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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인과의 만남_세계 책의 날 기념 행사(대구 용학도서관)

by euk 2022. 4. 28.

지역출판인과의 만남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지난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다. 용학도서관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역출판인과의 만남’이란 토크쇼를 열었다.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의 콘텐츠를 담는 출판인과의 대화에서 지역출판의 가치를 주민들과 함께 되새기기 위한 의도였다.

이날 무대에 등장한 지역출판인은 부산의 산지니 강수걸 대표, 강원 춘천의 문화통신 유현옥 편집주간, 전북 장수의 내일을여는책 김완중 대표, 대구의 달구북 최문성 대표였다. 이들은 여러 가지 여건상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자신의 지역에서 제대로 된 책을 열심히 펴내는 출판인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매년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출판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한국지역도서전을 주최하는 한국지역출판연대에서 함께 활동한다는 점이다.

두 시간 이상 진행된 토크쇼에서 등장한 화두는 지역과 출판이었다. 문명 발달의 원동력은 적당한 결핍에서 태동된 혁신이며, 권력이 집중된 중앙보다는 소외된 지역이 혁신의 터전이었다. 출판 영역에서 살펴보면 서양 문명사에서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1455년 독일의 소도시 마인츠에서 발명됐으며, 지구상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출판물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은 고려시대인 1377년 청주에서 발간됐다. 또한 세계 최대의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도 마인츠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출판의 역사는 인류 문명사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발생하는 정보는 인간의 기억력으로 보관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게 됐고, 일정한 형태를 통해 저장할 필요가 생겼다. 이를 위해 바위에 특정한 기호를 새기는 식으로 기록이 이뤄졌으며 점토판, 파피루스, 죽간, 양피지 등의 형태로 기록매체가 등장했다. 종이의 등장은 이들 매체와 다르게 정보의 대량 수록을 가능하게 한데 이어, 금속활자의 발명은 정보의 대량 확산을 촉발시켰다.

1517년 종교개혁을 시작한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에 힘입어 불과 2주 만에 전 유럽으로 파급됐다. 루터는 금속활자를 가리켜 “복음 전파를 위해 신이 내리신 최대의 선물”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금속활자 발명에 의해 정보와 지식이 대중에게 빠른 속도로 전파되면서 종교개혁과 르네상스의 불길에 타오르게 됐다. 이 때문에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한 42행 성서는 ‘구텐베르크 혁명’이라고 일컬어진다. 42행 성서는 한 페이지에 성경이 42줄로 인쇄됐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인류 역사를 바꾼 혁신의 아이콘인 금속활자 발명에 우리 민족이 자긍심을 가질 대목이 있다. 서양의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선 1377년(고려 우왕 3년) 간행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됐다. ‘직지’ 또는 ‘직지심체요절’로 줄여서 불리는 이 책은 ‘직지의 대모’로 불리는 고 박병선 박사에 의해 1967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됐으며,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고서전시회에서 공개됐다. 2001년에 이르러 승정원일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 있는 책 박람회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최초로 도서전이 열린 것은 1478년. 구텐베르크가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마인츠에서 금속활자 인쇄술로 42행 성서를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 덕분에 15세기 말 무렵부터 프랑크푸르트는 유럽 출판의 중심지 역할을 맡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9년 재개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매년 가을, 닷새 동안 펼쳐지는 국제적인 북 페스티벌로 자리를 잡았다.

글로벌 시대에는 국가보다 도시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도시간의 수평적 교류를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혁신역량도 지역에서 지역으로 파급되고 있다. 그러기에 출판 영역에서도 다른 곳에서는 흉내를 내지 못하는 지역성이 강한 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돋보일 수 있다. 이는 지방분권이자, 문화분권의 핵심요소다. 법률은 물론, 조례를 통해 지역출판을 육성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 출처: 대구일보

 

지역출판인과의 만남

지난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다. 용학도서관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역출판인과의 만남’이란 토크쇼를 열었다.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의 콘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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