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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지구에 대한 책임_산지니 1차 독서 아카데미 <기후위기와 문학의 대화> 후기 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7. 19.

이렇게 장마가 다가오는 여름이면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에 대해 매우 실감이 납니다.
작년 이맘때쯤엔 강남의 침수로 인해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이번 달 내내 폭우와 물난리로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점점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모두 안전하고 무탈히 이번 여름을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난 6월부터 산지니X공간에서는 1차 산지니 독서 아카데미 <기후위기와 문학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독서 아카데미는 총 15주간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지난 7월 13일까지 총 네 번의 강연이 진행되었는데요!
7월 20일 1차의 마지막 강연인 <시로 읽는 기후위기> 강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4, 5강의 후기는 또 다른 포스팅으로 돌아올게요!)
과연 산지니 독서 아카데미에서 어떤 강연이 펼쳐지고 있는지 그 현장을 한 번 확인해보시죠!
 

 
산지니 독서 아카데미는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현재를 바라보고 이를 직시한 문학의 필요성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 첫 시작은 산지니에서 발간하는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입니다.
 

 
지난 2023년 상반기 발행한 <문학/사상> 7호는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어느 날 불현듯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소비와 무분별한 낭비에 의해 생겨난 재난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기후와 인류가 무슨 관계가 있어서?'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한 것은 인간이고, 지구인으로서 지구의 이상현상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구모룡 평론가가 진행한 1강 <기후위기와 인류세의 등장> 강연에서는 '인류세'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날 강연의 주요한 책은 클라이브 해밀턴의 『인류세』였는데요. 인류세는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주장한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는 지구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음을 자명하게 들어내는 단어라고 할 수 있죠. 파울 크뤼천은 기후위기와 인류세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신인간중심주의'라고 말합니다. 핵심적으로 말하자면 인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지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거죠.

제가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포스트 휴머니즘을 프랑켄슈타인에 비유한 것인데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자신이 만든 괴물을 피하고 회피하는 모습이 기후위기를 대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자세라는 점이 상당히 공감이 가고 인상 깊었습니다. 
지구 시스템을 지속하는 선에서 스스로의 활동 범위를 허용하고 기꺼이 종말론적으로 향하는 인류. 인류세의 새로운 서사를 위해서 필요한 인류의 책임에 이야기하는 강연이었습니다.

지구를 파괴하기보다 지구를 달래고 보호하기 위해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까?

 

 
2강 <지구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에서는 정광모 소설가가 『지구표층환경의 진화』를 바탕으로 지구의 변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1950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한 이산화탄소 함량을 나타내는 킬링 곡선과 수만 년 동안 이어져온 지구의 지질 연대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지구에 대해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도 많았는데요. 심해에서 관측할 수 있는 '마린 스노우'라는 아름다운 자연 현상이 있지만 기후위기로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천막애벌레의 '대발생'의 사례를 들어 한 곤충학자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심각한 대발생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종의 대발생"이라고 전한 이야기, 남극이 녹았을 때의 벌어질 상황과 해수면 상승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강연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지구의 환경에 대해 알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변화 이전에 살았던 생물과 현상들을 조우하고 나니 인간이 급격하게 변화시킨 환경의 차이가 도드라졌습니다.
PPT를 통한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신 정광모 소설가는 지구표층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뿐 아니라 소설가로서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의 이야기를 빌려 겸손해야 하는 인간에 대해 말하며, 필멸의 인간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러니 항상 생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기를 지켜보며 기다리되, 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마시오.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 종말에 이르기 전까지는.

 

 
3강 <우리가 사는 세계와 기후위기>에서는 정영선 소설가가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통해 자본주의가 야기한 기후위기에 대해 알아봅니다. 사실 이전의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자본주의, 소비 등에 대한 수강생 분들의 질문과 의견이 많았는데요. 이번 강연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장을 강조하는 시대, 자본주의 시스템에도 탈성장이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이번 강연을 들었는데요. 인상 깊었던 것은 이런 사회일수록 불쉿(bullshit) 노동을 경감시키고 필수 노동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홍보에 필요한 마케팅, 광고, 금융, 보험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과 이익을 위한 노동이라는 거죠. 이러한 노동에 빼앗긴 인력을 아이를 돌보는 등의 노동집약적, 필수적 노동에 투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연의 순환에 맞춰지도록 노동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정영선 소설가는 3.5%의 힘을 강조하였습니다. 기후위기를 떠올리다 보면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해결책이 없는 것 같아 때로 부정적으로 비관하곤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5%의 사람들이 뜻을 모으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번 강연의 마무리가 여운이 깊었습니다 :)

우리가 목표해야 하는 올바른 방향을 알아내려면 먼저 기후위기의 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원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난 시점이 산업혁명 이후, 즉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번 강연을 통해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처음으로 경각심이 생겼다는 수강생들을 만날 때마다 독서 아카데미를 지속하는 의미를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특히 독서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도중 이렇게 경악스런 폭우를 맞이하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네요.
15주 동안 진행되는 독서 아카데미, 내일 오후 2시 1차  아카데미의 마지막 강의입니다.
2차는 한 주 쉬고 8월 3일에 첫 개시입니다!
1차의 마지막 강의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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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문학의 대화> 온난화가 역력하고 폭염과 혹한, 가뭄과 홍수가 도처에서 빈발하면서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기후위기 관련 도서를 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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