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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걸의 글방

미국에서 '한 책 한 도시' 운동이 시작된 이유

by 산지니북 2011. 10. 24.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3)

웹의 등장 이후 독서환경에서 정보적 기능이 축소되는 등 책이라는 미디어의 환경이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다만, 책이 주는 오락적 기능과 자기 성찰적 기능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책의 기능이 축소 및 변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사회적 의제를 한 권의 책을 통해 한 도시에서 토론하자는 운동이 미국에서는 왜 벌어졌을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사례가 없는 이런 독서운동을 어떻게 고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더 연구할 영역이지만, 추론 가능한 것은 미국이라는 사회가 강제하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다문화사회이다. 소수자 문제에 대해 전체 구성원이 함께 토론해야만 사회통합을 이끌 수 있는 불완전한 구조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유럽의 다른 복지국가에 비해 공공적 인프라가 부실한 사회이다.

특히 출판시장은 1990년대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10개 정도의 출판사가 독점하는 등 다양성이 많이 파괴되고 있는 구조이다.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외하고는 작가가 책을 내려면 호주나 영국, 캐나다에 있는 출판사에서 자비로 출판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완전 도서정가제를 통해 특성화된 서점이 존재하는 등 다양성이 존중되는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아마존서점 등 대형서점의 독점으로 자유경쟁이란 이름으로 정글적인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에서 유색인종 혹은 이민자의 경험을 주제로 다룬 책을 한 도시에서 읽고 의제하자는 것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사회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미국식 운동방식이다. 예를 들면 하퍼 리(Harper Lee)의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주의와 관용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도시에서 한 책으로 선정되어 토론되었다. 다양성이 생명인 사회에서 다양성이 파괴되는 구조를 개혁하고자 출발한 운동이었다고 파악할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 퓰리처 상을 수상한 하퍼 리의 소설로 1960년에 출판되었다.



그렇다면 운동의 취지는 존중하더라도 우리가 이를 도입할 때는 조금 더 실사구시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2003년 이후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운동에서 검토할 요소가 있다고 생각된다. 서울은 각 도서관별 한 책을 읽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청주는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한 도시 한 책 독서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의 시카고에서도 2004년에는 한 작가를 선정하여 토론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방식은 도시의 특색을 살려 더 다양하게 구현 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민간의 다양한 주체와 협력의 네트워크를 할 것인가가 핵심과제이다. 공공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전개하는 독서문화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점을 분석하고 좋은 대안을 시민과 함께 논의한다면 개선이 가능하다. 외국의 제도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요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며 도시마다 조금씩 강조점이 다를 것이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문화 기반시설에서 도서관 수가 꼴찌이지만 도서관 사서를 중심으로 통합시스템을 만드는 등 창발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여 좋은 도서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부산에서 이루어지는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지역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분명히 필요하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들여서 한 권의 책을 읽고 지역의 토론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정보를 더 자세히 공개해야만 참여를 증대시킬 수 있다. 지역 신문의 출판담당 기자와 지역출판사를 참여시킨 토론이 앞으로 지역의 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로 연결되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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