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학/사상』 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sun편집자 입니다.
지난 12월 22일 산지니x공간에서 『문학/사상』 6호의 두 번째 출간 기념행사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행사에서는 편집인인 구모룡 선생님과 편집위원 김서라 선생님이 강연을 해주셨는데요,
이번 행사는 편집주간 윤인로 선생님과 편집위원 김만석 선생님이 지정학과 문학을 얘기해 주셨습니다.
윤인로 선생님은 한반도에서의 지정학, 김만석 선생님은 부산에서의 지정학에 관한 말씀 해주셨답니다.
먼저 윤인로 선생님이 집필하신 「한반도 혹은 '지하-지정학'의 노모스: 최인훈 「총독의 소리」로 부터」는 「광장」으로 유명한 최인훈 소설가의 글을 통해 지정학을 이야기합니다.
「총독의 소리」는 광복 이후에도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은 조선총독이 남북의 지하에 숨어들어 자신의 통치론과 정세 분석을 라디오로 전파하고 있다는 텍스트입니다.
조선총독은 한반도의 아나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하 땅굴에서 라디오 방송을 합니다. 머지않아 제국(=신국)이 부활할 것이라는 총독의 사상은 숨은 총독의 지하(=비밀)-지정학이며 라디오 전파가 닿은 곳은 총독의 노모스가 됩니다.
이 텍스트는 현상적으로 드러난 남북한 정부를 지하에서 섭정한다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총독의 숨겨진 대지, 노모스 안과 밖으로 재량적인 개입, 확정, 취득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제국의 패전은 유보, 지연, 억지되고 정치는 전중, 전시 상태로 보존됩니다.
김만석 선생님이 집필하신 「군사ㆍ(정치)경제적 복합체 도시로서 부산과 문학」은 부산의 병참기지화를 다룹니다.
일제강점기 만주사변을 전후로 하여 일본은 대륙 침략 및 태평양 전쟁을 위해 한반도를 전쟁 및 군수물자의 공급기지로 이용했습니다. 김만석 선생님의 글은 병참기지화가 현재 부산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쓴 것입니다.
미군은 한반도를 군사 개별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부산항은 핵항모가 입항하거나 페덱스를 통해 탄저균이 도착, 오송 미군부대로 배달되었던 곳입니다. 또한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장산에는 레이더 기지가 설치되었습니다. 여기에 안전이나 환경오염에 대한 논의는 없습니다. 공공을 사적으로 훼손하고 정화의 책임자는 부재한 것입니다.
군사시설은 지도상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군사적 기밀이기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론 존재하지만 가시화될 순 없습니다. 이 물성은 레이더 기지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또, 이는 앞서 말한 총독의 라디오 전파와도 비슷합니다. 지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인터넷 여론 조작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하는 주체는 보이지 않고 그들이 남긴 글과 영상을 통해 영향을 받은 사람만 가시화되기 때문입니다.
지배 체제는 더욱 지하로 숨어들고 비밀화되고 있습니다. 김만석 선생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통의 공간을 형성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공공성의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야만 책임의 부재를 없앨 수 있습니다.
윤인로 선생님은 최인훈의 소설에 스스로를 죄인화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고 하셨습니다. 스스로를 죄인화하다. 감이 잘 오는 어려운 말이지만 사실 지금 청년에게 뿌리 박힌 사상입니다. 신자유주의 자기계발사상이 그것입니다. 신자유주의는 체제의 문제와 잘못을 감춘 채 개인에게 모든 잘못을 돌립니다. 지하에 감춰진 체제는 적당히 공개된 비밀, 성공한 사람만을 보여주며 우리를 속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하 지정학은 우리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갈취의 선을 끊고 상호 보호의 길로 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문학/사상』 6호 행사였습니다.
내년 상반기 발간될 『문학/사상』 7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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