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부산 🌊 부산 출판사 산지니가 '바다 🌊'와 관련된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다는 단순히 물리적 경계로만 기능하는 게 아니라 사람, 물자, 그리고 문화가 오가는 통로죠. 해역인문학은 바다의 이러한 기능에 집중하여 인간 사회가 해역을 매개로 다른 문화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분석합니다. 그중 오늘 소개할 <해역인문학의 시선>은 해역을 통한 언어의 이동과 언어문화의 역동성에 주목하였습니다. 기존의 인문학이 국가나 육지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나 문화를 분석해 왔던 관점에서 벗어난 것이죠.
이 책의 저자 양민호 교수는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까요? 대학지성 In&Out에서 저자가 직접 말하는 <해역인문학의 시선>의 내용과 그 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해역은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새긴 거대한 지문(指紋)의 공간과도 같다. 이번에 소개하는 ‘해역인문학의 시선’은 해역을 중심으로 언어와 문화가 어떻게 이동하고, 변화했는지를 탐구하며, 바다와 사람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흔적들을 조명한다. 이 책은 해역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의 삶과 언어가 어떻게 진화하고 융합되었는지를 이야기하였다.
바다를 건넌 언어와 문화의 흔적
바다를 통해 이동한 언어와 문화는 해역이라는 공간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예를 들어 도래(渡來) 작물 중 하나인 고구마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파되는 과정 속에 ‘고구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특히 경상도의 ‘고마’, 전라도의 ‘고매’ 등 지역별 명칭의 다양성은 일본어 어원인 효행우(孝行芋 고코이모)에 기인하였고 결과적으로 바다를 매개로 한 문화적 교류의 흔적을 담고 있다. 고구마뿐 아니라 감자, 옥수수, 땅콩과 같은 작물의 명칭 변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속에 숨겨진 해역의 역사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언어적 이동과 변화를 통해 해역이 단순한 교역의 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유산을 품고 있는 복합적 장소임을 보여준다.
해역의 지문(指紋)이 새겨진 도시
부산과 인천은 해역의 역사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도시들 중 하나다. 특히 부산항은 과거 개항 이후 조선에서 외부 문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 역할을 하며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융합되었다. 가령 부산의 국제시장은 과거 일본과의 교역을 통해 형성된 공간으로, 외래 문물이 지역사회에 스며드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장소들은 단순한 물적 이동의 공간을 넘어, 해역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의 삶과 문화적 정체성이 새겨진 지문과 같다. 부산의 다양한 사투리 역시 이러한 해역 교류의 흔적을 담고 있다. 사투리는 지역적 특성이 결합된 결과물로, 바다를 중심으로 한 언어적 융합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처럼 부산은 해역 교류의 생생한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이며, 바다가 인간과 지역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잘 보여준다.
해역을 따라 그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
해역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는 동시에 미래를 설계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책은 전국민 해양의식 조사인 ‘부경해양지수’를 활용해 한국 국민이 바다와 해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바다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한다. 해역은 기후 위기 대응, 지역사회 강화, 문화적 회복을 위한 중요한 공간이다. 필자는 해역이라는 공간의 언어경관(Linguistic Landscape)을 분석하며, 바다와 육지가 만들어낸 언어적 변화와 문화적 융합의 독특성을 추적한다. 이러한 해역의 특성은 지속 가능한 인문학적 비전을 제시하며, 바다를 새로운 협력과 공생의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해역인문학의 시선’은 바다를 중심으로 연결된 인간과 언어, 문화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 책에서 바다가 단순한 자연적 경계를 넘어, 사람들의 삶과 언어, 그리고 역사가 새겨진 거대한 지문같은 존재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해역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바다를 매개로 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해역에서 조우한 사람들의 이야기
바다는 단순히 물질과 상품을 이동시키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가 함께 오가는 통로였다. 특히 어촌은 이러한 교류의 생생한 현장이다. 이곳은 단순히 수산물을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해역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장소로, 지역 어촌 주민과 해양 교역의 흔적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어촌과 어시장에서 사용되는 독특한 수산물 관련 어휘와 표현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반영하며, 해역의 언어경관을 형성한다. 해역에서의 교류는 물질뿐 아니라 사람들의 이주와 만남을 통해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을 가져왔다. 또 동북아시아를 관통하며 해상 루트를 따라 늘어선 해역 도시들에는 이주한 노동자들과 상인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가져와 새로운 형태의 언어적 융합을 이루어냈다. 이러한 교류는 해역 지역에 독특한 다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지역적 특성으로 남아 있다.
언어경관과 해역의 정체성
‘해역인문학의 시선’은 바다 위의 언어경관을 분석하며, 언어와 문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조명한다. 예컨대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제주해의 과거 간판과 여러 안내 문구를 분석함으로써 진정한 ‘해역다움’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언어경관은 단순히 지역적 필요를 넘어, 그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자리 잡는다. 언어경관을 통해 분석할 수 있는 해역의 문화적 정체성, ‘해역다움’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이러한 해역의 정체성은 지역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며, 바다와 해역이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일깨운다.
해역인문학의 미래와 도전 과제
해역인문학은 현재까지도 무궁무진한 연구 가능성을 품고 있다. 바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문화적 교류의 흔적은 아직 충분히 발굴되지 않았으며, 이를 통해 해역을 재해석하는 작업은 다양한 학문적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 기후 위기와 지역의 소멸 문제가 대두되며, 해역인문학은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역인문학의 시선’은 단순한 과거 회고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바다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협력 모델은 지역 창생(創生)과 문화적 복원의 핵심이 될 것이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동북아시아를 넘어 다양한 해역을 연결하며, 새로운 해석과 연구 주제를 제안한다.
국립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교수. 동국대학교와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도호쿠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립국어원 공공용어 번역 표준화 위원회 일본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사회언어학으로, 동북아시아 해역을 중심으로 한 언어와 문화 교류, 언어경관(Linguistic Landscape) 등을 다룬다. 최근에는 해역 인문 네트워크를 연구하며, 바다를 통해 언어와 문화가 이동하고 변형되는 과정을 탐구하고, 지속 가능한 인문학적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통과 불통의 한일 간 커뮤니케이션』(공저, 2018), 역서로는 『경제언어학 - 언어, 방언, 경어』(공역, 2015) 외 다수의 저·역서가 있다.
출처: 2024년 12월 15일, 양민호, 대학지성 In&Out
장소는 지문(指紋)이다…해역에 새겨진 언어와 문화의 흔적 - 대학지성 In&Out
■ 저자에게 듣는다_ 『해역인문학의 시선: 해역 위의 언어 풍경』 (양민호 지음, 해피북미디어, 224쪽, 2024.10.) 해역은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새긴 거대한 지문(指紋)의 공간과도 같다. 이번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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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역인문학의 시선
해역인문학은 바다와 육지 그리고 힌터랜드(배후지)를 중심으로 문화, 언어, 물질의 교류를 탐구하는 학문 분야다. 인간 사회가 해역을 매개로 다른 문화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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