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1918: 100년의 시간을 품은 벽돌
부산도시철도 중앙역 11번 출구로 나가면 40계단 테마거리가 나온다. '한성 1918'을 찾아가는 이 날도 8월의 불볕더위가 장난 아니었는데 테마거리의 마로니에 나무 그늘 덕분에 머리가 익지는 않았다.
인쇄소, 지업사, 출력소가 늘어서 있는 동광동 인쇄골목을 지나 건널목을 건넜다. 광복동 쪽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백산기념관이 보이고 목적지인 붉은 벽돌 건물이 기념관 바로 옆에 있었다.
그동안 이 길을 꽤 여러 번 다녔는데 근대건축물로 지정된 이런 건물이 여기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답사 다니면서 매번 느낀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것을.
건물은 1918년 한성은행 부산지점으로 설립된 이래 약 40년간 은행 업무를 보던 곳이었다. 1960년대 개인에게 매각되어 상업 용도로 이용되었다. 한때 청자빌딩이라고 불렸고 1층엔 청자다방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철거위기에 처한 것을 부산시가 사들여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2018년 4월 '한성 1918- 부산생활문화센터'로 거듭났다. 근대건축물 보존을 위해 부산시가 사들인 최초의 건물로 부산시 근대건조물 제2016-1호다.
건물 1층에는 카페, 전시 갤러리, 연주회 공간으로 쓰이는 다목적홀이 있고 2, 3층에는 연습실, 모임방, 교육실 등으로 쓰이는 작은 방들이 있다. 부산 시민이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건물 전체를 덮은 붉은 벽돌은 가까이서 보니 좀 들떠 보였는데 벽돌 자체 색이 아니라 붉은 페인트를 바른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좀 자연스러워질까.
1층 창문 아래에 장식처럼 박힌 알록달록 여러 색깔의 벽돌이 눈에 들어왔는데 역시나 옛 건물에 쓰인 벽돌을 보존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100년의 시간을 품고 있어서인지 오래된 것이 예뻐 보였다.
2024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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