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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산지니 야. 유. 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17.

야. 유. 회 다!


 지난 토요일 평소에는 문자와 씨름하는 산지니 가족들이 이학천, 전성욱 편집위원과 함께 자연을 만나러 경남 김해 생림면에 있는 도요마을로 떠났다.


도시는 농촌 없으면 살 수 없지만 농촌은 도시 없어도 살 수 있다는 말.

도요마을은 이 옛말을 잘 따르고 있었다. 마을에는 흔한 슈퍼조차 없어 물 한 병도 살 수 없었다. 부산에서 대략 1시간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생활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문득, 이제부터 도시를 떠나 온 우리가 소비할 건 푸른 산과 유유히 흐르는 강, 그리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풍경은 새롭게 바뀌었다. 도요극장 밖




도요에서 우리를 맞이한 건 마을 주민이자 문학가 조명숙 선생님과 최영철 선생님. 조명숙 선생님은 『댄싱맘』, 최영철 선생님은『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로 산지니와 인연을 맺었다.

작가를 만나면 동물적으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문체와 구어가 다르듯, 문체로만 만나는 게 대부분인 작가와 독자의 만남 속에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이제부터 그들의 문체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래서인지 목소리는 들으면 들을 수 록 신기하다.


오른쪽부터 최영철 선생님, 조명숙 선생님 그리고 산지니 가족들


 예전에는 모두 감자밭이었으나 지금은 정부사업으로 도로로 변했다.


여하튼 우리는 부산과 도요마을의 시차를 적응하지 못한 채 최영철 선생님의 목소리를 졸졸 따라갔다. 아래쪽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다리 위로 간간히 기차가 지나다녔다. 주변에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답답하지 않았다.

최영철 선생님은 산지니가 왔다고 도로를 만들었다고 농담하셨는데 정말로 정부사업으로 새로 도로를 만든 길이었다. 한때는 모두 감자밭이었다고 하니 『동백꽃』에 점순이는 어디서 감자를 캐고 있을까, 여름에 감자 찌어 먹으면 맛있는데 하는 별별 생각을 하다가 도요마을에 핫 플레이스, 정자로 향했다.


도란도란 밥먹는 우리들


역시 야유회의 꽃은 도시락. 김밥과 닭강정, 다양한 과일 등 든든하게 먹을거리를 사온 우리는 마음껏 먹었다. 최영철 선생님과 도요 마을 이야기도 하고 전성욱 선생님의 상하이기행 후기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도시락의 깍두기는 산지니의 K가 되었다.


전성욱 선생님의 특유의 묘사력과 생생한 목소리로 상하이의 K 이야기는 우리 배꼽을 빠지게 했다. 거기에 평소에 우리가 아는 K까지.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 하는 상사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부지런한 우리의 K는 그렇지 않고 늘 사무실을 배회한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쏟아져 나온 K의 이야기들. 물론, 참을 수 없을 만큼 웃겼다. 뭐, 야유회니까...

그렇게 야유회만 간다면 비가 온다는 대표님의 징크스대로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징크스에도 강약이 있는지 비가 왔지만 좋았다. 초록은 진하게, 바람은 시원하게. 땅은 촉촉하게.



비가 내리자 차가 올때까지 잠시 정자에서 기다리고 있는 세 분. 왠지 인상적이다.


발걸음을 옮겨 도요가족극장에서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갔다. 이번 뮤지컬은 생림초등학교 전교생 70명과 교사들이 참여한 동요뮤지컬로 연희단 거리패 지도로 만들어진 무대다. 뮤지컬 <푸른 하늘 은하수>는 작지만 강한 무대였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순수했고 모두가 함께 참여했기에 아름다웠다.




도요마을에 있는 창작스튜디오. 배우의 집부터 연극 할 수 있는 무대와 공간들이 있다.


생림초등학교 어린이 뮤지컬이 시작된다. 덩달아 떨린다.




마지막 장소는 최영철 선생님과 조명숙 선생님 집으로 갔다.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는 종횡무진 했지만 출판 안에 있었다.


그러는 동안 비가 왔고 해가 지고 있었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이별의 시간은 더 길었겠지. 한참을 이별의 인사말을 나눈 후 우리는 도시로, 부산으로, 집으로, 일상으로, 저녁으로 향했다.

야유회가 끝나고 다시 높이 멀리 날기 위해 날개를 펼치는 산지니. 

도요에서 느낀 데로 작지만 강하게. 푸르게, 단단하게.


그럼 다음 야유회 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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