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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철학자와 흑인 작가의 충돌과 대화_『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 문화일보 언론 소개

by ellelitunlivre 2025. 2. 17.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흑인 소설가 랠프 엘리슨 사이에 오갔던 흑인 차별에 관한 논쟁과 성찰을 담은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이 <문화일보>에 소개되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20세기에 오갔던 차별에 관한 논쟁을 오늘날 다시 살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지금, 아렌트와 엘리슨이 남긴 저작물을 통해 두 사람이 지닌 생각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두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문제의식은 없을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흑인 향한 혐오에 나는 무지했다”… 한나 아렌트가 반성한 이유[북리뷰]

 

■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
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서요성 옮김│산지니

 

‘무자비한 폭행, 신체의 본능적인 불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너무나도 정확한 당신의 소견 덕분에 제가 상황의 복잡다단함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어요.’

한 사상가의 통렬한 반성을 담은 편지. 사과문 혹은 반성문이라고 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 글의 말미에는 ‘진심을 담아서, 한나 아렌트’라며 그 주인공이 드러난다.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렌트는 20세기 정치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악의 평범성’을 비롯한 그의 저서는 오늘날에도 혐오와 폭력이 아주 평범한 사람에 의해서도 자행될 수 있다는 텍스트로서 널리 읽힌다.

그런 그가 이렇게 깊은 사과를 전하니 궁금할 수밖에. 독일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설립,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아렌트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과 책을 출간한 저자는 아렌트의 유고집에서 이 편지를 발견하고 그 배경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아렌트의 이와 같은 사과는 그의 에세이 ‘리틀록 사건을 돌아보며’를 향한 비판에 대한 대답이었다.

1954년 워싱턴 연방대법원이 인종차별을 위헌으로 판결하자 1957년 아칸소주의 마을 리틀록에서는 9명의 흑인 학생이 지역 공립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이에 격분한 백인들은 등교를 거부하고 물리적 폭력 소요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사건을 아렌트는 에세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 제도로 해결하니 문제가 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는 많은 흑인들은 물론 나치로부터 박해당했던 기억으로 흑인민권운동 세력과 긴밀히 연대했던 유대인 이민자 진영으로부터도 공격받았다.

비판에 응답하지 않던 아렌트는 ‘누가 검둥이를 대변하는가’에 실린 흑인 소설가 랠프 월도 엘리슨의 인터뷰를 읽고 자신의 부족함을 뒤늦게 깨달아 사과한 것이다. 엘리슨은 흑인이 매일 마주하는 폭력은 언젠가 미국 땅에서 피부색으로 인한 무차별적 홀로코스트가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불안이라며 사회적 합의나 대화로 천천히 풀어가기에는 무척이나 시급하다는 말을 통해 아렌트를 비판했다. 사과문을 비롯해 아렌트가 생전 흑인 지식인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오늘날의 사람들은 아렌트를 그저 시대에 갇힌 철학자로 읽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아렌트와 엘리슨의 저서들을 두루 비교하며 자유와 평등에 대해 상당한 공통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엘리슨과 아렌트 각각의 요구가 진정한 평등을 위해 필요한 목소리였다는 점을 짚는다. 혐오와 폭력이 만연한 시대의 이면에는 폭력을 향한 비판 중 최대치의 급진성을 지닌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게 된다는 사실이 있다. 크노트의 책은 폭력을 넘어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을 향해 너무 쉽게 다른 비판을 치우지 말 것을 충고한다. 192쪽, 1만8000원.

 


출처: 2025년 2월 14일 자 <문화일보> 장상민 기자

 

“흑인 향한 혐오에 나는 무지했다”… 한나 아렌트가 반성한 이유[북리뷰]

■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서요성 옮김│산지니‘무자비한 폭행, 신체의 본능적인 불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너무나도 정확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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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 | 마리 루이제 크노트 - 교보문고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엘리슨 | 같은 거리에 살았던 유대인 철학자와 흑인 작가 한 편의 글,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 충돌과 대화1954년, 워싱턴의 연방대법원은 공립학교의 인종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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