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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2024 기록 부산' <아버지의 용접 인생> 셰쟈신 저자의 부산근현대역사관 콜로키움에 참석했습니다

by 2raon 2024. 12. 10.

 

지난 7일 토요일,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는 <2024 기록, 부산: 산업 유산을 기록하다>란 주제로 콜로키움이 열렸습니다. 이 콜로키움에 반가운 발표자가 한 분 계셨는데요. 바로 <아버지의 용접 인생>의 저자 셰쟈신입니다! 셰쟈신 저자도 행사에 초청되어 '항만도시 가오슝, 그리고 대만 산업구조의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는데요,  생생한 현장 후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이번 행사 덕분에 처음으로 부산근현대역사관을 방문했습니다. 역사관이 위치한 중구는 집과 멀어 좀처럼 가본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멋지고 뜻깊은 건물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콜로키움 행사 뿐만아니라 전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부산의 산업 유산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보이는 낯익은 책들! <아버지의 용접 인생>과 그 원서가 눈에 띄었습니다. 책을 보니 원고상태였을 때부터 책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르더군요. 곧이어 무대 뒤편에서 셰쟈신 저자와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났을 때는 6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통해 다시 뵙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발표는 <아버지의 용접 인생>의 주무대인 가오슝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항만 도시 가오슝은 타이완의 부산 같은 도시로,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셰쟈신 저자는 가오슝에서 번창했던 공장들을 소개하며 대만 근대 산업의 변천사를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에 추레라 제작 산업의 숙련공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저자의 용접공 아버지는 자신의 기술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어린 딸에게 “공부 안 하면 나처럼 까만 손이나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고, 당신을 반면교사로 삼으시길 원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작업복은 가족의 옷과 별도로 세탁해 다른 공간에서 건조시켰고, 식탁에서도 아버지의 일이 대화 주제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당신 삶의 형태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부모님의 결심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성장과정 속에서 자란 저자는 아버지의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면서도 노동하는 아버지를 동경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아버지의 바람대로 학업의 길에 성공적으로 들어선 후, 오랫동안 품어온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족을 먹여살린 것은 아버지의 노동과 기술인데, 왜 아버지는 자신의 일과 삶을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하시는 걸까?’ ‘우리 사회는 왜 노동과 기술의 가치를 학력보다 낮게 생각할까?’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 ‘기술노동자라는 게 부끄러운 일인가?’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추레라 제작 숙련공들의 삶으로 빠져든 이야기가 <아버지의 용접 인생>에 담겨 있습니다.

 

발표 중에는 책과 원서에 담지 못했던 숙련공들의 다양한 사진도 보여주어 반가웠습니다. 작가님의 아버지가 재료 측정을 위해 그리신 간단한 추레라 도면과 실제 제작된 추레라 사진을 보았을 때, 많은 관람객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발표 후반부에서는 대만은 현재 산업 유산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산업화 초기단계에 세워졌던 설탕 공장이나 알루미늄 공장 등이 문을 닫은 후, 현재는 예술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고 합니다. 알루미늄의 공장은 뼈대만 남긴 채 카페와 서점으로 재탄생했고, 없어지고 있는 작은 추레라 공장들 또한 예술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자는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산업 유산을 이렇게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저자는 과거에 어떤 산업이 이루어진 공간인지 기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관만 남기고 내부를 해당 공장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로 채운다면,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그것이 알루미늄 공장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역사를 설명하는 전시나 체험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고 하였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관람객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오슝과 부산이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 저자의 발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활발한 질문과 답변 속에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콜로키움을 통해 지금은 저문 산업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큰 유산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산업 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사를 기획하신 부산근현대역사관 관계자 분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셰쟈신 저자는 추레라 산업의 역사와 현황을 기록하였고 이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한국에도 셰쟈신 저자와 같은 기록자가 더 많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산업 유산을 얼마나 잘 기록하고, 보존하고 있을까요? 저물어가는 산업을 그대로 방치해두어도 괜찮을까요? 

우리에게도 셰쟈신 저자와 같은 기록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아버지의 용접 인생

자신의 기술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언제나 “공부 안 하면 나처럼 까만 손이나 될 거야.”라고 말하던 아버지. 온실에서 자란 노동자의 딸은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발자취를 따라 추레라 제작 숙련공들의 삶으로 빠져든다.  숙련공의 시작, 기술, 이직, 인맥 관리, 성장, 가정, 삶.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 속에는 타이완 산업과 사회의 변천이 녹아 있다. 저자는 추레라 제작 숙련공의 노동 현장을 연구하며 세대를 넘은 대화와 성찰을 경험하고, 비로소 아버지의 일과 삶을 이해하게 된다.

 

지은이 : 셰쟈신
옮긴이 : 곽규환, 한철민
쪽수 : 328
판형 : 148*210
ISBN : 979-11-6861-237-2 03330
가격 : 22,000
발행일 : 2024228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구매 링크

 

아버지의 용접 인생 | 셰쟈신 - 교보문고

아버지의 용접 인생 |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린 건 아버지의 노동과 기술인데, 왜 아버지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하는 걸까?추레라 제작 숙련공의 삶이 반영하는 타이완 산업의 변천과 사회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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