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세상과 실뜨기를 하다 ::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 이수진 작가 북토크 후기

by nineteen26 2025. 12. 9.

지난 11월 25일, 부산 무한서원에서 이수진 작가의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맛있는 다과와 더불어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 훈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는데요. 첫 책을 출간하는 작가님의 마음과 또 책을 읽은 독자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현장을 전달해 드립니다! 

 



박경자 작가 네, 북토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작가 박경자입니다. 지금부터 이수진 작가의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 북토크를 시작하겠습니다. 작가님, 짧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수진 작가 안녕하세요, 이수진입니다. 저의 첫 책이고요, 지금 무척 떨립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박경자 작가 제가 워밍업을 위해 간단한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수진 작가님의 하루 일과는 어떠세요? 

이수진 작가 제 하루는 아주 시계 같이 일정하게 돌아갑니다. 제가 전업 주부이기 때문에 매어 있는 일은 없고요. 또 아이들도 타지에 떠나 있기 때문에 남편이랑 저랑 둘만 지금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남편이 출근할 때 같이 나섭니다. 동네 한 바퀴 도는 걸로 하루가 시작되고요. 그리고 커피를 한잔 뽑아서 자리에 앉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제가 가장 좋은 상태일 때 좋은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때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조금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전에는 무조건 책상 앞에 앉습니다. 

일기를 쓰기도 하고, 잠깐의 생각을 메모하기도 하고요. 대부분 제가 도전해 보고 싶은 책을 꺼내놓고 오전 시간을 보냅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약간의 집안일을 하고요.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 수영을 갑니다. 그리고 할머니들이랑 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는 정도가 제 루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경자 작가 이 책의 제목을 정하실 때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수진 작가 사실 저도 제목 정하기가 되게 힘들었었거든요. 일단 관계와 연결이라는 카테고리만 정해두고서 글을 묶어 놓았을 뿐이고, 제목을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어요. 또 '관계'라는 테마의 책이 많기도 해서 제목을 고르기가 더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몇 가지 뽑아서 산지니 출판사 이소영 편집자께 보냈더니, 이 제목을 골라주셨습니다. 

 
박경자 작가 책 담당 편집자가 또 이 자리에 와주셨는데요. 이 책 원고를 받고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소영 편집자 네,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이소영 편집자입니다. 제가 처음에 원고를 받았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작가님이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소재들이라고도 할 수도 있잖아요. 근데 거기에 이제 조명을 비추고 좀 반짝반짝 빛나도록 갈고닦은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수영장에 관련된 글이었는데요. 이 수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쓰셔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작가의 말에도 적혀 있듯이 독자분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세상을 연결 짓고, 또 자신만의 글을 써 나갈 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박경자 작가 이 책에 많은 소설과 산문 등을 인용하셨어요. 여기서 작가님의 원픽이 궁급합니다. 

이수진 작가 저는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참 좋았습니다. 주인공이 밤새 뒤척이면서 고민하는 모습들이 우리와 닮은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두들 이런 밤을 다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장면들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영화도 책만큼 좋더라고요. 만약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영화와 책 모두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박경자 작가 작가님은 언제 책을 내고자 마음먹으셨나요? 

이수진 작가 사실 제가 이제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는 주부로서 아이 키우면서 일상생활을 했죠. 그런데 그때 잠시 제가 생각을 하면 이 생각들이 그냥 다 흩어져 버리더라고요. 어제 생각했던 일이 오늘은 생각이 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든 기록해야 되겠다는 마음에 처음엔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일기가 자꾸만 불행한 넋두리가 되길래, 공개적으로 블로그 글을 쓰자고 마음먹게 되었고, 그러다가 브런치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서관 강의에서 우연히 김수우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 선생님을 보니, 열정적이고 초롱초롱한 어떤 힘이 있으시더라고요. 거기에 반해서 제가 글을 계속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글을 계속 쓰게 됐습니다. 

사실 제 글이 책으로 만들어질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거든요. 또 저는 원래 글은 어차피 쓰는 건데 굳이 책을 안 내도 나는 글을 계속 쓸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책을 내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막상 책을 내게 되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책에 대해 조금 다른 시선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가 이제 저처럼 글을 쓰고 계시다면은 책에 한번 도전해 보는 걸 추천드리고 싶어요. 



박경자 작가 한 독자분께서 제게 대신 소감을 전달해주셨는데요. 

"작가가 의도를 했든지 안 했든지 나는 잘 자는 안부를 묻는 것과 먹거리로 위안을 주는 행위로 시작과 끝을 묻는 것이 책 제목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에서 말하려는 관계망의 중요성을 잘 꿰어 주르륵 연결해 주는 것 같다. 책의 끝 문장을 읽고 덮으면서 가까운 빵집으로 롤 케이크나 케이크를 주문하러 갈까 하는 충동이 생겼다.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으로 부드러운 빵만큼 한 것도 없을 것 같다. 곧 점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나 자신과 식구들에게 괜히 뜬금없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경자 작가 소감처럼 글 순서가 의도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수진 작가 순서를 조금 고민을 하긴 했었는데요. 생각해보면, 제가 이제 이 책의 가장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 두 꼭지였던 것 같습니다. 밤새 안녕하신지 묻는 인사로 시작해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걸로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게 의도라면 의도겠네요.(웃음)

박경자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개인적인 체험』을 인용한 글은 어떤 의도에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진 작가 정말 재미있는 게 똑같은 책을 읽어도 거기에 대해서 자신이 각자 생각하는 게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이 책을 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 고뇌, 힘듦에 집중해서 읽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부모가 아주 어리다는 것에 집중했어요. 소설에서 부모가 된 주인공의 나이가 20대 초반 이렇거든요. 저는 그 부분이 더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나이 20대는 어땠나 한번 돌아보게 되고, 20대라고 하면 누구나 다 성인이라고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숙한 나이잖아요. 그러니까 저 아이도 부모에게 모든 걸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지 나름대로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을까, 거기서 얼마나 방황하고 있을까가 눈에 보였던 거죠. 그래서 그 나이대에게 성장하는 데 용기 있게 해 나가라는 마음으로 다독여주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썼던 것 같아요. 


관객 지금 이 북토크를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진 작가 믿기지 않죠. (웃음) 사실 제가 책을 내고 나서 약간 소원해졌던, 연결이 좀 느슨해졌던 분들에게 연락이 되게 많이 왔었어요. 사실은 제가 글을 쓴다는 말을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말을 잘 못했거든요. 

그래도 요즘에는 누가 요즘 무엇을 하냐고 물으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저 다워진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말하지 못했던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이제 '나 사실은 책 좋아하고 글도 쓰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야'라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듭니다.

박경자 작가 피드백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이수진 작가 제가 이 책을 내고 성덕이 됐습니다. 제가 김영미 대장의 팬이거든요. 김영미 대장이 횡단을 성공한 후에 KBS 뉴스에 나와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모습이 제겐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그래서 책에 그분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고요. 여하튼 책을 내고 그분 생각이 딱 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김영미 대장에게 덕분에 좋은 영향을 받아서 책을 내게 됐다고 알려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그분 이메일을 찾아서 메일을 보냈거든요. 그랬더니 너무 빨리 답장을 주신 거예요. 자기가 저에게 어떤 좋은 기운이 되었듯이 내가 이런 말을 해줘서 본인도 그 좋은 기운을 다시 받는다고. 그래서 결국은 기운이라 좋은 기운이라는 건 돌고 도는 것 같다는 그런 말씀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책도 보내달라고 하셔서 책을 보내드렸습니다. 이후 한 번씩 메일을 주고받기도 했고요. 뉴스에서만 봤던 분과 이렇게 얘기를 나눌 수 있구나! 성덕이 되었다! 싶었습니다. 

박경자 작가 또 소감이나 질문 있으신 분 없으신가요? 

관객 어떤 작가들은 말을 많이 다듬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매끄러운 글보다도 작가님의 마음과 이수진이라는 작가가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어요. 저는 그게 참 좋았습니다. 

이수진 작가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선생님 말씀에 조금 덧붙여서 제가 느낀 걸 하나 더 얘기를 하자면, 교정을 보면 볼수록 점점 글이 매끄러워지는 거예요.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글을 보면, 매끄러워지긴 했는데 이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제가 읽었던 책 중에 하나를 인용하자면은, '메리 올리버'라는 시인이 쓴 산문집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산문을 쓴다는 것은 개를 씻기는 일과 똑같다고요. 우리가 개를 씻기면 씻길수록 개는 더 깨끗해지고 뽀송뽀송해지고 예뻐지지만은 개의 본성을 잃는다는 이야기였어요. 산문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산문도 계속 다듬으면 물론 아주 매끄럽고 훌륭한 글이 되지만은 그게 나다워지는 거랑은 조금은 결이 다르다는 거예요. 개는 먼지나 흙 같은 게 좀 묻어 있는 그대로가 더 개답게 느껴지듯이, 산문 역시도 그렇게 다듬기보다는 온전히 나의 어떤 그 거친 면도 드러나는 게 좋은 산문이지 않을까라는 글을 보고서, 부족하더라도 그냥 이게 나다운 글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또 위에서 언급한 김수우 선생님께서 첫 책을 부끄러워하거나 민망해 하지 말라고 딱 말씀하시는 거예요. 첫 책이라는 건 작가에게 있어서 출산이랑 똑같은 거라고요. 네가 네 책을 부끄러워하고 민망해하면은 네가 자식 부끄러워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래서 더 사랑해 주고 네가 이 자식을 어떻게 잘 성장시켜야 될지를 생각하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역시 선생님은 선생님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되게 거기에 용기를 또 얻었기도 했습니다.


박경자 작가 네, 잘 들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어 북토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석해 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이수진 작가가 글쓰기를 시작한 때부터 글을 묶고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들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사인회와 기념촬영을 끝으로 북토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수진 작가의 다음 작품활동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 더 알아보기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 | 이수진 - 교보문고

당신에게 닿아 있다는 기분 | 모든 관계는 자라서 울창한 나무가 된다 소설, 영화, 자연, 일상을 가로지르며 관계의 씨앗을 심는 작가 이수진의 싱그러운 기록나는 사라져도 그들 속에 무수한 내

product.kyobobook.co.kr

 

댓글