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제2외국어는 으레 불어나 독일어였다. 그러나 요즘은 대세가 중국어나 일어라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제2외국어를 하는 학교도 꽤나 된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우리가 배워야 할 언어도 변하기 마련. 조금 더 지나면 러시아어를 배워야 되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는 그 너른 땅덩어리에 측량불가수준으로 묻혀 있는 자원에 청정수까지.. 우리가 한번 눈독을 들여봄 직하지 않을까.
이번에 편집한 <극동 러시아 리포트>는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극동 러시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극동 러시아는 소련 체제 붕괴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잠재력 있는 시장’이란 수식어를 놓치지 않은 채,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을 유혹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 일본은 물론 선진 각국들의 투자 각축장이 된 지도 오래다. 측량불가 수준의 엄청난 양의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묻혀 있고 이 자원 개발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에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대륙을 연결할 수 있는 ‘물류의 이동 통로’이자 해외식량농업기지로서도 큰 가능성을 지닌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전망대에서 본 블라디보스토크 전경
그러나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다. 정보도 부족하고 또 우리나라에는 극동 러시아에 대한 전문가가 별로 없다 보니 출판 관련 서적도 드물고 그러다 보니 아직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땅인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두기엔 메리트가 너무 많은 땅이다.
<극동 러시아 리포트>는 우리나라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연수 생활을 자원하여 러시아 사회를 치열하게 경험하고 그 결과물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은 것이다.
오늘날 극동 러시아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의 현실을 짚어보고 에너지 자원 개발, 건설, 농업 분야 등 우리나라와 극동 러시아의 새로운 협력 관계를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저자가 기자이다 보니 문체도 깔끔하고 아주 쉽고 재미있게 극동 러시아의 실정을 잘 풀어 놓고 있다. 그리고 물론 머리 아픈 정치 경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극심한 양극화 사회이다. 국민주 보드카마저 멀리해야 할 만큼 한층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는 서민들과 달리 영국의 명문 축구 구단 ‘첼시’를 2억 3,300만 달러에 사들이고 미국 대통령 전용기에 버금가는 보잉-767 전용기를 타고 모스크바와 런던을 오가며 좋아하는 축구 경기를 즐기는 ‘세계의 큰 손’ 올리가르히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박봉에 허덕이는 교사나 교수 경찰 등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우리와 달리 교수라는 직업이 워낙 박봉이라 투잡을 해야 되고 경찰은 부수입을 위해 딱지를 떼는 것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원스톱 서비스에 대한 개념은 아예 없고 신용카드 사용도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곳. 참 힘든 곳인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오른쪽 하단 파란조끼 입은 사람은 교통경찰.
그러나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숲이 러시아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클레시’라는 곤충 때문인데 겨우내 낙엽 밑에 숨어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무 위로 올라가서 툭툭 떨어지며 사람 몸 속으로 파고들어가 머리를 박고 피를 빠는데 이 과정에서 뇌염바이러스나 나선균을 전염시킨다고 한다. 무서워서 숲에 어디 가겠는가.^^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극동 러시아의 오늘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혹시나 극동 러시아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살아 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극동 러시아 리포트 - 강승아.전세표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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