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중 극심한 한국사회에선 ‘지방’이 인문학적 주제”
‘60대 인문학자,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하세봉 교수 출간
“지금 시간과 공간 가로지르는 인문학 변신 시점”
하세봉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60대 인문학자,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산지니)를 출간했다. 40여 년간 학계에 몸담은 인문학자의 체험적 통찰과 진지한 토로가 담겨 있다.
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먼저 “‘지방’을 인문학적으로 심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문제가 서구, 중국, 일본과 달리 너무나 극명하게 표출되는 한국사회에서 ‘지방’은 한국인문학의 자생이론을 창출하기 위한 모티브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 사명을 지방 인문학계가 짊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지적 태만임이 분명합니다.”
지방의 인문학적 심화는 단순히 중앙 집중을 넘어서자는 것이 아니다. 중심/주변 연구, 나아가 ‘경계’에 대한 착목은 인문학의 새로운 출구가 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지방’은 국민국가를 넘어설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인문학의 지역성을 정치한 논리로 모색하고 있는 학자로 그는 ‘비판적 지역주의’의 구모룡과 ‘지역 구심주의’의 박태일을 꼽았다.
다음으로 그는 공동연구가 인문학의 새로운 방식,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 라고 물었다. “한때 개인 연구가 인문학의 본령이라는 것은 근대적 사유일 수 있고, 인문학에서 학제적 공동연구는 탈근대의 새로운 방식을 탐색할 수 있다는 전망을 갖게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공동연구는 ‘인문한국(HK)’에 이어 ‘인문한국플러스(HK+)’ 연구로 현재진행형이다. 부산에서도 ‘로컬리티 인문학’ ‘해양인문학’ ‘’해항도시의 문화교섭학‘ 등의 많은 공동연구가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그는 “10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10년 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했다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사적인 대화’가 아니라 ‘공개적인 글’을 통해 평가가 엄중히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몇십 억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공동연구가 어떤 이론을 개척했는지 꼼꼼한 사후 평가 없이 그냥 지나친 일이 많다는 거다. 예산만 흥청망청 쓰는 경우를 우려하며, 그렇게 돈을 들였는데도 제대로 된 학문적 성과가 시원찮다면 “다시 인문학은 개인연구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그는 반문했다.
베이비부머 세대, 70년대 학번으로 동양사를 전공한 그는 시간 강사로서 ‘야전’에서 지역 학술운동의 지향을 갖고 고투하다가 52세에 늦게 전임이 됐다. 그리고 2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하 교수는 “배가 고파야 인간과 세상의 고통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요즘 대학교수들은 배가 고프다고 할 수 있는가, 지금 여기를 문제 삼으며 세상의 고통을 직시하는가”라고 물었다. 예컨대 부산은 더 이상 개방성 다양성 포용성의 도시가 아니라는 거다. “부산은 1990년대 이후 인구 역외유출과 감소로 특정 고교·대학 출신이 여론 주도 세력으로 일원화돼 사회적 이슈를 독점하는 배타성의 사회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학자들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여전히 ‘허울’만 붙잡고 있다는 거다.
그는 “우리사회의 지식인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1980~90년대 <창작과비평> <당대비평>처럼 시대 문제를 공유하던 지적 광장이 상당히 퇴색했고요, 학회도 시대 이슈를 제기하는 장이 아니라 논문집 출간의 장으로 전락했어요.” 학자들은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진흥시스템에 매몰돼 연구비 받기에 혈안이고, 학계 자체도 ‘HK+’ 등의 공동연구에 발을 빠뜨리고 있으니 ‘시대와 사회’ ‘지금 여기’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거다. 과연 지금 지식인이 있느냐는 거다. “이런 문제에 대한 환기를 70년대 학번, 386세대들이 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는 “한국은 ‘서울의 지배층들’이 좌지우지하는 중앙정치에 지나치게 과잉된 양상을 보인다”며 “지역의 작은 일들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마을 공동체의 작은 정치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인문학으로 변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 예로 기존 역사학을 넘어설 새로운 세계사로서 해양사 연구를 들었다. 해양사는 탈민족주의, 유럽중심주의를 극복하는 지구사, 환경생태사, 인류가 인류 멸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류세 담론으로 기존 역사학을 넘어설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는 거다. 그는 걱정했다. “정말 공부를 하는 이들이 적은 거 같아요.”
한편 그는 2019년 로컬리티, 동아시아 근대성, 시대적 감성과 풍경 등의 관점에서 <동아시아 엑스포의 역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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