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출간된 황인규 소설가의 중편소설집 『고스트 테스트』가 <국제신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스트 테스트』는 과거와 미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역사적 사실과 창조적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으로 AI와 인간, 과학과 인간 본질에 관한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국제신문>의 조봉권 기자는 “지식-정보-이야기-주제의식이 고밀도로 농축돼 형형한 기세로 메시지를 발신하는 소설집”이라며 “괴물 같은 작가를 만난 느낌”이라고 평했습니다. 아래는 <국제신문> 조봉권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과거부터 미래까지…놀라워라, 깨알 같은 지식과 탄탄한 서사
고스트 테스트- 황인규 지음/산지니/1만9800원
- 인공생명 등장 22세기 배경 등
- 4편의 중편으로 엮은 소설집

부산에서 활동하는 황인규 소설가가 중편소설집 ‘고스트 테스트’를 냈다. 이 중편집에서 받은 첫 느낌은 ‘충격’이라는 낱말을 쓰지 않고는 표현할 길을 찾기 어렵다. 지식-정보-이야기-주제의식이 고밀도로 농축돼 형형한 기세로 메시지를 발신하는 소설집이다.
여러 성분 가운데 ‘지식’ 요소(역사·과학·정보·IT·미래·우주 등을 포괄한다)의 비중이 크고 밀도 또한 높다 보니, 어떤 작품은 좀 어렵다. 하지만 작가는 ‘인간·세계·역사에 관해 깊이 질문한다’는 주제의식만큼은 한순간도 안 놓친다. 지식과 이야기가 따로 놀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발산한다. 쉽게 접하기 힘든 성취를 담은 소설책으로 다가온다. AI가 활보하는 이 시대에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도 왠지 들었다. 수록작은 ‘미지의 항해’ ‘고스트 테스트’ ‘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 ‘만남’이다.
‘미지의 항해’는 1611년 네덜란드 항해가 브로워르 선장이 개척한 브로워르 루트(Brouwer Route)를 둘러싼 해양소설이다. 잘 들여다보면, 작가가 17세기 유럽인의 항해술과 선박, 대항해 시대 역사와 바다에 관해 깨알 같은 지식을 작품 전반에 흩뿌려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브로워르 루트’ ‘캐릭선’ ‘후천의’ 같은 해양용어를 네이버·다음에서 한글로 입력해 본들, 검색조차 잘 안된다. 그만큼 디테일이 생생하다.
작품을 따라가면서 유럽인이 ‘근대’를 발명하는 과정에서 대항해, 항해술, 조선과 선박이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실질·실용·도전·실패·성취가 압축된 시공간인 ‘항해’가 옛 질서와 관념을 깨부수며 근대의 씨앗을 뿌렸다는 짐작이 들었다. 노예 취급 받기 십상인 흑인 시우바가 능력·경험을 바탕으로 간부 선원이 되는 장면에서도 그런 주제의식은 묻어난다.
‘고스트 테스트’는 딥 러닝이 개발된 지 100년도 더 된 22세기, 인공지능(AI)을 넘어 양자컴퓨터에 기반한 인공생명(AL)이 등장한 상황에서 프로그램과 인간이 펼치는 복잡하고 심오한 대립과 충돌을 다룬다. 용어·개념이 좀 어렵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작가는 ‘해탈 프로그램’ ‘열반 프로그램’도 쉽게 사서 체험할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근원’에 관해 질문하고 치열하게 탐색한다.
‘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는 낯선 형식을 과감히 실험한다. 이 소설은 편지 7통으로만 이뤄졌다. 이븐 피르나스, 레오나로드 다 빈치, 조셉 몽골피에, 릴리엔탈 형제, 라이트 형제, 유리 가가린, 그리고 2112년 가상의 한국인 진우헌의 편지다. 하늘을 날기 위해 분투했던 실존인물이거나 우주비행사다. 편지 형식을 통해 인류의 도전기, 비행의 서사시를 멋지게 써낸다. 가가린과 진우헌의 편지에 담긴 우주과학 지식은 소설에 또 다른 생기를 준다.
‘만남’은 임진왜란 때 명장 곽재우와 황진의 만남을 통해 전쟁과 고뇌를 다루는데 전통 활쏘기 등에 관한 순우리말과 전문용어가 혀를 내두를 만큼 섬세하게 배치됐다. 황인규 작가는 2004년 영남일보 주최 구미문예대전 대상으로 등단했다. ‘디고’를 비롯한 장편소설 4권 등을 냈다. 2002년 CJ문학상, 2019년 해양문학상을 받았다. ‘괴물’ 같은 작가를 만난 느낌이다.
출처: 2025년 10월 23일, 조봉권 기자, <국제신문>
과거부터 미래까지…놀라워라, 깨알 같은 지식과 탄탄한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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