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헝클어진 내면을 탐구하고 상실된 마음을 애도하는 일기의 의미,
여성이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서 삶을 기록하는 여정이 담겨 있는 책
누구 보여줄 것도 아닌데 괜히 멋지게 써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에 매번 미루게 되고, 자꾸만 멈추게 되는 일기. 하지만 의식과 무의식을 교차하며 쓰는 진솔한 일기 쓰기는 자신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자신과 마주하며 일상에 억압받은 감정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됩니다. 말린 쉬위 저자의 『일기 여행』은 일기 쓰기로 내면을 탐색하고 상실을 위로하는 일기 여행에 독자들이 동참하도록 권하고, 지금 당장 일기 쓰기를 시작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독서IN의 '독서칼럼'은 독서,인문분야 전문가가 월 1회 도서를 선정하고, 그에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낸 독서 칼럼입니다.
말린 쉬위 저자의 『일기 여행』이 독서칼럼에 소개되어 공유합니다 👏
[김해리의 영감이 된 문장들] 내 안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내 안으로의 여행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어디부터 볼까? 나는 책날개부터 본다. 책날개에는 보통 저자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독특한 사연이 요약되어 있고, 그 이야기를 읽으면 책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일기 여행』이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책날개부터 펼쳐 보았는데, 저자인 말린 쉬위(Marlene Schiwy)의 이야기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말린 쉬위는 1954년에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과 여성학을 가르쳐온 교수이기도 하지만 그의 행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여성일기연구회(The Women's Journal Workshop)을 창립해 수십 년간 수많은 여성과 일기를 쓰는 모임을 지속해 왔다는 점이다. 저자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일기쓰기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고, 일기를 쓰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공유해온 인물이다.
30년 동안 하나의 주제에, 그것도 지극히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일기쓰기'에 몰두해 왔다니, 정말 흥미롭다! 이 사람은 왜 이런 활동을 지속해 왔을까? 그리고 왜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펴내기에 이르렀을까? 저자가 살았던 시대는 여성이 공공의 영역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시대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일기쓰기를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라 정의하고 일기를 통해 여성들의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도록 도왔다. 여성들이 자신이 쓴 글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삶을 바꾸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사랑했다. 이것이 이 사람의 동력이었던 셈이다.
내가 이 책을 만난 건, 일기쓰기 모임을 시작했을 때였다. 사실 그때 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내가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느낀 치유적이고 창조적인 힘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혼자서 하던 것을 같이 하려고 하니 나의 경험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일기는 왜 써야 하지? 일기를 쓰면 뭐가 좋지? 어떤 방식으로 쓰면 좋을까? 이런 질문을 품고 '일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은 모조리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와중 『일기 여행』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저자가 30년간 일기 연구회를 운영하며 느낀 일기쓰기의 의미부터 다양한 사람의 실제 일기 사례, 다양한 일기 쓰는 방법까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번역하고 출판해 준 출판사에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와, 평생 이 책에 있는 것만 다 해봐도 시간이 부족하겠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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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쓰기는 매일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을 단순히 기록한다는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이 진입하는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일기쓰기는 심리적 근원을 향하여 일상의 표피 아래로 우리를 내던지는 반성의 과정이다. 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변화한다. (p.16)
아, 내가 '일기'를 주제로 모임까지 열게 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내가 일기를 쓰면서 경험한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만큼 좋았던 것은 '정체성의 회복'이 아니었을까? 일기를 쓰기 전, 나의 삶은 언제나 외부의 요구에 반응하느라 바빴다. 나에게 주어지는 일을 잘 해내고 싶었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감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 건지,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헷갈려 죽겠던 시절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고 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전과 달랐던 것은, 아름다운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알기 위해서 썼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답답한 마음을 토해내듯 썼고, 어떤 날은 엉엉 울면서 썼다. 그러다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깊이 진입한다'는 감각을 느낄 때가 있었다. 깨달은 것을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깨닫는 것에 가까웠다고 해야 하나. "맞아, 이게 내가 진짜 원하던 거였어."라고 발견하는 순간은 작지만 소중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의 생각이 나의 정체성을 구성했고, 중요한 순간에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일기는 분명, 나를 변화시켰다.
기록을 시작해 보고 싶지만 혼자서 쓰는 일기조차 잘 써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완벽주의가 심했던 나는 일기조차 잘 다듬어진 생각을 또박또박 적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몇 장 쓰다가 곧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일기 모임을 시작해 보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뭐부터 써야 하지' 망설이고 자꾸만 그럴듯한 콘셉트를 잡으려고 한다거나 잘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은 말 또한 이 책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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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의 글쓰기 행위는 다른 종류의 글쓰기보다 더 직접적이고 즉시적인 자기표현의 한 방법이다. 이런 글은 예상된 독자를 생각하면서 작성되지 않는다. 반드시 직선적 순서나 논리에 충실하거나 심지어 문법적으로 정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꾸밈없고, 예측 불가능하고, 장난스럽고, 시험적이고, 심지어 난폭한 것에 더 가깝다.(p.25)
해방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렇지. 일기라는 것은 나 혼자서 보는 거니까 더 자유롭게 써도 되는 거지. 왜 나는 일기장 안에서도 자꾸 스스로를 검열했을까? 『일기 여행』에서 가장 영감이 되었던 건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읽고, 해석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쓰는 것"이라는 관점이었다. 말린 쉬위가 사회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여성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듯이, 나 역시 나처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내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탐색해 보고 싶었다.
그 후, 나는 책 속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다양한 방식의 일기쓰기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활동을 이어왔다. 매일 의식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리추얼 프로그램, 거칠고 가벼운 방식으로 나를 표현해 보는 진 메이킹 워크숍, 지난 이야기를 정산하는 회고 워크숍 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이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 과정을 도왔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내면의 반짝임을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말린 쉬위가 30년이나 이 활동을 지속해온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나를 알아가는 작업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지난 몇 년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시도했던 활동 중 특별히 좋았던 몇 가지를 공유해 보려 한다. 혼자서도 간단히 시도할 수 있는 방식이다.
✔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별로 감동적이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일의 목록 작성하기
✔ 계획해서 쓰려고 하지 말고 떠오르는 단어와 미완성의 문장들을 나열하며 빠르게 쓰기
✔ 좋은 것과 싫은 것의 목록 작성하기
✔ 꿈을 기록하고 중요한 요소, 이미지, 장면들에 밑줄을 그은 후 연상되는 것을 적기
✔ 일 년 동안 쓴 일기를 다시 읽고 지난해의 의미를 요약하며 심사숙고하기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일기라는 것을 육하원칙에 따라 깔끔하게 적어 내려가야 하는 '완성된 글쓰기'가 아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한 도구'라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욱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쓰면서 점점 더 나를 알아가고, 나에 가깝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여전히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일기 여행』을 참조해 보자. 다양한 일기 작가들의 사례를 보다 보면 용기가 솟아오르고, 무엇이든 쓰고 싶어질 테니.
🌼 기사 출처
📗 『일기 여행』 구매 링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7420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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