을 그려낸다. 인간(세상)의 불완전함이 유토피아를 추구하게 하지만 결국에는 그 추구를 망치게도 한다는 것이다.
‘유토피아를 망치는 건 역설적으로 유토피아주의자야.’(312쪽) ‘유토피아라는 말이 슬프게 들려. 그 말에 열정보다는 진한 체념이 배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유토피아는 결국 무에 가까운 인간이 무에 가까운 공간을 그려낸 거야.’(314쪽) 그렇다면 유토피아 추구는 무의미하다는 걸까.
제목에서 ‘네 번째 방법’이라는 것은 종교, 자본주의, 공산주의, 그다음 제4의 방법을 의미한다. 네 번째 방법은 매우 황당하지만 ‘깨어있는 꿈’이다. 소설은 ‘깨어있는 꿈’인 ‘자각몽’을 소재 삼았다. 꿈속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는 ‘깨어있는 꿈’을 통해 힘겨운 현실을 넘어서는 온갖 가능성의 성취를 내다본다는 것이다. 유토피아가 꿈이라면 꿈속에서 꿈을 추구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구도다.
그래서 뜬구름 잡는다는 느낌이 소설 중반부까지 내내 따라다닌다. 정 소설가는 “자각몽(루시드 드림)은 스스로 자각하고 꾸는 꿈으로, 실제 동호인이나 카페 같은 것들이 만들어져 행해지는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라고 했다. 황당한 얘기만은 아니라는 거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깨어있는 꿈’을 탐닉하는 이들 사이에서 균열이 생겨 결국 파국에 이른다는 것이다. ‘깨어있는 꿈’의 세계에서 대장 노릇을 하면서 통제하려는 독재자도 있고, 작은 행복만을 추구하겠다는 소소한 이도 있고, 성적인 해방과 환락의 유토피아를 만끽하려는 이들도 나온다. 특히 ‘깨어있는 꿈’을 영상화시켜 장사를 해먹겠다는 이도 생긴다. ‘깨어있는 꿈’을 통해 성취하려는 꿈의 크기와 방향이 저마다 다른 것이다.
이렇게 저마다 생각이 달라 결국에는 통제와 억압, 징벌과 처단, 저항과 이탈이 생기는 것이다. 그게 이 세계와 유토피아의 본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 결말에서, 꿈의 독재자는 통제를 벗어난 이들을 ‘깨어있는 꿈’ 속에서 추방하고 처단하지만 결국 그는 추방한 이들 중의 한 명에게 ‘꿈이 아닌 현실’에서 살해된다. 그리고 꿈의 독재자를 처단한 이가 피곤에 지쳐 어떤 꿈조차도 찾지 않는 무한한 어둠과 평화 속으로 젖어든다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어떤 꿈도 찾지 않는 무한한 어둠, 소박한 꿈의 상태가 유토피아일지 모른다는 암시도 있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이 ‘리얼리즘적인 실감’이 덜한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그는 이를 메우기 위해 한국 사회의 출구 없는 현재를 핍진하게 서술하려 한다. 그런 서술이 성공했는가, 그리고 기발한 발상이 무난한 소설적 전개로 이어졌는가라는 것이 이 소설의 관건이다.
출처: 부산일보
알라딘: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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