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학술원통신 제376호(11월)에 <국가와 헌법Ⅰ, Ⅱ>의 서평이 게재되어 공유해 드립니다!
<국가와 헌법Ⅰ, Ⅱ>은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김효전 명예교수가 에른스트-볼프강 뵈켄회르데를 필두로 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활약한 독일 헌법학자들의 문헌을 번역하고 엮은 책으로, 이를 통해 헌법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고찰과 헌법사적인 접근을 병행하고자 합니다. 그와 더불어 국내 헌법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독일 헌법학계가 자유 민주주의체제를 향해 변모하는 양상과 그를 구성하는 이론을 살피고, 한국 헌법학계가 무비판적인 외국법 이론의 수용에서 벗어나 시대상에 걸맞은 헌법학 이론을 수립할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헌법>에 실린 헌법학계의 주요 헌법학자들의 이론과 함께 헌법과 헌법학, 국가와 사회의 구별, 법치국가, 기본권 이론, 헌법재판 등의 주제에 대한 이해의 틀을 견고히 형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서평을 작성하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문현 명예 교수는 <국가와 헌법>이 '헌법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며 ''한국헌법학을 위한 기초공사'로서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습니다. 서평에서는 1편부터 9편까지 <국가와 헌법> 각각의 핵심내용을 정리하고 있으니,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또는 <국가와 헌법>을 더욱 잘 이해하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한국헌법학을 위한 기초공사"
: 김효진 옮김, 에른스트-볼프강 뵈켄회르데 외, 국가와 헌법Ⅰ•Ⅱ, 산지니, 2024
金文顯 會員/김문현 회원(헌법학)
1. 일찍이 막스 베버(Max Weber)는 그의 강연집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학자가 되기 위한 외적 조건으로 능력과 운, 내적 조건으로 열정과 소명의식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고대 필사본의 한 구절을 옳게 판독해 내는 것에 자기 영혼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생각에 침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예 학문을 단념하십시오.”고 하고 “오직 과업에만 내적으로 몰두하는 자는 이를 통해 그 자신이 헌신하는 과업의 정점에 오르고, 또 이 과업의 진가를 보여주게 됩니다.”고 하였다.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직업으로서의 학문, 나남, 2011, 33면 및, 38-39면)
역자인 김효전 교수는 학자적 열정과 노력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한국에서의 헌법학의 수용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학자들에 관한 연구, 그리고 그동안 우리 헌법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독일 헌법학계의 주요학자들의 저작을 번역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번에 출간된 역서 ‘국가와 헌법Ⅰ • Ⅱ’은 김효전 교수의 이러한 학문적 열정과 노력을 보여주는, 1695면에 달하는 대작이다. 역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인생과 학문을 정리할 나이에’ 접어들어 ‘한국헌법학을 위한 기초공사’로서 한국헌법학에 기여하고자하는 바람을 이 역서에 담고 있다.
2. 본 역서는 주제에 따라 9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편 헌법과 헌법학, 제2편 국가와 사회, 제3편 법치국가의 원리, 제4편 독일 헌법사, 제5편 통합이론과 그 비판, 제6편 인권선언 논쟁, 제7편 기본권 이론, 제8편 헌법재판 • 민주주의 • 예외상황, 제9편 독일의 헌법학자들이 그것이다.
1) 제1편에서는 국법, 헌법의 역사적 발전, 헌법제정 권력, 헌법국가에 관한 에른스트-볼프강 뵈켄회르데의 논문들을 담고 있다. 뵈켄회르데는 기본적으로 카를 슈미트의 헌법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아 논문 곳곳에 카를 슈미트의 이론에 따르면서도 오늘날의 민주국가에서의 헌법이론의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그는 헌법은 특별한 힘 또는 권위라는 모습으로 헌법에 선재하는 크기로부터 도출되며, 프랑스혁명 이후 이러한 크기는 헌법제정권력이라는 말로 표현된다고 한다. 그는 헌법제정권력의 근거를 한스 켈젠이 말하는 근본규범이나 자연법으로부터 구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지적하고, 헌법제정권력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영역에 속하며 헌법을 제정하고 헌법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힘은 정치적 크기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헌법제정권력이라는 개념은 민주주의적 헌법이론과 관련해서만 그 위치를 가질 수 있는 민주적이고 혁명적 개념으로, 카를 슈미트와 달리 오로지 국민만이 헌법제정권력의 주체라고 한다. 그는 헌법제정권력은 시원적(始原的)이고, 직접적이고 기본적인 성격을 가진디고 하면서도 헌법제정 권력은 내부적 한계가 있다고 하고 인권(Menschenrecht)에 대한승인이 그것이라 한다. 그는 국가와 헌법의 관계와 관련하여 스멘트학파의 통합이론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정치적 통일체로서의 국가는 헌법에 의해서 비로소 창설되고 헌법이 정치적 통일체로서의 국가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그러한 국가에 형식과 구조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정치적 • 사회적 현실이야말로 기본적 소여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으며 그것은 규범주의적 환원법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민주적으로 조직된 국가를 포함하여 모든 국가는 법적 헌법에 의하여 비로소 창출되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적 헌법에 선행하여 존재한다는 것, 즉 현실의 법적 헌법은 국가라는 통일체의 존재를 전제로 한 위에 그러한 국가의 조직의 상세를 규정한다고 한다.
2) 제2편에서는 국가와 사회에 관한 두 편의 뵈켄회르데의 논문과 한편의 엠케의 논문을 번역하여 게재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구별과 관계문제는 유럽의 역사적 배경 속에 전개된 독일 헌법이론의 주요 테마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현대 민주주의-사회적 법치국가에 있어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 관해서는 두가지 다른 입장이 나누어져 있다. 즉 뵈켄회르데와 포르스트호프, 클라인 등과 같이 양자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양자의 구별은 국가의 기초적 구조요소이며 사회는 조직된 기관으로서의 국가, 개인적 자유의 보장자로서의 국가를 필요로 하고, 국가와 사회의 구별은 개인적 자유의 기본조건이라 보는 입장이 있다. 그에 반해 콘라드 헷세나 호르스트 엠케 등과 같이 오늘날의 민주주의-사회적 법치국가에 있어 국가와 사회의 일원론을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뵈켄회르데는 국가와 사회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구별되어야 한다고 한다. 국가와 사회는 각각 완결된, 서로 별개의 공동체는 아니다. 국가는 사회를 위한 정치적 결정통일체이나 그로부터 독립한 조직된 작용통일체라고 본다. 국가와 사회를 구별하는 것이 국가를 특정의 기능에 국한시키는 전제가 되며, 따라서 개인적 자유의 기본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민주주의가 필연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구별과 대립의 부정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과 사회의 자유를 위한 민주주의 원리의 제한과 구속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사회 국가적 요청에 따른 생존배려, 사회적 조정, 사회적 재분배도 국가와 사회의 구별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법치국가적 요청과 개인과 사회의 자유보장의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한다. 국가와 사회의 분리는 전체주의 국가의 위험과 자유보장을 위한 국가기능의 제한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헷세는 오늘날 과거의 국가학과 결합하여 국가를 이미 존재하는, 즉 사회를 초월하여 그리고 사회밖에 존재하는 실체적 통일체로 보는 관념은 현대국가의 현실성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 비판한다.(콘라드 헷세 저, 계희열 역, 헌법의 기초이론, 박영사, 2001, 40-41면) 같은 입장에서 엠케도 국가와 사회 일원론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그는 국가체제와 대치 할 수 있는 경제체제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존재하는 것은 하나의 체제이며, 그것은 정치공동체의 그것이라 하고 있다.
3) 제3편에서는 10편의 법치국가원리에 관한 논문이 담겨 있다. 법치국가에 관한 중요문제들을 다룬 논문들로 과거 독일의 주요 헌법학자들의 다양한 시각의 주장들이 담겨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학자들의 논문을 대비시켜 놓은 것이다. 예컨대 당시 유럽을 휩쓸던 파시즘과 독일이 현실로 부닥친 국가사회주의와 관련한 헤르만 헬러와 칼 슈미트의 법치국가에 대한 상반된 이해라든가, 사회적 법치국가에 대한 포르스트호프와 아벤트로트의 입장의 차이는 흥미있는 시사를 준다.
헤르만 헬러는 당시 서유럽에서의 파시즘의 대두에 따른 법치국가의 위기를 지적하고 당시 절망한 시민들이 강력한 자에 대한 기대로 ‘시민의 모든 결단을 인수하는 씨저형의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진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이 자신을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하고, 시민들은 법치국가, 민주주의, 의회주의를 허구라고 비난하고 독자적 정신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의 사회생활의 존재조건마저도 부정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시민적 •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에서 사회적 법치국가로의 발전만이 독재로의 전락을 막을 수 있다고 하면서 파시스트 독재와 사회적 법치국가 사이에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를 슈미트는 국가사회주의(나치스)에 대한 법치국가적 관점에서의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 그는 그러한 주장이 민족과 시대의 위대한 정신적 투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정당하지 않으며, 그러한 법치국가적 견해는 법과 국가에 대한 시민적 • 개인주의적 사회의 승리 이외는 어떠한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는 실질적 • 내용적 합법성이 배제된 형식적 법치국가로서의 법치국가는 법률국가(Gesetzesstaat)로서 전락하였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법률국가를 정복한 것은 국가사회주의의 혁명이다. 혁명은 법치국가 속에 합류되거나 결코 법치국가 속에 매몰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헬무트 니콜라이의 ‘자유주의적 법치 국가는 실로 법도 국가도 아니었으며, 국가사회주의적 국가에 이르러 비로소 법치국가의 이름을 얻을 가치가 있다’는 말을 인용하고 있다. 심지어 ‘3중적으로 구성된 국가 • 운동 • 민족 속에 살아있는 정치적 통일체에서 법치국가라는 말은 근본적인 개조가 새로운 질서 위에 실현되는 한 쓸데없는 것인지도 모른다.’고까지 하고 있다.
한편 독일기본법상의 사회적 법치국가에 있어 법치국가와 사회국가의 관계에 관해서는 종래 독일의 헌법학자 간에는 크게 세 가지 입장이 있었다. 즉, 가) 법치국가와 사회국가는 서로 모순관계에 있으며 헌법상 법치국가가 우선한다는 견해와 나) 사회국가원리를 강조하고 이를 통한 광범위한 사회적 • 경제적 변혁을 수용하는 견해, 그리고 다) 법치국가와 사회국가의 결합을 통해서만 법치국가와 사회국가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입장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본서에 게재된 포르스토프의 논문은 가)의 입장에 있고, 볼프강 아벤트로트는 좌파학자로서 나)의 입장에 있다. 바호프나 헷세, 후버 등은 다)의 입장에 있다.
포르스트호프에 의하면 법치국가와 사회국가는 헌법 차원에서 통합될 수 없는 것이며 독일기본법은 원칙적으로 법치국가적 헌법으로 이해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기본법 제20조와 제28조에 규정된 ‘사회적(soziale)’이란 말은 법적 개념이 될 수 없으며 사회국가로 가는 통로는 헌법 영역이 아니라 행정법 영역이라 하였다. 그에 반해 아벤트로트는 민주주의 입장에서 사회국가원리를 이해하여 사회국가원리를 매개로 민주주의원리에 따라 헌법개정 없이도 경제 • 사회질서의 변혁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민주적 • 사회적 법치국가에 있어 민주주의는 시민의 형식적 정치적 지위뿐 아니라 전체적 생활관계와 사회질서, 그리고 인간의 물질적 • 문화적 수요에 대한 규율과도 관련된다고 하고 이제까지의 사회경제질서에 있어서는 그 처분권이 사인에 있었던 생산재에 대하여 생산과정에 참여한 자의 통제를 주장하고 사회화 규정을 통한 기간산업을 사회화하는 경제헌법의 구조변화와 이에 의한 계급투쟁의 해소도 기본법에 의해 인정된다고 하였다.
4) 제4편 독일헌법사에는 뵈켄회르데의 논문과 맹거의 저서가 수록되어 있다. 뵈케회르데의 논문은 독일의 입헌군주제가 절대주의나 의회주의와 대비하여 하나의 독자적 정치형태로서 완결된 질서였는가, 아니면 절대주의와 의회주의 간의 타협으로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한 것이었는지를 논하고 있다. 독일헌법사에 관한 방대한 저작을 남긴 후버는 독일의 입헌주의가 헌정의 발전에 있어 하나의 체계적 모델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하였으나 뵈켄회르데는 독일의 입헌군주제는 독자적 정치적 형식으로서 군주제와 민주제를 상대화하고 이를 보다 고차적 통일로 편입할 수 있었던 역사적 정당성을 결여하였고 양자의 결합이 독자적 정치형식을 기초지우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한편 본 역서에 번역된 크리스티안-프리드리히 맹거의 근대 독일헌법사는 근대 초에서부터 2차대전 전후의 독일에 이르기까지의 독일의 헌법사를 서술하고 있다. 시대별로 중세말기의 헌법이론, 제국헌법의 발전, 근대 초기의 국가이론, 절대주의국가, 프랑스혁명, 복고주의, 입헌주의 국가, 비스마르크독일제국, 바이마르헌법과 국가사회주의시대, 그리고 2차대전 후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독일헌법사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5) 제5편에는 루돌프 스멘트의 저서 ‘헌법과 실정헌법(Verfassung und Verfassungsrecht)’과 네 편의 논문, 그리고 한스 켈젠의 스멘트의 이론에 대한 반박논문이 담겨 있다. 스멘트의 저서 ‘헌법과 실정헌법’과 카를 슈미트의 ‘헌법이론(Verfassungslehre)’은 같은 해인 1928년에 출간되었다. 두 저서는 형식화된 법실증주의를 극복하고자 한 점에서는 공통적이었으나 기본적 시각을 달리 하였는데 이들의 이론은 그 후 독일헌법학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슈미트와 스멘트에 관한 German Wikipedia의 지면 안배에서는 10:1 정도로 슈미트의 비중이 크다고 하나(역서, 1650면), 스멘트의 이론이 전후 독일의 헌법학과 연방헌법재판소 판례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국가는 하나의 정태적 전체가 아니라 “부단한 정신화의, 지속적으로 새롭게 체험되는 것의, 과정에서만 활동을 영위하는” 것이며, 이 지속적 과정이 정신적 • 사회적 현실태로서의 국가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통합(Integration)을 특징으로 한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헌법은 국가의 법질서,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국가생활의 법질서, 즉 국가의 통합과정의 법질서이다. 이 과정의 의미는 항상 국가의 생활 전체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며 헌법은 이 과정의 개별적 측면의 법적 규범화이다.”고 한다.
스멘트는 위 저서에서 켈젠의 순수법학의 형식주의를 비판하면서 “이 노선은 목적과 목표가 없는 막다른 길이다.”고 공격하였다. 이에 대한 반박이 본 역서에 게재된 켈젠의 ‘통합으로서의 국가一하나의 원리적 대결’이란 논문이다. 켈젠은 스멘트의 이론이 가지는 모호성과 불철저성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스멘트가 반복하여 규범법칙성과 가치법칙성을 정신의 법칙성으로서 설명함으로써 리트의 제자인 스멘트는 리트에 의해서 가장 강력하게 기피된 정신 내지 의미의 영역과 가치 또는 규범영역의 동일시를 명백하게 수용”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스멘트가 -이제 다시 리트의 제자로서- 국가학에서 가장 격렬하게 하나의 규범적이거나 규범논리적인 개념 형성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그대로임이 틀림없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6) 제6편에는 1789년 프랑스인권선언의 기원을 둘러싸고 벌인 게오르그 옐리네크의 논문과 그를 반박하는 에밀 부트미의 논문, 그리고 이를 재반박하는 옐리네크의 논문을 담고 있다. 예리네크는 프랑스인권선언은 1776년 이후 버지니아주를 비롯한 미국 각주의 권리선언이 모범이 된 것이며,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프랑스인권선언의 연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대해 부트미는 인권선언의 기원은 18세기 프랑스 철학의 정신 중에서 특히 루소에게서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그 형태에 있어서도 그 정신에 있어서도 인권선언은 프랑스적 특성의 직접적인 발로라고 하였다.
7) 제7편에는 기본권이론과 사회적 기본권, 재산권 등에 관한 뵈켄회르데의 논문 5편이 게재되어 있다. 뵈켄회르데에 의하면 기본권이론은 “기본권의 일반적 성격, 규범적인 목표의 방향, 그리고 내용상의 사정거리에 대한 체계적으로 방향지워진 하나의 이해”라고 하고 종래 학자들의 기본권이론을 자유주의적(시민적 법치국가적) 기본권이론, 제도적 기본권이론, 기본권의 가치이론, 민주적 • 기능적 기본권이론, 사회국가적 기본권이론으로 분류하였다. 자유주의적 기본권이론이 시민적 법치국가에서의 배분의 원리에 따라 자유를 전국가적 권리로 이해한다면 제도적 기본권이론이나 기본권의 가치이론, 민주적 • 기능적 기본권이론은 기본권의 주관적 측면보다는 객관적 기능과 성격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사회국가적 기본권이론은 오늘날 사회국가에 있어 자유는 전국 가적이라기보다 국가의 급부를 통해 현실화됨을 주장하고 있다. 뵈켄회르데는 독일기본법상의 기본권은 기본적으로 나치스시대의 자유침해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고전적 자유권으로의 회귀이며, “객관화된 제도로서 또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자유 그 자체를 위하여 바로 자유로서 보장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기본법이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함으로써 기본권적 자유에 불가결한 사회적 전제들을 창출하고 확보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면서 사회적 기본권에 관한 논문에서 사회적 기본권은 자유권과 달라 입법과 행정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실현될 수 있으며 헌법조문의 해석이라는 방법으로 구체적 급부청구권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 하였다.
8) 제8편에서는 헌법재판과 민주주의와 대표제, 예외 상황에 관한 뵈켄회르데의 3편의 논문이 게재되어 있다. 헌법재판권의 구조문제 • 조직 • 정당성에 관한 논문에서는 헌법재판이 가지는 헌법보장 방법으로의 기능, 특성으로서 정치성과 사법성을 논하고 세계각국의 헌법재판제도를 세 가지 모델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제도의 근본문제로서 민주주의와의 조화와 관련하여 헌법재판권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한편 민주주의와 대표제에 관한 논문에서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관련하여 “국가형태라는 개념으로서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의 의미로는 파악할 수 없다”고 하고 “지도적이고 자치적인, 그리고 그 한도 내에서 대표적인 조직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표가 형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 “항상 국민에 의해 권위가 보여되고 정당화된 행위 속에서 국민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현실화되어 표출”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한다.
예외상황의 문제는 헌법학과 법철학의 근본문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뵈켄회르데는 헌법이 예외상태를 배척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하면서 초법률적 긴급사태를 헌법에 도입하여 법치국가적 헌법의 완전성을 해체하거나 입헌국가의 원리를 포기하는 것은 반대하며 예외상황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예외상태의 전제들과 출현, 예외 권한 수행을 위한 관할권, 예외 권한의 목적과 한계 등은 규정가능하고 이를 통해 그러한 상황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9) 제9편 독일의 헌법학자들은 독일 헌법학자에 관한 논문 7편과 유진오 교수의 지도자국가에 관한 기고문, 그리고 김효전 교수의 논문 ‘나치독일하의 황제법학자들’과 뵈케회르데 교수 세미나 관련 회상과 뵈켄회르데 교수의 저작수용의 국제비교에 관한 논문이 게재되어 있다. 독일헌법학자로는 19세기 사회주의정치가로서 헌법을 사실적 권력관계로 이해했던 페르디난트 라살레, 비스마르크헌법을 주석한 대표적인 법실증주의 헌법학자로서 헌법은 법이며, 모든 윤리적 • 정치적 • 경제적 기초로부터 절연된 법적 소재라고 주장한 파울 라반트, 바이마르헌법을 기초한 후고 프라이스, 신칸트주의를 생명없는 형식주의라 비판한 공법 및 국제법학자 에리히 카우프만, 그리고 통합이론을 주장한 스멘트에 관한 논문들이 번역되어 있다.
나치시대의 소위 황제법학자에는 카를 슈미트를 비롯하여 루돌프 스멘트, 한스 프랑크, 오토 쾰로이터, 테오도르 마운쯔, 에른스트 포르스트호프, 에른스트 루돌프후버, 울리히 쇼이너, 카를 라렌츠, 라인하르트 횐, 롤란트 프라이슬러, 헤르베르트 트뤼거 등이 언급되고 있다. 나치에 부역한 이들 법학자들의 행적을 보면서 법학자의 역할과 자세를 되돌아보게 된다. 유진오 교수의 글은 1938.8.16-19 동아일보에 연재된 글로 당시 독일 국가학의 최근 동향으로서 나치의 지도자국가론에 대해 논하고 있어 흥미롭다.
3. 지금 한국헌법학은 많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매년 엄청난 양의 결정을 하여 헌법해석학은 내용적으로 매우 풍성해졌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으로의 전환에 따라 헌법 기본이론에 대한 관심은 희미해져 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우리 헌법학에 압도적 영향력을 미쳤던 독일헌법이론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앞으로는 그 연구자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본 역서는 헌법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역자가 의도한 ‘한국헌법학을 위한 기초공사’로서 훌륭한 가치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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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헌법Ⅰ, Ⅱ>
에른스트-볼프강 뵈켄회르데 외 지음 | 김효전 옮김
각 944쪽, 784쪽 | 175*245 | 각 90,000원, 80,000원 | 2024년 7월 31일
ISBN : 979-11-6861-351-5 94360 / 979-11-6861-352-2 94360
사회과학>정치학>정치학 일반
사회과학>법과 생활>헌법
사회과학>정치학>각국정치사정/정치사>유럽
사회과학>정치학>정치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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