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수, 해수』 임정연 작가와의 북토크가 지난 주말, 예스24 F1963에서 열렸습니다.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이 무척이나 이름다웠습니다.
『혜수, 해수』는 청소년 독자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판타지 성장소설이죠. 지난여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수도권 독자와 만났던 임정연 작가가 이번엔 부산의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는데요.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공간에서 책에 둘러싸여 작가님과 독자들이 두런두런 나누었던 이야기를 지금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편집자: 출간 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임정연 작가: 계절이 많이 추워졌죠. 저는 『혜수, 해수』 집필이 끝나서요. 그래서 이렇게 여러분과의 자리도 만들어졌고요.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 해야 되는 작업들이 있습니다. 그 작업들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에 또 소설집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혜수, 해수』에 이어 소설 출간 작업을 하느라 저도 산지니 분들도 바빴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혜수, 해수』 5권과 다른 작품들 구상도 했습니다. 저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리를 해뒀다가 나중에 그걸 작품에 사용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중간중간에 그런 작업을 하다 보니 5개월이 금방 흘러갔네요.
편집자: 이 자리에 책을 읽으신 분도 계실 거고 안 읽은 분들도 계실 텐데 『혜수, 해수』 시리즈를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임정연 작가: 네 『혜수, 해수』는 여고생 무당과 저승사자가 주인공인 청소년 판타지 소설입니다. 여고생 무당이 '강혜수'고 700살이 넘었지만 고등학생 외모를 한 저승사자가 '정해수'입니다. 두 사람은 무장과 신장으로 연결되어 어려운 사건들에 휘말리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700살이 넘게 나다 보니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러다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힘을 합쳐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이 『혜수, 해수』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혜수, 해수』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주는 조연들이 나옵니다. 강혜수의 친구들은 혜수의 일상을 같이하며 현실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판타지 소설이다 보니 강혜수와 함께 싸우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혜수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게 되고요. 또 정해수에게는 함께 생활하는 저승사자들이 있어요. 저승사자들은 해수의 일상을 함께하며 저승 세계를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조연들이 『혜수, 해수』 이야기를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줘요.
편집자: 『혜수, 해수』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고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 기획의 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들려주세요.
임정연 작가: 네 1권 '작가의 말'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혜수, 해수』는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제가 많은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정해수가 검은 정장을 입는 것도 <도깨비>에서 가져온 거예요. 그 작품에서 저승사자가 멋있게 나오잖아요. 그리고 현대적이고. 저는 그런 작품을 써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잘 쓰는 것은 청소년 소설이지 판타지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청소년 소설을 어떻게 판타지하고 연결시키나 하다가 나온 것이 여고생 무당과 저승사자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악령이라든가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와 같은 내용들이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편집자: 고등학생 헤수, 저승사자 해수 이렇게 비슷하게 이름을 지으신 이유가 또 있을 것 같아요.
임정연 작가: 네. 두 사람이 운명이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운명적인 상대이니까 그런 걸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을 찾다가 '정수' '연수'처럼 남녀 공용으로 쓰는 이름보다는 발음은 비슷해도 쓸 때는 다른, '혜수'와 '해수'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은 각자의 캐릭터에 맞춰 붙이게 되었어요. 여고생 무당이 굉장히 강한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강혜수라고 이름을 지었고 저승사자 해수는 차갑고 정적이죠. 그래서 정해수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편집자: 책의 구성이 좀 독특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날짜가 있고 그 캐릭터의 시점이 표기가 되어 있는데 이러한 형식을 채택하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임정연 작가: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 두 주인공의 이름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작품이 있었어요.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언젠가 저도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마침 『혜수, 해수』는 이승과 저승을 다루는 작품이다 보니 두 주인공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면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이런 형식을 가져오게 됐습니다. 써보니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4권까지 계속 이 형식으로 쓰고 있네요. 그런데 이렇게 쓰려면 시점이 자연스럽게 변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아요. 날짜에 맞춰 스토리 전개도 흘러가야 하고 캐릭터의 감정에 맞춰 그것도 적절하게 표현돼야 하거든요.
편집자: 『혜수, 해수』에 미각을 공유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는데 다른 감각 중에서 미각을 공유해야겠다고 이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임정연 작가: 사실 책을 보시면 어떻게 보면 정확하게는 미각이 아니라 다른 감각 또한 공유합니다. 강혜수가 새끼손가락을 깨물면 정해수가 감각을 느끼고 혜수에게로 온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보통 새끼손가락이 약속을 뜻하잖아요. 강혜수가 새끼손가락을 깨무는 걸 정해수가 알려면 감각을 공유해야 하잖아요. 여기에서 출발해서 커피 맛과 향이 궁금해서 마셔달라고 부탁하는 해수의 에피소드나 또는 강혜수가 정해수에게 매운 음식으로 협박하는 그런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설정해놓고 보니 생각을 공유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만들어지더라고요.
편집자: 최근 출간된 『혜수, 해수』 4권에서는 큰 변화가 생깁니다. 혜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합니다. 새로운 배경에서 새로운 신분을 가진 캐릭터를 그리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하셨던 게 있을까요?
임정연 작가: 주인공의 성장이죠. 스토리가 전개되다 보면 이야기가 성장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혜수가 고3인데 공부 안 하고 계속 돌아다니는 것이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3권까지는 고3이었기 때문에 이번 권부터 과감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끝내고 대학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혜수 앞에 새롭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강혜수와 친구들도 성장을 해요.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달라지면서 학교 외에도 친구들하고 갈 수 있는 그런 장소들을 이제 소재로 많이 쓸 수가 있게 되었어요.
편집자: 4권에 등장하는 빌런은 네크로맨서입니다. 앞서 나온 구미호나 뱀파이어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나요?
임정연 작가: 네크로맨서는 다양한 판타지 작품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합니다. 『혜수, 해수』의 네크로맨서는 플루트로 혼령을 조정하는 힘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인간이 빌런으로 등장하는 것은 4권이 처음이네요. 그래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영적인 능력을 가진 인간입니다. 4권의 네크로맨서는 엄청난 미모의 플루트 연주자로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작품에서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빌런이 멋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미모의 플루트 연주자로 네크로맨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4권의 네크로멘서는 3권까지의 빌런들과 다르게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의문의 인물의 하수인으로, 죽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4권에서 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가 신입 차사들이죠. 특히 그중에서도 저는 민정 차사 캐릭터가 굉장히 재미있었는데 MZ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임정연 작가: 네 강혜수가 대학생이 되면서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고 세계가 확장되잖아요. 정해수의 세계 또한 확장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승은 이승과 달리 변화가 거의 없어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생각난 것이 신입 사사들이었어요. 신입 차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예정입니다. 그중에서 민정 찬사가 계속 등장할 예정이에요. 저승 인기 탑 커플인 혜수, 해수의 SNS 관리자로 말이죠.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강혜수와 비슷한 나이대의 캐릭터가 필요할 것 같아 민정 차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민정 차사와 대비되는 인물로 아저씨 도훈과 아줌마 자경 차사를 만들게 되었고요. 꼰대지만 정 많고 오지랖 넓은 도훈과 자경, 할 말 다 하지만 자신의 일은 확실하게 하는 민정. 앞으로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그들의 감초 역할을 기대해 주세요. 4권에서 저도 민정 차사의 SNS 에피소드를 쓸 때 웃느라 힘들었어요. 앞으로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를 많이 구상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4권을 읽으면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차용한 듯한 설정이 재미있었어요. 소리로 영혼을 조종한다는 설정 이야기, 그리고 ‘피리 부는 사나이’와 어떻게 연결시키기까지의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임정연 작가: 4권에서는 빌런인 예은의 플루트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동화, 그리고 네크로맨서라는 판타지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가지의 요소를 합쳐서 하나의 빌런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예은의 플루트는 혼령을 조종하는 힘이 있어요. 혼령을 조종하는 플루트 하니까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생각나더라고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처음에 쥐를 조종해 없애죠. 그리고 나중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이들을 조종해서 사라지잖아요. 피리로 쥐와 아이들을 조종하는 것이 예은의 플루트와 비슷했어요. 그래서 예은의 플루트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연결시키게 되었습니다.
편집자: 『혜수, 해수』 시리즈에 실린 에필로그를 읽으면 각 권의 분리된 이야기가 하나의 통합적인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각 권마다 최종 빌런에 대한 힌트가 조금씩 나오고는 있지만 그래도 미리 좀 스포를 해주신다면요?
임정연 작가: 에필로그는 『혜수, 해수』 세계관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혜수, 해수』의 최종 빌런은 악마 루시퍼입니다. 『혜수, 해수』의 루시퍼는 지상에 강림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악마입니다.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악마 아스타로트는 루시퍼를 강림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와 4대 요소를 혜수와 해수를 통해서 손에 넣습니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악마를 아스타로트로 설정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하나만 말씀드리면 아스타로트는 혼자가 아닙니다. 아스타로트에게도 동료들이 있는데 그 정체는 비밀입니다. 악마들의 정체는 마지막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편집자: 작가님이 그리는 저승은 저승으로 가는 길이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고 저승사자가 일처리를 스마트폰으로 하기도 합니다. 작가님만의 이런 새로운 저승을 만들면서 여러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이렇게 현대적인 저승을 그린 이유, 그리고 SNS 같은 지금 청소년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를 넣은 이유도 궁금한데요.
임정연 작가: 역시 시작은 드라마 <도깨비>였습니다. 도깨비에서 저승사자가 찻집에서 혼령들을 기다리죠. 드라마와 같이 이승과 닮은 저승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혼령에게 저승을 안내하는 주민센터 같은 저승사자 사무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는 모습과 전철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설정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니 SNS는 당연히 존재하겠죠. 저승도 뭔가 섬찟하고 거부감이 드는 것보다 친근하고 편한 느낌이 좋잖아요. SNS 인플루언서는 1권부터 쓴 소재입니다. 아기 동자가 혜수와 해수의 사진을 SNS에 올려 재미를 보잖아요. 그리고 3권의 마지막에는 아기 동자가 찌라시 수준의 사진을 올리고 도망가는 모습도 나왔고요. 4권에서는 민정 차사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수 차사의 SNS가 사용되게 됩니다. 민정 차사라는 캐릭터 하나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편집자: 해수가 혜수와 부딪치면서 인간적인 감정과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무감하던 캐릭터가 점점 인간화되는 과정을 그리는 게 굉장히 섬세한 작업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런 변화에서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쓰시나요?
임정연 작가: 저는 밸런스를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정해수가 인간적인 감정과 감각을 느끼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캐릭터가 너무 흔들리면 안 되죠. 그렇다고 변화에 너무 의존해서도 안 되고.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는 부분이 가장 어렵더라고요. 왜 그런 말 하잖아요. 중간만 가라고 그런데 딱 중간에 맞춰가는 것이 막상 가보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승사자가 너무 인간적인 감각에 흔들리고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면 저승사자로서의 어떤 차갑고 정적인 이미지가 훼손될 수가 있거든요. 하지만 강혜수를 통해서 어떤 인간적인 감정과 감각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를 접했어요. 그 세계에 호기심이 들어요. 하지만 작가로서 너무 많은 호기심을 들게 해서 정해수의 정체성이 사라져서도 안 되죠. 그래서 그 부분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작가로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썼고 좀 어렵더라고요.
편집자: 혜수와 해수는 합을 맞춰가면서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 이런 우정, 사랑 같은 감정 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러브라인이 있을지 궁금해요.
임정연 작가: 러브라인 당연히 있죠. 둘이 맨날 붙어 있는데 사실 강혜수를 대학생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러브라인 때문입니다. 러브라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혜수가 고등학생이면 좀 그렇잖아요. 게다가 나이 차이도 700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데. 물론 대학생이라고 나이 차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라는 느낌이 나잖아요. 그리고 러브라인을 만들기에도 혜수가 대학생인 게 편하고요. 저는 혜수와 해수의 러브라인은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왜 정해수를 잘생기게 만들었겠어요? 다 러브라인 때문이죠. 1권에서 혜수가 해수를 보고 콩닥콩닥하잖아요. 저는 처음부터 러브라인을 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편집자: 이 책은 청소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청소년 소설이랑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으신가요?
임정연 작가: 『혜수, 해수』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작품 속에 짧게라도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그래야 작품이 더 현실감 있잖아요. 그리고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매번 망자 설정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금씩 드러내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편집자: '죽음은 언제나 곁에 있으니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해라' 이런 메시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임정연 작가: 네. 지난 시리즈에 정해수가 지상에 내려와 정신없이 일상을 경험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네 곁에 네 머리를 스쳐가는 바람, 지상에서 내리쬐는 햇빛처럼 당신들 곁에 있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어요. 우리는 정신없이 일상에 빠져서 살잖아요. 돈 때문에 성공 때문에 여러 가지 때문에. 그런 사람들 보면서 해수는 '너희들이 그런 일상에 치여 지내는 동안 나는 곁에 바람처럼 햇빛처럼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정해수가 상징하는 게 죽음이잖아요. 언제든 너를 데려갈 수 있다, 하는. 성인인 저도 10대를 지나왔지만 그 시절에 놓친 부분이 많거든요. 그리고 그 시절에 부모님이 했던 말씀, 내가 책에서 읽었던 문장, 거리에서 봤던 어떤 경치, 여행지에서 맞닥뜨렸던 풍경, 그런 것들이 마음속 한편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불쑥 깨달아요.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사람들하고 만나고 그런 일상 어느 순간에 갑자기 튀어나와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죠. 내가 잘 살고 있나 하고요.
편집자: 『혜수, 해수』에는 정말 많은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게 굉장히 까다로울 것 같아요. 여러 인물을 그리면서 느끼셨던 고충 같은 것도 있을까요?
임정연 작가: 오히려 많은 인물들이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가 수월한 점이 있어요.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면서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사건들을 만들거든요. 예를 들어 아기 동자하고 SNS 같은 이야기들이요. 노기한은 1권에 재미있는 캐릭터로 사용했는데 한 번만 등장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더라고요. 그래서 3권에 다시 소환했습니다. 그리고 4권에서는 완전히 다른 인물들과 엮여서 앞으로 계속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죠. 적합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캐릭터들의 역할이 줄어들지 않게 조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은 즐거워서요, 고충은 없습니다.
편집자: 이 소설에서 또 매력적인 것 중에 하나가 고등학생인 혜수의 성장입니다. 노기한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기의 능력을 좀 잘 활용할 수 있게 되고 빌런과 싸우면서도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갖춰가죠. 요즘 사회를 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를 민폐로 보기도 하고 각자도생 같은 말도 많이 하는데, 이와 반대되는 소설을 그리는 작가님은 이런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임정연 작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문제는 도움을 받으려는 마음가짐이에요. 도움을 받으면 고맙다고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고마움은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고마움은 저는 고마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도움은 맡겨놓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야 돼요. 만약 도움이 맡겨놓은 것이라면 도와달라고 할 필요가 없죠. 도와줄지 말지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판단할 일이지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이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도움을 받으면 고맙다고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기만 하고 타인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좋잖아요.
편집자: 이 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인 만큼 대화를 할 때도 그렇고 단어를 선택할 때도 그렇고 성인 대상으로 하는 소설에 비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인다거나 아니면 조금 더 신경을 쓰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임정연 작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 쓰는 것은 독자들에게 제 나이를 들키지 말자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제 생각이나 말투 행동 같은 게 나오거든요. 그래서 작품 속에서 캐릭터가 할 만한 말과 행동 환경을 보여주려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편집자: 혜수뿐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혜수의 친구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독자들도 이 고민에 많이 공감할 것 같아요. 책에서 이런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으면서 청소년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임정연 작가: 저는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니라도 좋아요.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작고 사소한 일도 크고 거창한 일이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어요. 『혜수, 해수』에서도 캐릭터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혜수와 친구들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중간에 어렵고 힘든 일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게 되죠. 그때 그 일을 피하거나 포기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편집자: 『혜수, 해수』는 앞으로 5권이 나올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겁니다. 이 자리에 와주신 독자분들을 위해 5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임정연 작가: 앞으로 나올 5권에 대해 짧게 설명을 드리면, 혜수와 해수가 해외로 갑니다. 비행기 타고요. 어디로 갈까요? 지금까지 작품들 안에 힌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혜수의 친구들 중 한 명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5권에서는 과연 동양의 요괴가 나올까요, 서양의 빌런이 나올까요? 아마 장소가 어디냐에 달렸겠죠. 5권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북토크 이후에는 간단한 질의응답과 사인회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혜수, 해수』 5권에 대한 이야기는 산지니 편집부 내부에서도 굉장히 궁금해하는 것들이었는데요. 북토크를 통해 깜짝 공개된 스포일러에 저도 많이 놀랐답니다! 편집자의 장점은 출간되기 전에 원고를 볼 수 있다는 것이겠죠. 내년 5권을 받아볼 때까지 저도 한 명의 독자로서 혜수와 해수의 앞으로의 모험을 기대하며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긴 시간 북토크에 참여해 주신 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산지니는 연말까지 다양한 북토크를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될 산지니의 저자와의 만남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임정연 소설가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스끼다시 내 인생』, 『아웃』, 『불』과 장편소설 『질러!』, 『런런런』, 『페어리랜드』, 『지옥 만세』, 『혜수, 해수 1-영혼 포식자』, 『혜수, 해수 2-뱀파이어』, 『혜수, 해수 3-구미호』 등이 있다.
『혜수, 해수』 시리즈가 더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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