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각종 OTT 서비스에서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물론이고, 화려한 CG와 유명 배우들이 더해져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지요. 소설 속 말따옴표 안 대사를 글자로 읽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일이 어쩌면 더 편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활자의 밋밋함 속에서만 피어나는 것이 있습니다. 그 밋밋함 속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붙고 떨어지며,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 물론, 활자의 ‘밋밋함’이 단지 화려함의 반대말로만 여겨지는 듯해 아쉬운 요즘인데요. 유익서 소설가는 소설의 역할, 소설의 미래 더 나아가 활자의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그 생각의 여정을 담은 소설집『김형의 뒷모습』이 <경남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책] 김형의 뒷모습 - 매체의 시대 활자 미래는?
50여년 예술 본질·예술가 삶 포착해 온 작가
7개 단편소설 엮어 활자 위기 상황 정면 응시

활자의 매력에 이끌려 신문 기자가 됐지만 활자의 미래를 묻는 질문엔 말문이 막힌다. 택할 수 있는 매체의 폭도, 취향의 폭도 바다를 이루는 요즘. 갖은 파랑에 활자 매체가 영영 사그라들까 봐 졸이게 되는 속을 감출 수 없다.
애타는 마음이 신문만의 몫은 아니다. 문자를 편하게 여기는 이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글이 곧 업인 사람들의 시름은 서로 닮아 있지 않을까. 이번 달 소개할 책으로 유익서 작가의 ‘김형의 뒷모습’을 집어 든 이유 중 하나가 이 동병상련의 울림 때문이다. 50여 년째 문학의 길을 걸어온 소설가가, 소설을 통해 소설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졌다.
등단 후 유 소설가가 대표작 ‘새남소리’와 ‘민꽃소리’, ‘소리꽃’ 등 다수의 소설로 천착해 온 주제는 예술의 본질과 예술가의 삶.
예술인을 중심 인물로 둔 채 그 외부 세계와 내면 세계를 들여다봤던 사유는 이번 책에서 더 넓은 폭으로 확장된다. 17년 전 통영 한산도로 거처를 옮긴 소설가가 섬의 고요 속에서 한층 더 깊어진 질문을 길어 올렸다. 예술은, 문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번 소설로 그는 무수한 예술의 범주 안에서도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 문학을 짚어 활자 예술의 위기 상황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세상이 소설을 무시하는 데는 일차적 책임이 작가들에게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요즘 어디 제대로 된 읽을 만한 소설 있어? 하지만 그 책임이 작가들에게만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기는 하지.(…) 디지털 매체와 영상 매체의 기승은 또 어쩌고.’- ‘김형의 뒷모습’ 중.
표제작이 된 소설 ‘김형의 뒷모습’은 작가의 실제 이름과 같은 ‘유’씨 성의 소설가, ‘유형’을 화자로 두고 ‘김형’이라는 또 다른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문학의 현실에 대해 두 문인이 나눈 대화를 전한다. ‘유형’은 유익서 작가처럼 통영에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가 허구의 무대 위에 끼얹은 자전적인 요소들은 상상과 실제의 구분선을 흐린다.
희미해진 경계 탓일까. 유형과 김형이 주고받는 문학인으로서의 고뇌는 읽는 이마저 그 안에 발 담그게 한다. 작품은 지은이와 닮은 듯 다른 존재들이 나눈 대담을 통해 문학이 져야 할 책임과 존재 이유를 돌아보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 새로운 생각과 만나게 되고 그 새로운 생각이 자극제가 돼 새로운 생각을 낳게 되지.(…) 앞으로도 인류에게 문화 발전이 필요하다면, 사람들이 계속 영상 매체를 신주 모시듯 모시고 살아서야 되겠나, 아니면 생각을 자극하여 창조적 행위를 유도하는 활자 매체를 문화의 대표적 지위에 다시 재옹립시켜야 되겠나?’- ‘김형의 뒷모습’ 중.
표제작이 저자의 고민을 정면으로 비추는 거울이었다면, 함께 엮인 여섯 편의 작품은 그의 예술관을 더 다양한 각도에서 투영한다. 한 권으로 묶인 소설들은 단순히 형식을 갖춘 이야기가 아닌, 원로 소설가가 평생에 거쳐 문학의 지향을 밝혀가는 족적으로 남았다.
‘문학작품은 당대인의 삶과 애환을 문예 미학적으로 형상화시켜 민족 정서의 큰 줄기를 형성해 나가는 데도 이바지하는 것이다. 당대인의 삶과 그 애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되 이념이나 제도에 의한 왜곡이나 훼절을 멀리하고 오로지 계절의 순환이나 해마다 거둘 수 있는 벼농사처럼 자연과 더불어 영위하는 국민의 정서가 고스란히 스며 있어야 비로소 문학작품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달걀 벗기기’ 중.
저자 유익서, 출판 산지니, 272쪽, 가격 1만9000원
장유진 기자 ureal@knnews.co.kr
출처: 2025년 10월 29일, 장유진 기자,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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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의 뒷모습 | 유익서 - 교보문고
김형의 뒷모습 | 왜, 어째서 인류는 태연히 아름다움을 버려왔는가.▶ 문학의 지향을 묻고 그 답을 찾는 유익서의 여덟 번째 소설집 문학과 삶의 경계를 오가며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성찰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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