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의 실타래를 풀어 시를 짓다
넌지시 깨닫게 되는 부처의 가르침
▶ 책 한 권으로 하는 템플스테이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전등록 인원이 4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불교 특유의 느린 리듬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과 사색의 공간이 현대인들에게 절실함을 시사한다.
윤동재 시인의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산지니시인선 24)는 이러한 현대인들의 갈망을 충족시켜 줄 불교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윤동재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들려주듯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가 절집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시로 풀어냈다. 이른바 ‘절집 몽유기행시’이다. 시집에 수록된 70편의 시 중 대다수는 한국 각지의 절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 진관사, 영주 부석사, 영암 도갑사 등 절집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유는 독자들에게 마치 템플스테이를 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가르치지 않고 슬며시 일깨우는 시, 불교(佛敎)다운 불교시(不敎詩)
본디 불교란 스스로 깨닫는 길을 가는 철학이자 종교다. 윤동재 시인의 시도 마찬가지다. 가르치지 않고 이치를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넌지시 깨닫게 한다. 따라서 이 시집의 시는 불교(佛敎)답게 가르치지 않는 불교시(不敎詩)다.
“부처님 덩치가 작아 봐라/ 힘이 없어 무씬 일을 하시겠노”(「관촉사 은진미륵님」)라며 외모가 볼품없는 은진미륵을 대변해 세상에 모난 존재가 없음을 말한다. 이는 겉모습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던 이들에게는 따끔한 죽비가 될 것이다. 또한, “고추장 잘 담그는 것이 면벽 정진과 다르지 않”(「만일사 고추장 불보살」)다며 일상 속 모든 일이 수행이고, 그것을 잘 해내면 그게 득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글대장경을 읽는 각시붓꽃(「봉선사 각시붓꽃」)과 부처님 무릎 아래 모여 부처님 말씀을 한마디도 빠트리지 않고 들었다는 구절초(「영평사 구절초」)를 통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부처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표제작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에서는 스스로 깨닫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윤동재 시인은 불교와 시라는 어려운 조합을 친숙한 언어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꿈같은 장면들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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