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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대책도 토건만이 답일까, 자연 기반 해법을 주목하자

by euk 2022. 8. 17.

홍수 대책도 토건만이 답일까, 자연 기반 해법을 주목하자

 

제주도 곶자왈지대 활엽수 숲. 많은 비에도 빗물은 모두 땅속으로 스며들어가고 서서히 증발산을 일으켜 숲 전체의 습도를 유지하며 다양한 식물이 함께 자라는 환경을 만든다. 특히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 고사리류와 이끼류가 번성한다. 홍석환 교수 제공

 

[왜냐면] 홍석환 |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기후 재앙으로 불릴 만한 홍수 피해가 진정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원인과 진단, 사후 대책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제일 토건국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하 40m에 거대한 콘크리트 시설 설치가 후속 사업으로 발표됐다. 물론 배수시설의 점검과 보강은 반드시 우선하여 진행돼야 할 사업이다. 그러나 거대한 ‘대심도 빗물터널’이 갈수록 강해지는 폭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가에 대한 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사고가 발생하면 더 큰 토건 사업을 진행한 역사가 수십년 동안 되풀이됐음에도 피해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와는 반대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자연 대립의 방법에서 벗어나, 반대로 자연의 보호와 복원을 통해 해법을 찾는 ‘자연기반해법’을 기후위기 시대 9개 핵심 행동 분야 중 하나로 포함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홍수 발생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째,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져야 한다. 둘째, 이 폭우가 한꺼번에 특정 지점으로 몰려야 한다. 셋째, 한꺼번에 몰린 물이 더 낮은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해야 한다. 이 세가지 조건이 결합하면 침수가 발생한다. 이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조절한다면 피해는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현재 거론되는 대심도 터널은 첫째와 둘째 조건을 기정사실로 하고 셋째 상황을 해결하려는 방안이다. 생각을 확장해보자. 둘째 상황을 회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다음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대심도 터널을 만들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그럼 둘째 상황의 해결 방법은 과연 없을까? 포장면에 떨어지는 빗물은 땅속에 스미지 못하고 곧바로 흘러내리지만, 숲에 떨어지는 빗물은 일부만 밖으로 흘러나간다. 숲이 녹색댐인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숲이다. 수도권은 약 50%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어떤 비도 절반은 숲에 내린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현명한 숲 관리로 둘째 상황을 해결하면, 셋째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부산 해운대구의 숲가꾸기를 진행한 소나무 숲. 바닥면을 보면 햇볕이 그대로 바닥까지 비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빗물도 마찬가지로 바닥으로 직접 떨어지고 결국 빠르게 지표면을 따라 숲 밖으로 유출된다. 결국 피크유출량을 높여 홍수를 유발하게 된다. 홍석환 교수 제공

 

여기서 ‘숲 가꾸기 사업’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산림과학원 실측(2003년) 결과, 비가 가장 많이 온 2시간 동안 숲 가꾸기 사업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피크 유출량이 무려 15배나 증가했다. 총 강우량이 330㎜였던 8월 한달 동안 숲 가꾸기 지역은 빗물 65%가 숲 밖으로 유출됐지만, 그대로 둔 숲의 유출량은 23%에 불과했다. 최근 2011~2020년 10년간 진행된 숲 가꾸기 사업 면적은 국토 산림 면적의 46%나 된다. 여기서 유출량 증가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판단되는 풀베기나 덩굴 제거 사업을 제외한 간벌 사업은 총 산림 면적의 25%에 달한다. 수도권 산림에서도 전국 평균치인 25%의 산림에서 간벌 사업이 진행됐다면, 특정 지역 피크 유출량이 무려 4.4배나 증가했을 수 있다. 반대로 이 사업이 없었다면 빗물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서서히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숲에 저장되니, 침수 피해의 근본적 원인이 해결된다. 산사태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자연의 상황은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하다. 그럼에도 숲 가꾸기 사업이 저지대로 몰려드는 빗물의 양을 급격히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숲가꾸기를 진행한 숲 뒤로 진행하지 않은 숲이 보인다. 물을 장시간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상록활엽수를 모조리 베어내어 숲의 녹색댐 기능이 사라지게 된다. 홍석환 교수 제공

 

이 사업은 모두 세금으로 진행된다. 결국 세금을 절약하면 자연의 힘을 통해 홍수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유엔이 자연기반해법을 기후위기를 해결할 핵심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토건 사업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 방법을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숲은 단지 산사태가 발생하는 위험한 곳이 아니다. 관행적이고 파괴적인 해결 방식에서 벗어난 자연기반해법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남해안 일대 상록활엽수 유령림. 어린 숲이라도 숲가꾸기를 하지 않은 숲은 나무가 하늘 전체를 가리게 되어 폭우가 내려도 바닥에 직접 내려오는 물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잎에 떨어진 빗물은 줄기를 따라 빠르게 뿌리로 이동하여 땅속으로 스며든다. 결국 표면으로 유출되는 빗물은 현저히 줄어들게 되어 홍수 피해를 방지한다. 홍석환 교수 제공

 

▶ 출처: 한겨레

 

홍수 대책도 토건만이 답일까, 자연 기반 해법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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