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소식을 전합니다.
티베트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동한 페마 체덴이 별세하였습니다. 향년 53세. 조금은 이른 나이의 갑작스러운 이별의 소식입니다. 페마 체덴은 두 편의 새로운 영화를 작업하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페마 체덴. 그가 남기고 간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페마 체덴(萬瑪才旦) (1969~2023)
티베트인으로서 작가이자 영화감독, 번역가다. 시베이 민족대학에서 티베트어와 문화를, 베이징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1991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티베트어 소설집 『유혹诱惑』, 『도시 생활都市生活』과 중국어 소설집 『방랑 가수의 꿈流浪歌手个梦』, 프랑스어 소설 『Neige』, 일본어 소설 『영혼을 찾아서寻找智美更登』가 있다. 그의 작품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체코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2002년부터 티베트의 문화와 생활을 깊이 있고 세심하게 그려낸 영화를 만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고요한 마니석静静的嘛呢石>, <진파撞死了一只羊>, <영혼을 찾아서 寻找智美更登>, <올드 독老狗>이 있다.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각본상, 상하이영화제 아시아 신인 최고감독상, 중국 진지상 최고연출가 데뷔작상, 도쿄 FILMeX영화제 최고영화상, 브루클린 영화제 최고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포털사이트에 페마 체덴을 검색하면 '완마 차이단'이라는 검색 결과가 나옵니다. 완마 차이단은 그의 이름 萬瑪才旦을 중국식으로 발음한 것이고, 페마 체덴(Pema Tseden)은 그의 티베트 이름입니다.
페마 체덴을 설명할 때 티베트인이라는 정체성을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페마 체덴 이전에도 티베트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비(非)티베트인이 관찰자적 시선으로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티베트 영화'로 볼 수는 없습니다. 페마 체덴이 사실상 최초의 티베트 영화감독이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연출을 시작한 페마 체덴은 2005년에 그의 첫 번째 장편영화 <성스러운 돌>을 제작합니다. 이 영화는 티베트 감독과 티베트인 스태프들이 티베트 문화를 티베트어로 제작한 최초의 장편영화라 평가받습니다.
그는 중국영화 내에서는 '티베트영화'라는 독특한 로컬영화의 영역을 개척한 독립영화감독으로, 외부적으로는 중국-티베트 간의 정치적 주권문제라는 상황과 중첩되며 주목을 받는 감독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동시에 페마 체덴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가였습니다. 그의 영화는 그가 쓴 소설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페마 체덴 영화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는 그의 소설을 먼저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산지니에서는 2018년, 페마 체덴의 두 번째 단편집인 <마니석, 고요한 울림>을 번역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에는 열 편의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페마 체덴은 소설에서 티베트라는 공간을 현실이자 판타지적 공간으로 사용함으로써 현실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들, 현실의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의 인과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티베트 땅과 문화, 그 곳의 사람들에 대한 실마리를 페마 체덴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페마 감독은 영화 창작에 앞서 작가로서 문학 활동을 먼저 시작하였다. 1991년부터 티벳어와 중국어를 사용하여 이미 40여 편의 중단편 소설을 발표해왔다. 티벳어로 쓴 소설로는 「유혹(誘惑)」, 「도시생활(城市生活)」 등이 있으며, 중국어 소설로는 「유랑가수의 꿈(流浪歌手的夢)」과 최근에 나온 「마니석, 고요하게 울린다(嘛尼石, 靜靜的敲)」 등이 있고, 중국어로 번역한 글로는 「티벳: 다하지 못한 이야기(西藏: 說不完全的故事)」가 있다. 그는 티벳어와 중국어라는 두 개의 언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티벳어와 중국어 사이의 글쓰기는 상호보완 관계와 같다”고 긍정적으로 말한다.2) 그의 문학작품의 우수성은 평단에서 이미 인정받아왔는데, 칭하이성이 주관하는 제4회 문예창작평장(文藝創作評獎) 우수작품상을 비롯하여, 제5회 중국당대소수민족문학창작(中國當代少數民族文學創作) 신인우수상, 그리고 1981년 칭하이성에서 창립된 티벳문학의 대표적인 문학지 ‘장치아얼(章恰爾)’에서 주는 ‘장치아얼 문학상’을 받아 티벳을 대표하는 청년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페마 감독의 문학가로서의 감수성과 자질은 그의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시적 감성을 자극하는 빛나는 영상미학을 만드는 동인이 되었다. 페마 감독은 문학과 영화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에, “문학과 영화는 기본적으로 유사하며, 문학은 나에게 영화를 찍는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해주었다”고 말한다.
문학이 자신의 영화에 미친 영향을 묻자, “문학과 영화는 기본적으로 유사하며, 문학은 나에게 영화를 찍는 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해주었다. 예를 들면, 시나리오를 들 수 있겠다. 아직까지 나는 소설이 영화보다 더 편하다”고 답변하였다.
_강내영, <중국 청년감독 열전>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중에서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페마 체덴 감독을 추모하는 특별전이 12월 10일까지 열립니다. 소설집 <마니석, 고요한 울림>에 수록된 「타를로」 또한 상영이 되네요. 페마 체덴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이야기들을,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www.dureraum.org/bcc/mcontents/progScheList.do?rbsIdx=226&progCode=20231125001
*이 포스팅의 내용은 <중국 청년감독 열전>(산지니, 2016)과 <마니석, 고요한 울림>(산지니, 2018)의 해설(임대근)을 바탕으로 합니다.
<마니석, 고요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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