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아직 4월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반소매 옷을 입고 일하고 있는 편집자 초록입니다🌳
따뜻한 날씨가 반갑기도 하지만 벌써 여름이 와 버렸나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한 요즘인데요,
그만큼 기후위기가 성큼 다가왔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주류 담론의 지형을 뒤흔들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문학/사상』이 벌써 7호를 맞았습니다.
이번 『문학/사상』 7호는 우리 앞에 당도한 ‘기후위기’를 주제로 다양한 담론들을 담았는데요,
(앞서 제가 기후위기를 언급한 이유를 눈치채셨나요?)
출간을 기념하며 27일, 『문학/사상』 7호의 다양한 ‘기후위기’ 담론에 대해
구모룡 편집인, 김만석 편집위원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구모룡 편집인의 『문학/사상』 소개로 저자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창간호 출간 이후 4년의 시간이 흐른 것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편집인은 문학이라는 텍스트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상 사이의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반연간지의 제목을 『문학/사상』으로 붙였다고 말했습니다. 『문학/사상』은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심에 집중되어 있는 제도와 문화에 균열을 내고 그것을 능가하는 주변부의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구모룡 편집인은 "장소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중심과 주변부가 나뉘어 있다"고 말하며 주변부의 가치를 찾아 기술하는 것이 『문학/사상』의 의미이자 역할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7호의 주제는 왜 '기후위기'일까요? 구모룡 편집인은 "중심과 주변 할 것 없이 피해를 주는 기후위기이기에 『문학/사상』이 기후위기를 다루는 것이 뜬금없게 들릴 수 있으나, 그만큼 시급한 문제이기에 이를 문학의 관점에서 다룰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김만석 편집위원은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기후위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며 "문학 내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등장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기후위기를 어떻게 우리의 문제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 보자는 의미에서 『문학/사상』의 주제로 삼았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논의와 주장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구모룡 편집인은 "확실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인간의 행위가 지구의 문제, 즉 인간 외부로 전환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인간이 행성 문제의 주체이자 책임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인식과 체계, 철학과 문학이 변화를 맞고 있는데, 구모룡 편집인은 그중에서도 실재론에 주목했습니다. 실재론은 '모든 사물이 행위자이고 주체자라는 시각'을 일컫는데, 사물에 인간성을 부여하는 애니미즘과는 다른 시각이라고 합니다. 편집인은 사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시는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고 말하며 소설은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소설은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칫하면 기후위기 소설이 SF와 구분되지 않기도 한다며, 지금 나와 있는 환경소설은 우리에게 친숙한 SF소설일 뿐 기후위기 소설이라고 부르기는 무리라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문학의 역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이지만, 구모룡 편집인은 '아미타브 고시'와 '클라이브 해밀턴'을 예로 들어 수많은 문학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인도의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는 소설은 플롯이라는 형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기후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구모룡 편집인은 벤야민의 말을 인용하여 그 뜻을 설명했는데요, "소설은 언제나 실제 뒤에 흘러나오는 사후적인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미타브 고시는 자본주의적 패턴과 부르주아 규범을 따르는 지금의 소설의 형식이 아닌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구모룡 편집인은 아미타브 고시가 기후위기 소설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동물이 주체로 등장하는 서사시', '삽화, 만화 등의 형식을 혼합한 형태의 소설' 등이 기후위기와 인류세 시대에 소설의 방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습니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신인간중심주의'를 내세웁니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것은 인간이기에 그 해결의 주체도 자연이 아닌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중심에 선 인간이 이 모든 책임을 지는 거대서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구모룡 편집인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뛰어넘는 개념으로서 '신인간중심주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아직 이 이론에 상응하는 작품이 나오지는 못했다"고 기후위기 시대에 문학의 위치를 다시 한번 짚었습니다.
사물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는 '사변적 실재론', 기후위기 해결의 중심에 인간을 세우는 '신인간중심주의', 지금의 형식을 뛰어넘는 다른 형태의 소설… 이자리에서 언급된 방법들 외에도 종의 문제나 기후행동, 자본주의를 다루는 다양한 갈래의 문학이 시도되고 있다고 합니다. 구모룡 편집인은 이처럼 작가 모두가 기후위기와 관련된 논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며 북토크를 마쳤습니다.
아직 명확한 해결책이 등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구모룡 편집인과 김만석 편집위원의 대화를 들으며, 저 또한 기후위기라는 시급한 문제를 맞아 문학은 어떤 시도를 해 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더불어 편집자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무엇이 있을지도요.
'기후위기'라는 주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인지, 『문학/사상』 7호 저자와의 만남에는 유독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이분들을 보며 우리 앞에 당도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바람도 가졌습니다. 먼 길 찾아와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문학/사상』 8호는 어떤 주제 아래 어떤 담론을 다루게 될지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에 출간될 『문학/사상』 8호를 관심 갖고 기다려 주세요! 정기구독을 통해 『문학/사상』이 제안하는 문제의식에 대해 알아가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럼 산지니는 다음 행사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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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사상』 7호에서 다루는 기후위기 시대 문학의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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