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새해가 밝았습니다. 안타까운 소식과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2025년 을사년은 시작되었네요.
한 해를 시작하며 모두들 새해 목표, 버킷리스트를 만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올해는 건강을 위해 운동에 집중하려고요! 부산에 위치한 도서관들도 시간 내어 방문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독서하기를 마음먹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여러분이 도서관과 더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칭 타칭 '도서관 마니아'인 분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지난 8월 출간된 <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의 이양숙 저자입니다!
부산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있지만 현재 휴관 중인 부전도서관.
부전도서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정리하고
이후에 부전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안하는 이양숙 저자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작가님, 먼저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의 저자 이양숙입니다. 저는 36년간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했었고, 퇴직하고 난 뒤에는 한국도서관사연구회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 <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이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세요.
부전도서관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서관입니다. 부전도서관은 1901년 일본홍도회 부산지회의 서적실에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당시 명칭은 부산 시립도서관이었는데, 공간이 협소하여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3년에 건물을 신축하였고, 1982년에는 초읍동에 위치한 시민도서관과 부전동에 위치한 부전도서관이 각각 개관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 7월, 부전도서관이 안전등급 최하위 등급을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개발 논의가 길어지며 지금까지도 부전도서관은 휴관 중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를 가진 부전도서관을 중심으로 부전도서관과 도서관 건물이 공유하고 있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책입니다.
책 출간 후에 축하 많이 받으셨죠? 주변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부산일보>, <국제신문> 등 일간지에서 책 소개를 적절히 잘해주셨고 <교수신문>에까지 책이 소개되었어요. 거기에 대해서 동료 사서들도 선배 사서로서 본이 되는 활동을 해주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부전도서관에 대해서, 또는 부산 시립도서관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 그리고 용두산 공원 주변에 도서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해 줘서 좋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부산에 이런 도서관이 있었다는 것이 뿌듯하다는 반응도 있었고, 친구들이나 동문들도 대견스럽게 봐주시고 격려와 후원도 해주고 있어요. 때문에 감동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0일에는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서 주관하는 문정포럼에서 이 책을 주제로 발표도 했습니다. 학생들, 교수들을 초청해 <우리가 사랑하는 부전도서관>의 핵심 부분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가지는 등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산일보>, “부전도서관은 언제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가”
▶<국제신문>, “국내 最古 공공도서관 건축물 ‘부전도서관’…120년 역사를 거슬러 가볼까”
▶<교수신문>, 새로 나온 책-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
부전도서관의 역사를 다룬 책 집필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사실 우연한 기회였어요.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활동에는 책을 읽고 독서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때 회원들이 지금 부전도서관이 공공개발 논의 중이고, 휴관 중인 것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그래서 현존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 건물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부전도서관 탐방을 요청하게 되었어요. 제가 부산에 살다 보니 탐방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부전도서관에 얽혀 있는 역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와 관련되는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탐방을 마치고 난 뒤에도 자료들을 그냥 묻히기가 굉장히 아깝다고 생각했죠. 그 과정에서 연구회에서 이 자료를 바탕으로 책으로 출간하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책으로 출판할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자료들 모아놓은 것이 이대로 지나가 버리면 완전히 묻혀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처음 발굴한 책들도 있어서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자료를 전부 정리하고 하나의 책으로 발간해서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근현대 부산의 역사 풍경과 부전도서관의 발자취(한국도서관사연구회-부산 광복로 및 용두산 일대 탐방 영상)
https://youtu.be/VN_dkQUqXxI?si=Y3ilXWou2hot0c96
책 출간을 결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부전도서관의 역사를 책으로 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책을 낸 소감이 궁금해요.
그렇죠. 진짜 책이 될까? 그냥 논문으로 낼까?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주변에서 부전도서관 얘기만 하면 다 한 마디씩 거드는 거예요. 주변의 관심이 책을 출간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전도서관과 관련된 자료의 사실 여부도 입증해야 해서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도 책으로 발간하니 생각보다 너무 잘했다 싶고 주변에서도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었냐는 얘기를 많이 해줘서 만족하고 있어요. 또, 이 책에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어서 향후 보완하고 정리를 할 생각도 있습니다.
작업할 때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책을 집필하는 동안 도서관 밥을 오래 먹으면서도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너무 재밌게 작업을 했기 때문에,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긴 했어도 워낙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몸이 힘들어서 하기 싫었던 적은 없었어요. 다만 시청이나 관련 기관들에 문의했을 때 답변을 쉽게 들을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 부서마다 이쪽 부서에서 문의해라, 또 저쪽 부서로 문의하라는 답변만 듣다가 결국은 처음에 문의하게 된 부서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아쉬웠어요.
책에 실린 자료 중 애착이 가는 자료나 꼭 소개하고 싶은 자료가 있다면요?
부전도서관의 과거를 추적하다 보니 부전도서관이 1945년부터는 동광동에 있는 부산시 교육위원회와 건물을 공유하면서 운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교육위원회에 예전에 아버지가 장학사로 계셨어요. 제가 어릴 때 교육위원회에 아버지 심부름을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이 떠올랐어요. 당시 제가 그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는 기억까지 떠오르면서 혹시 집에 도서관과 관련된 자료는 아니더라도 당시의 사진이나 기록들이 있을까 하고 찾아봤어요. 그러다 <부산교육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부산교육지>는 제목처럼 부산 교육에 관한 책이겠거니 하면서 내용, 목차를 보는데 한 챕터에 도서관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었어요. 심지어 도서관 직원들의 사진, 열람실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까지 실려 있었어요. 그 자료는 이때까지 조사한 자료가 아닌, 처음 보는 자료여서 너무 놀랍고 반가웠어요. 이를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더 힘을 내서 자료를 찾고, 도서관에 대한 역사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책을 쓰는 데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부전도서관은 2022년 7월부터 안전등급 최하위 등급을 받아 휴관 상태에 있습니다. 금방 재개관하겠거니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예상과는 달리 장기전으로 가고 있어요. 부전도서관이 휴관하게 된 경위와 왜 이렇게 휴관이 길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왜 이렇게 길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공공개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쉽게 설명해 주세요.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중에서 입지가 가장 좋다고 볼 수 있는 곳, 부전동 서면 한복판에 부전도서관이 위치하고 있어요. 이 금싸라기 땅은 부산 진구청이 소유하고 있고, 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은 부산시청이 소유하고 있으며, 도서관 운영은 부산시 교육청에서 하고 있어요. 이 3개 기관이 공공개발 논의에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재개발을 한다든지 공공개발을 하는 데 있어서 이 세 기관이 어느 정도 이해관계가 해소되고 맞물려야지 공공개발 논의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선생님이 그리는 부전도서관 개발의 미래가 있을까요?
저는 틈만 나면 부전도서관 주변을 둘러보고 있어요. 부전도서관 건물은 부산의 1세대 건축가들이 설계하여 건축한 것인데, 근대 모더니즘 양식으로 건립이 되었고 당시 공공도서관의 건축 양식을 오롯이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도서관 중에서는 찾아보기 거의 힘든 도서관입니다. 그 뒤에 건립된 도서관 중에서도 이런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현재는 부전도서관 주변에 고층 건물이나 최신형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이 건물이 낡고 보잘것없는 건물처럼 보여요.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보면 상당히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지금 부전도서관 건물의 외벽을 우리 건축 기술로 손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건물을 오롯이 보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다면 도서관에 관한 역사를 기록하거나 도서관의 시설이나 물품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 그리고 우리가 옛날 도서관을 기억하고 싶고 옛 역사를 다시 추억하고 싶을 때 우리가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기념관으로 재탄생시키면 어떨까 싶습니다.
부전도서관 건물 오른쪽에 위치한 놀이마루는 부전도서관 부지의 약 3배, 1만 4천 제곱미터 정도 됩니다. 이곳을 최신식 현대식 도서관 건물로 만들어서 이 두 곳을 지하로 연결하거나 구름다리를 만들어서 연결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게 아니라 부산 서면 부전동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려서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과 주변을 누리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랍니다.
선생님께서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도서관사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도서관사연구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한국도서관사연구회가 처음 만들어진 취지는 우리나라 한국 도서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연구회 활동을 함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를 발굴해 내고 서로 공유하며 일반들에게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한 탐방과 역사 자료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서관들의 위치를 추적하며 그 흔적들을 찾아 푯말을 세우는 등 전국 각지에서 오프라인,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도서관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이라면 누구나 활동이 가능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부전도서관에 대한 선생님의 추억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부전도서관이 생애 첫 도서관이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연세가 많은 분들 중에 꽤 있었어요. 왜냐하면 1978년 3월 28일 구덕도서관과 반송도서관이 개관되기 전까지 부전도서관은 부산에서는 유일한 공공도서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전도서관의 전신이었던 부산 시립도서관이 생애 첫 도서관이었을 수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친구가 저에게 도서관에 가서 같이 공부하자고 했어요. 그때만 해도 시립도서관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막상 가서 보니 너무 놀라운 것이 열람실에 빈자리가 없는 거예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어요. 공부할 곳이 없어서 방황하고 있으니 나이 드신 직원분이 이동용 책상처럼 보이는 괴상한 책상을 가져와 저희에게 자리를 하나 만들어줬어요. 그때 그 책상에서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 시험기간만 되면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36년간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사서로 근무하셨는데요. 대학도서관과 일반 도서관 사서 업무의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대학도서관만의 특별한 업무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각 도서관이 운영되고 이용되는 과정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가장 큰 차이라면 이용 대상과 수집하는 자료의 특성입니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든지 가서 이용할 수 있다면 대학도서관은 그 대학의 구성원들을 위해서(다른 사람들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교수와 학생들이 이용 서비스 대상입니다. 그래서 교수들의 연구 활동, 강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수업을 위한 자료들이 주로 많고, 전문 서적 위주로 많이 소장을 하고 있어요. 공공도서관은 일반 교양 위주로 소장을 하고 있어서 각 도서관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학도서관에서도 일반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작가와의 만남, 인문학 강연, 북콘서트, 실내 연주회 등 방문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삶에서 도서관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도서관은 보물창고라고 생각해요. 궁금한 것이 있어 방문하면 거의 100% 이상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저의 보물창고입니다. 제가 도서관학을 공부하기 전에도 책을 좋아하다 보니 도서관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편안하게 고독을 즐기고 싶을 때도 혼자서 얼마든지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요즘 도서관은 시민들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건축으로 주변의 산책 코스들과 연계시켜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다가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요. 때문에 도서관은 누구든지 편안하게,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랑한 부전도서관>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야 되는 이유와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부전도서관의 가치는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중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 건물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부산의 1세대 건축가에 의해 근대 모더니즘 양식으로 건축되었고, 이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오래됐고 낡은 건물이라 해서 무조건 허물어 버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이 건물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어줄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산시민이 이것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전국에 있는 독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한 번씩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부산이 부전도서관을 잘 보존하고 개발해서 후손에 물려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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