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어느새 이렇게 저물어가고 곧 새해를 앞두고 있습니다.
유독 추웠던 지난 20일, 산지니에서는 장미영 소설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소설가의 첫 책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북토크가 열린 것인데요,
첫 책을 낸 소설가의 마음은 어떨까요?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어떻게 쓰였을까요?
따뜻하고 재미났던 북토크 현장을 공개합니다.
장미영 작가의 책 소개로 북토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독자였는데 책을 출간하게 됐고, 작가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짧은 소감을 함께 전했습니다.
"이 책에는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습니다. 등단 전부터 꾸준히 써온 글들이고 이 글을 묶어 소설집을 내게 됐습니다.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우리는 이 시회에서 과연 진실, 진심의 땅에 가닿을 수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절된 현실 사회의 소통의 문제’나 ‘소통에서 오는 언어의 진실과 거짓의 이면’을 주제로 쓴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먼저 표제작인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옆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도 잘 듣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빌라라는 공간과 오염된 소음, 휘파람새라는 자연의 소리 통해 장미영 작가는 소통이 부재한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등단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2019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일용직 젊은이의 시선으로 이웃과 단절된 우리 시대의 삭막한 풍경화를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소리'라는 청각적 요소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이 글을 쓸 때 ‘폴리아티스트(음향전문가)’ 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소리 역시 언어의 다른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의원에서 나는 소리, 홍주의 샐프효과음, 밴드의 불협화음, 빌라 사람들의 일상의 소리, 여자의 의자 끄는 소리... 모든 게 소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데 이 소리들은 아름답지가 않습니다. 자연에서 듣는 소리와는 다르게 오염된, 거짓된 소리라는 겁니다. 그 소리 자체가 ‘단절된 현실’, ‘소통의 부재’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특별히 잘 듣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과의 관계 회복을 바라는 모순된 심리를 ‘소리’라는 오브제로 연결시켰어요. 이 소설에서 소리는 아주 중요한 매개물입니다. 결국 아버지가 그랬듯, 청년도 사려니 숲(신비한 숲)으로 떠납니다. 휘파람새의 소리를 찾아 나설 때 진실을 마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소리라는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소설집에 실린 또 다른 작품 「거짓말의 기원」은 어린이집 내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와 학부모의 갑질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장미영 작가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로서 이러한 소재를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실 현장에 있다 보면 이런 갑질 문제는 비일비재합니다.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학부모한테 전화가 와서 ‘니가 선생이가? 정신 좀 차려라’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TV나 뉴스를 보더라도 교권붕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보고 듣게 됩니다. 불편한 이야기입니다.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아무래도 현장에 있으니 접근이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조금이라도 공감을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게 된 소설입니다. 누구나 각자의 입장이 있고 서로 느끼는 온도차가 다릅니다. 불편하고 민감한 부분이라, 걱정도 됐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오해와 편견들이 ‘거짓말의 기원’ 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에는 생활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붉은 벽돌집」에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단절된 채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 등장하고, 「그룹 헤로인」은 예술과 사랑의 경계에 선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룹 헤로인」의 주인공 '준'은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 '헤로인'의 리더 '병화 형'을 예술가로서 존경합니다. 여자친구 '가인'과 병화 형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목격했는데도요.
"준은 음악적으로 천재적 재능을 지닌 병화 형을 우상처럼 생각합니다. 스물두 살의 변변치 못한 준은 형처럼 되고 싶어 합니다. 병화 형과 가인의 불륜장면을 목격했을 때마저 ‘숨을 불어넣어 하나의 음악을 탄생시키는 작업’이라고 표현합니다.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병화형, 나, 가인 삼각관계로 초점이 맞춰질 수 있는 작품이지만 ‘예술의 가치’가 이면에 내포되어 있다는 걸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준에게 병화와 가인에 대한 사랑의 의미가 다르고 방식이 달랐던 것이죠. 병화 형을 예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장미영 작가가 이처럼 방황을 겪는 현대인들에 대한 애착,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 역시 지금도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은 제 모습들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세상이 조금은 내 마음 같았으면 싶었는데, 여전히 세상도, 사람도 내 마음 같지 않기에 방향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방황을 겪는 현대인들의 삶에 더 눈길이 간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소설집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 이를테면 교사의 교권 붕괴나 청년 문제 등을 소설로써 풀어내는 것. 그것이 소설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작가로서 사는 삶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와 소설 쓰기라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해 장미영 작가는 "일에서 오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글 쓰는 작업이다.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자유와 행복을 느끼고는 한다. 두 가지 직업의 병행이 고되고 힘들지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 주는 기쁨과 뿌듯함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장미영 작가와의 북토크는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끝나지 않은 약속」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장미영 작가는 로맨스 소설을 꼭 써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섯 가지 사랑 이야기'라는 소재로 여자가 주인공인 연작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미영 작가는 장편소설 또한 쓰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북토크에 참여한 독자들에게 장르에 대한 키워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범죄 관련 장편을 쓰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힌트랄까, 키워드를 말씀드리자면 전당포, 유에스비, 목숨, 거래, 기억, 살인 이런 것이 될 수 있겠네요. 저는 퇴고도 상대적으로 오래 하는 편이고 그래서 남들보다 느린 걸음으로 걷는 소설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쓰게 될 소설들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잘 챙겨서 차근차근 걸어가 보겠습니다."
작품 이야기는 물론, 장미영 작가의 일상과 새로운 작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몹시 추운 날씨에다 여러모로 마음이 바쁜 연말에도 많은 독자분들이 현장을 찾아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산지니는 올해의 마지막 북토크를 앞두고 있는데요,
22일 열릴 『경성 브라운』 북토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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