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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의 그림일기

동래별장 - 부산을 그리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4. 8. 9.

 

동래별장: 한국의 근현대사를 품은 공간

온천동에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부산에서 가장 큰 목욕탕인 허심청 앞에서 친구와 만나 함께 찾아가기로 했다.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라 허심청 건물 안 카페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아이스커피를 원샷으로 들이키고 길을 나섰다. 

지자체에서 꾸며놓은 온천장 스파 거리를 지나 모바일 맵이 가리키는 대로 걷다 보니 번화가를 벗어난 골목길 끄트머리에 초록 숲이 나타났다. 주변의 건물들과 대비되어 멀리서 봐도 우리가 찾는 곳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동래별장은 일제강점기 때 토지와 가옥 매입으로 부산의 3대 부자가 된 하자마 마사타로의 별장으로 지어졌다. 얼마나 으리으리하게 지었으면 부산에 온천을 즐기러 온 일본 왕족도 이곳에서 머물고 갔다고 한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이 되면서 미군정청집무실로, 한국전쟁 때에는 부통령의 관저로 쓰이기도 했다. 1965년 민간에 양도된 후 고급요정으로 탈바꿈하여 동래별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을 찾는 국빈급 인사는 물론 부산에 온 대통령들도 들렀을 만큼 유명했다. 

한때 부산의 명소였던 온천장과 더불어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했던 공간은 이제 고급 한정식집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이 달린 커다란 정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100살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별장은 새로 지은 고층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외로운 섬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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