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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브릭스> 인터뷰] "여행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트라밸’이 필요해"_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 우지경 여행 작가

by nineteen26 2025. 3. 17.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의 우지경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글로 쓰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이렇게 아름답게 소개할 수 있다니!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일이 행복할 수만은 없죠. 얼마 전 출간된 에세이집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에 우지경 저자는 취미가 일이 되어버린 13년 차 여행 작가의 즐거움과 고단함까지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기 위해, 또 지금껏 유지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브릭스 매거진에서 우지경 저자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여행작가로서의 삶과 다양한 취미, 포르투갈 여행 팁, 또 향후 계획에 관해 다루었다고 하는데요. 함께 읽으러 가 보시죠! 

 


 

[인터뷰] 쓰기 위해 또 떠나는 여행작가, 우지경 인터뷰

 

여행이 취미였던 직장인이었다가 여행이 업이 된 사람.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괌, 타이완 등 대륙을 넘나드는 여행 책을 쓰고, 취미로서의 여행이 빠진 자리에 수영과 홈 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넣은 사람. 여러 매체에 활발하게 여행 기사를 기고하면서 자기 삶에 관한 에세이도 집필하는 사람. 바로 13년차 여행작가 우지경 작가입니다.

브릭스 매거진에서 최근 직업 에세이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 를 펴낸 우지경 작가를 만나 여행작가로서의 삶과 작가의 다양한 취미에 관하여 들어보았습니다. 물론 포르투갈 여행 팁도 빠트리진 않았답니다. 일상을 조금 더 여행에 가깝게 바꾸고 싶은 분들이라면 우지경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우지경 작가

 

Q. 올해로 13년차 여행작가시지요.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셨나요?

여행작가는 제 세 번째 직업이에요. 그 전엔 여행이 취미였던 직장인이었어요. 홍보 담당으로 일하며 보도자료가 신문 여행‧레저 면에 실리다 보니 자연스레 함께 실린 여행 기사를 읽으며 부러워했죠. 아, 나도 여행 좋아하는데, 어쩌면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들었어요. 강의가 끝날 때 수강생 대상으로 다 함께 책 한 권을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저는 참여하지 않았어요. 당장 눈앞의 현실(승진과 이직)을 택해 버린 거지요.

그런데 한두 해 지나서 서점에 갔더니 그분들이 쓰신 책이 출간되어 있는 거예요. 말로만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지 계속 바쁘다는 핑계만 댔구나. 이래선 평생 못하겠구나. 그래서 재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아카데미에 등록을 하며 직장생활 12년 만에 처음으로 1년 휴직을 했어요. 여행작가에 도전해 보기로 한 거지요. 다행히 그 사이에 『반나절 주말여행』이라는 국내 가이드북에 공저로 참여했고, 티웨이 기내지에 기고도 하게 됐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출간 기회를 얻어 첫 책 『타이완 홀리데이』를 공저로 쓰게 되었고요.

 

우지경 작가가 공저로 작업한 『타이완 홀리데이』와  『괌 홀리데이』 

 

Q. 막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첫 공저 이후에 바로 가이드북을 맡으셨다고요?

『반나절 주말여행』 출판사 대표님이 타이완 가이드북 제안을 주셨어요. 공교롭게도 대표님은 제가 홍보 담당일 때 스포츠 신문 기자셨는데, 홍보담당이면 마감은 잘 지키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연락을 주셨다고 해요. 그 덕에 반나절 주말여행을 함께 했던 작가와 둘이 공저로 첫 해외 가이드북을 쓰게 됐어요.

실제로 가이드북 작업에 예전 직장에서 했던 업무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엑셀로 일정을 정리하고, 기획안을 쓰고 관광청에 제안을 넣어 협찬을 받았지요. 당시는 타이완이 타이베이 말고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가이드북 세계에서는 신대륙 같은 곳이었거든요.

재미있는 건 『타이완 홀리데이』의 원고 작업을 마치고 책 후반 작업 중일 때 이번엔 『괌 홀리데이』 취재와 집필을 시작했다는 거예요. 괌 역시 당시 가이드북이 거의 없는 여행지였기 때문에 괌 관광청과 협업할 수 있었어요. 『괌 홀리데이』가 출간된 이후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괌이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며 큰 인기를 얻었어요.

 

Q. 작가님의 저서가 타이완, 괌, 오스트리아, 헬싱키, 포르투갈 등 대륙을 넘나드는 이유가 있었네요.

맞아요. 제가 여행작가가 되면서 잡은 콘셉트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빠르게, 하지만 깊게 취재해서 잘 알려보자는 것이었어요. 마치 제가 탐험가인 것처럼 블루오션 같은 지역을 발견하고, “와, 여기 너무 좋은 왜 안 가요? 가서 이렇게 여행해 봐요.” 이런 얘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네다섯 권을 쓰고 나니까 편집자분들께도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뜨겠다 싶은 지역을 정확히 예측한 것은 아니에요. 저는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리스본 ⓒ우지경

 

Q. 그러다가 가장 최근에는 『리얼 포르투갈』을 내셨습니다. 처음 포르투갈에 가게 된 건 어떤 계기였나요?

여행작가로 열심히 살고 있을 때, 한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나랑 스페인 안 갈래?”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요. 그게 1년 만에 받은 연락이었거든요. 그 친구가 휴가 같은 출장을 포상으로 받았는데, 스페인에 가고 싶다고, 여행을 잘할 것 같은 저에게 제안한 거예요. 마침 그때 저도 포르투갈이 궁금하던 차였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함께 가자고 권해서 처음으로 포르투갈 땅을 밟았어요.

여행을 가면 정말 좋은 곳이 많죠. 하지만 좋아도 살고 싶지는 않은 곳이 있고, 좋을 뿐만 아니라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드는 곳이 있어요. 포르투갈이 바로 살고 싶은 나라였어요. 평생은 아니더라도 1년, 2년은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이요. 그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 보면, 아마도 남유럽 특유의 국민성 때문이 아닐까 해요. 포르투갈의 소도시에 가서 “나 너희 와인 마시려고 한국에서 왔어.” 하면 진짜 와인 잔을 꽉 채울 정도로 콸콸 따라줘요. 이건 일례일 뿐, 인간미가 있다는 건 사실이에요. 온화한 기후처럼 온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Q. 본격적으로 포르투갈 이야기를 해 보죠. 포르투갈 여행자들에게는 숙명 같은 질문이 있지요. “리스본이 좋았어, 포르투가 좋았어?” 작가님은 둘 중 어떤 도시가 더 좋으셨나요?

계절마다 다른데요, 두 도시가 색감이 굉장히 달라요. 책에도 썼지만, 퍼스널 컬러로 치자면 리스본은 봄 같은 웜 톤이고요, 포르투도 따스하지만 약간 가을 톤이에요. 겨울에 잘못 가면 포르투는 내내 비만 오거든요. 그래서 봄과 여름에 가시는 분들은 포르투만 가셔도 좋을 것 같고요, 겨울이 될수록 매력적인 도시는 더 남쪽에 있어 일조량이 많은 리스본이 아닐까 해요. 저 역시 두 도시 모두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래 머물기에는 포르투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리스본과 포르투 ⓒ우지경

 

Q. 포르투갈은 리스본, 포르투 외에도 가 볼 만한 곳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주요 도시 근교로는 어떤 곳을 추천해 주시겠어요?

리스본 근교의 신트라도 좋고요, 여름에는 리스본의 서쪽에 있는 카스카이스도 정말 좋아요. 카스카이스는 휴양지인데, 서핑을 하기 좋은 해변도 있고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해변도 있어요.

포르투 근교도 마찬가지에요. 색감이 굉장히 컬러풀한 아베이루와 코스타 노바에 가 보시길 바라요. 시간 여유가 있다면 나자레라는 어촌 마을도 추천합니다. 겨울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파도가 친다고 해서 유명한 서퍼들이 많이 찾는 곳이에요. 진짜 옛날 어촌인데 힙한 사람들이 막 돌아다녀요. 뭐랄까, 초창기 양양 같은 바이브랄까요?

또, 포르투갈 남부도 매력적이에요. 제가 최근 『리얼 포르투갈』의 개정판을 위해 포르투갈 남부를 다녀왔는데, 라고스 같은 곳도 지중해 분위기 물씬 풍기며 물가는 저렴하고, 젊고 활기찬 기운이 있어요. 

 

 

Q. 포르투갈의 또 다른 매력은 먹을거리이지요? 어떤 음식들을 추천하시겠어요?

문어예요. 정말 야들야들 부드럽고 크기도 큼직해서 너무 맛있어요. 그런데 포르투, 리스본 쪽은 문어를 많이 먹고 포르투갈 남부에 가면 꼴뚜기를 먹어요. 꼴뚜기를 볶는데, 이게 또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요. 포르투갈어로 밥이 ‘아로즈(arroz)’인데 사이드로 밥을 선택하면 백반 같은 느낌도 드실 거예요.

밥 하니까 해물밥도 떠오르네요. 포르투갈에서 해물밥 많이 드실 텐데, 해물밥도 배리에이션이 되게 많아요. 보통 온갖 해물이 들어간 아로즈 드 마리스쿠(Arroz de Marisco)를 드실 텐데요, 저는 아귀밥을 아주 좋아해요. 아로즈 드 탐보릴(Arros de Tamboril)이란 메뉴를 찾아보세요. 서양 아귀가 살이 아주 실해서 아귀찜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반하실 거예요.

물론 음식을 드실 때 곁들이실 음료도 필요하실 거예요. 포르투갈에는 포트와인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레드, 화이트 와인이 많아요. 특히 그린 와인이라고 좀 어린 포도로 만든 와인을 흔히 찾아볼 수 있어요. 맛이 가벼워서 낮에 식사에 곁들여 마시기 좋아요. 탄산이 들어간 그린 와인은 특히 입맛을 돋아주지요. 가격도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하면 많이 저렴하고요.

 

Q. 보통 가이드북 집필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전체 가이드북 제작 기간에서 취재 기간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잡아요. 유럽 같은 경우도 한두 달 안에 끝내지요. 취재 기간만큼이나 중요한 게 기획, 목차 구성 단계예요. 편집자와 함께 이 책을 몇 페이지로 얼마나 쓸지 다 정해놓고 가는 거죠. 이런 밑바탕 작업이 중요해서 제대로 만드는 가이드북은 이 기간이 6개월 정도까지 될 정도로 길어요.

취재에 한두 달이 소요되고, 다시 두 달 안에는 집필을 마치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한없는 교정 작업이 시작돼요. 1교, 2교, 3교, OK교. 가이드북 교정은 오탈자를 잡는 것뿐만 아니라 취재 당시의 정보와 가이드북 발행 당시의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까지 포함해요. 이렇게 족히 1년을 작가는 물론 편집자, 디자이너, 교정자 전부 합심해서 한 권의 가이드북을 완성합니다. 

 

Q.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책이 가이드북이군요.

책을 사시는 분들이 이 책을 믿고, 의지하고 여행을 가시잖아요.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막 쓸 수 없어요. 무책임하게 “나 여기 좋던데.” 하고 말 수는 없는 거예요. 정확한 위치, 실제로 보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여행을 풍부하게 할 역사 등을 알려드려야죠.

특히 요즘 가이드북은 코스를 짜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요. 정보를 여기저기서 수집할 필요 없이 책의 앞부분만 보셔도 될 만큼 요약을 하는 거지요. 또, 책에 소개된 모든 장소를 다 가 볼 수는 없으니까 그중에서도 각자 선택할 수 있는 효율적인 코스를 짜 드리는 거예요.

코스는 보통 책 마지막에 완성하고, 정말 고민을 많이 해요. 사람들의 취향, 효율적인 동선, 이동 시간 배분까지….

 

스코틀랜드에서 ⓒ우지경

 

Q. 기획 단계에서 사전 조사는 어떻게 하시고, 소개하는 스폿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관광청 사이트도 참고하고요, 현지에서 발행되는 웹진도 많이 읽어 봅니다. 국내 여행자들의 후기도 참고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걸 제안하고 싶잖아요. 현지에 가서도 호텔 컨시어지나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물어요. 거기 가 봤어? 어땠어? 아니면 어디가 좋았어?

어떤 곳을 어떤 시간에 방문하느냐도 중요해요. 한낮에 가야 좋은지 해가 질 때 가야 좋은지, 최적의 촬영 시간은 언제인지. 요즘은 워낙 정보가 넘쳐나서 정보 수집 자체는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정보를 거르고 실제는 어떤지 확인하는 과정이 저의 몫인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작가의 시선, 취향이 작용하고요.

저는 동선을 많이 봐요. 정말 가보면 좋을 수도원이지만, 이동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교통수단도 원활하지 않다면 책에는 제외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주 붐비는 ‘명소’ 주변에서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하는 걸 좋아해요.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점점 사람이 많아져서 들어갔다 나오면 기를 다 빨려서 나오기 마련이에요. 그때 주변에 있는 노천카페를 찾아 커피나 맥주 한잔 마시면 좋다고 추천하는 거예요. 호흡을 가다듬고 여유를 찾아 다음 일정을 계속할 수 있게요.

 

포르투갈 알부페이라 ⓒ우지경

 

Q.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가이드북이지만, 한편으로는 작가님의 취향도 반영되는 거군요.

아마 모든 가이드북이 그럴 거예요. 작가가 취향에 따라 어떤 분야를 깊게 파는 식으로요.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역사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쓰실 테고, 음식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따로 페이지를 할애해서 현지 음식에 관해 풀어주시는 거지요. 제가 그런데요, 일간지에 칼럼을 쓰고 있기 때문에 뭘 하나 쓰더라도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싶어요.

포르투갈에서는 ‘바칼랴우’라고 불리는 염장 대구가 유명합니다. 대구는 포르투갈에서 잡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에요. 그런데 온 국민이 대구를 먹지요. 포르투갈이 가난하던 시절,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원양어선을 타고 노르웨이까지 가서 대구를 잡았고, 돌아오는 거리가 멀어 생선이 상하니까 선내에서 소금을 뿌려 절였어요. 그냥 먹으면 너무 짜니까 물이나 우유에 불려 먹기 시작했고요. 힘들 때 의지가 된 바칼랴우를 포르투갈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부른답니다.

하지만 여행자들 중에는 바칼랴우가 입맛에 맞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그래도 유명하니까 꼭 먹어라, 입맛에 안 맞을 수 있으니 먹지 말라 단순하게 쓰고 말 수는 없어요. 대신 염장 대구의 유래, 역사를 정확히 취재해 알려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지요. 달걀과 감자를 곁들이면 바칼랴우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팁도 곁들여서요.

 

리스본 ⓒ우지경

 

Q. 취재 노하우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현지인과 대화를 할 때 녹음을 많이 해요. 모든 내용을 바로 번역하고 기록할 수는 없으니까 다녀와서 녹취를 푸는 거지요. 대신 현장에서는 중요한 키워드를 꼭 기록해 두고요. 그리고 돌아와서 최대한 바로 쓰려고 노력해요. 한 번 쓰고 나면 딱 정리가 되어서 같은 곳에 관해 다른 주제로 쓸 때도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 취재 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은 걸 물어요. 원래 여행을 가면 현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냥 혼자 다니면 심심하기도 하고, 너무 제 시선으로만 그 나라를 보는 것 같았거든요.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새로운 걸 많이 배우게 돼요. 반대로 그 사람들에게 한국인에 관한 어떤 이미지를 남겨줄 수도 있고요. 아무튼 그런 여행 스타일이 취재를 할 때도 도움이 됐어요.

혹시 낙타가 몇 살까지 사는지 아세요? 최근 모로코에 갔을 때 그런 걸 물어본 적이 있는데 40살까지 산대요. 그냥 인터넷에서 낙타의 수명을 검색해서 써도 되겠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따옴표 안에 인용할 수 있잖아요. 제가 글 안에 대화문을 넣는 걸 좋아하거든요. 물론 그 사람의 이름도 꼭 알아두려고 노력하고요.

 

모로코에서 ⓒ우지경

 

Q. 가이드북 집필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 칼럼도 많이 연재하시지요. 이를 엮어 책을 내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Shall We Drink〉라는 칼럼을 엮어서 책을 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진행이 되진 않았어요. 대신 꾸준히 책을 쓰다 보니 여행 에세이가 아닌 에세이를 쓸 기회가 생기네요. 최근에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여행작가가 어떻게 일하는지에 관한, 직업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취미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바로 수영이에요. 직장인일 때는 여행이 취미였지만, 이제 여행이 일이 되면서 다른 취미가 필요해졌지요. 몇 년간 수영에 미쳐 지냈는데, 바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해요.

 

Q. 작가님의 또 다른 취미가 홈 스타일링이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집을 예쁘게 꾸미게 되셨나요?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일상이 칙칙해 보일 수 있잖아요. 깔끔하게 정리된 호텔에 왔다가 집에 들어오면 집안은 엉망이라 짐도 풀기 싫어지기도 하고요. 흔히 말하는 ‘워라밸’처럼 여행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트라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작가가 되면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직장 다닐 땐 잘 몰랐던 더러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조금씩 공간을 변화시켜 나갔죠. 그러다가 6년 전쯤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며 제 서재가 생겼어요. 작업실인 그곳을 잘 꾸미고 싶었지요. 일터이기도 하고 쉼터이기도 한, 저에겐 중요한 공간이니까요.

 

작가의 집 ⓒ우지경

 

좋은 공간에 나를 데려다 놓는 일이 여행이듯, 집도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 두니까 좋은 에너지가 나왔어요. 물론 마감이 몰아치면 엉망이 되긴 하는데 최대한 빨리 복구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써요. 글이 잘 안 풀려도 딴 짓은 꼭 청소나 빨래로 해요. 특히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는 타이머가 있으니까 돌아가는 동안 오히려 작업에 집중도 잘 돼요. 설사 종일 한 줄도 못 썼다 하더라도 최소한 집안일은 했으니까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 셈이죠.

홈 스타일링 아이디어는 여행을 통해 많이 얻어요. 호텔과 에어비앤비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배워요. 그 중에서도 『스탑오버 헬싱키』 작업을 하며 머물렀던 북유럽에서 많이 배웠어요. 북유럽 사람들이 정말 채광과 식물과 색깔을 잘 조합해 쓰는 사람들이에요.

아, 아이디어는 얻어도 여행가서 뭘 많이 사 오진 않아요. 린넨, 컵받침처럼 가볍고 부피 적게 차지하는 소소한 것들만 사 온답니다.

 

작가의 집 ⓒ우지경

 

Q. 브릭스 매거진 독자분들에게도 ‘트라밸’을 맞추는 노하우를 전해주신다면요?

우선 여행을 다녀오시면 짐 정리를 빨리 하세요. 캐리어 안에서 빨래가 썩어 가면 여행과 일상의 갭이 완전히 벌어지는 거예요. 집안에 빈 여행 가방이 들어갈 자리도 미리 정해두세요.

그리고 여행지에서 정말 좋았던 것 하나 정도를 집안에 들이세요. 예를 들어 어떤 숙소가 항상 꽃을 꽂아놔서 좋았다면, 집에도 꽃 한 송이 사서 꽂아두는 거예요. 호텔 테이블에 과일이 예쁘게 올라가 있었다면, 우리 집 식탁 위에도 그렇게 과일을 놓아두고요.

 

식물만으로도 집안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우지경 작가

좀 더 투자를 하겠다 하시면 좋은 수건을 사세요. 사실 호텔과 집의 결정적 차이는 수건이나 침구 같은 것들이에요. 누구 칠순 기념 이런 수건은 정중하게 보내드리고, 호텔에서 썼던 것 같은 화이트 수건을 들여 보세요. 큰 돈 들이지 않고 여행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Q. 앞으로 진행하실 프로젝트가 있으시다면요?

말씀 드렸듯 여행작가라는 직업에 관한 에세이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가 3월 4일에 출간됐어요. 그리고 역시 3월에 『리얼 포르투갈』 개정판이 나와요. 기존 책에는 포르투갈 남부가 빠져 있어서 지난 가을에 남부를 다녀왔어요. 포르투갈이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며 두 번 이상 가시는 분들도 늘고 있잖아요. 앞으로 포르투갈 전체를 한 바퀴 돌 계획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우지경 작가의 신작 『쓰기 위해 또 떠납니다』 ⓒ우지경

 

포르투갈 남부에 가는 김에 모로코도 다녀왔어요. 포르투갈이 역사적으로 무어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무어인들의 나라인 모로코가 늘 궁금했어요. 남아공은 가 봤지만 북아프리카는 처음이었고, 약간 ‘혼돈의 카오스’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집트도 가고 모로코도 다시 가고, 북아프리카 지역에 관해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로코에서 ⓒ우지경

 

출처: <브릭스 매거진> 인터뷰

 

[인터뷰] 쓰기 위해 또 떠나는 여행작가, 우지경 인터뷰 #1 : 브릭스 인터뷰

여행이 취미였던 직장인이었다가 여행이 업이 된 사람.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괌, 타이완 등 대륙을 넘나드는 여행 책을 쓰고, 취미로서의 여행이 빠진 자리에 수영과 홈 스타일이라는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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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쓰기 위해 또 떠나는 여행작가, 우지경 인터뷰 #2 : 브릭스 인터뷰

:: 쓰기 위해 또 떠나는 여행작가, 우지경 작가 인터뷰 #1 먼저 읽기Q. 보통 가이드북 집필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전체 가이드북 제작 기간에서 취재 기간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잡아요. 유럽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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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인터뷰

브릭스 매거진 : 인터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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