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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동래 속의 인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 5.

최근 동래에 놀러갔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인도에 온 착각이 들었더랬죠. 

작년 인도에 여행갔을 때 저를 가장 강렬하게 맞아준 것은, 인도인 특유의 속임수도 아니고, 거리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소도 아니고, 폭주하는 택시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냄새!! 냄새였지요.
동물이나 남자인간이나 지나가다가 마려우면 거침없이 거리에서 그냥 싸버리는 덕에 인도의 거리는 구수한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처음엔 적응하기가 정말 힘들었죠. 옆에 서 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바지를 내리며 살짝 돌아서서 볼일을 보시는 통에 "아니, 이런 구경거리가!" 하면서도 눈을 다른 쪽으로 돌리곤 했습니다. 정말 커다란 문화적 충격이자 구경거리였죠. 그러니까, 인도의 화장실은 이런 식입니다. 


델리역 부근 (사진출처는 같이 갔던 권OO씨)


문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사실 여기에서 해결하는 사람보다 그냥 벽에서 해결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델리이기에 이만한 시설을 찾아볼 수 있지, 바라나시에선 그냥 내리고 해결입니다. 


그런데, 아니 그런데!!
동래에 이런 게 있지 뭡니까. 시간은 저녁 8시경, 장소는 KT전화국 맞은편이었습니다.


떡하니 변기가 대로변에 이렇게 서 있지 않겠어요. 그것도 실리콘으로 단단히 붙여진 채로. 놀란 저는 변기 가까이로 가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어찌나 신기했던지. 도대체 어떤 연유로 변기가 여기 서 있는 것일까요. 몇 가지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1. 노상방뇨 상습지역이다. "CCTV설치, 적발 시 고발조치", "가위로 자른다" 뭐 이런 문구를 붙여놔도 아무 실효를 보지 못했던 주인이 마지막 방책으로 세운 것이다.
2. 뒤샹의 변기 작품을 보고 감명받은 주인이 길거리 예술을 실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3.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온 주인, 거리에서 아무때나 해결할 수 있었던 그 편안함을 대한민국에 도입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뭐가 됐건, 저는 이 변기 덕에 한참 웃었습니다. 순간 인도에 온 것 같아서 여행 온 기분도 느낄 수 있었고요. 부산에 이사온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부산 곳곳을 돌아다닐 때 마다 여행 온 기분인데, '따블'로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요. 

동래에는 온천도 있고, 맛있는 파전도 있고, 이런 변기도 있어서 정말 좋은 동네입니다. 
동래는 좋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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